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이 글 내용의 상당부분은 노정태님과 술자리에서 논의된 것이다.
*PGR21에도 올렸습니다.
만일 Kespa(한국e스포츠협회) 때문에 스타리그가 사라진다면, 그 ‘종막’은 어떤 식으로 전개될까? 프로리그 중계권료를 두고 방송사와 협회 간에 종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치자. 그래서 방송사에서 운영하는 리그는 파탄이 나고, 협회가 주관하고 제3의 방송국이 뛰어든 ‘짝퉁 스타리그’가 운영되는 파행이 연출된다고 치자. 그 종말은 어느 한 순간 바랏두르가 무너졌다는 식의, 갑작스러운 종말도 아닐 것이다. 스타리그를 사랑했던 팬들의 인내심을 끝까지 소진시키고 진절머리 내면서 냉소적으로 변하여 판을 떠나게 할 만큼 지리멸렬한 과정일 것이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써, 그때에 어떤 일이 전개될 지를 예측하는 것은 너무나 슬프다. 지금도 이미 협회에 어느 정도의 정당성이 있다는 소수의 사람들과 그렇지 않다는 다수의 사람들이 나뉘어져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분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그런 논쟁마저 자연스럽다. 하지만 분화는 더 극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논쟁은 더 격렬해질 것이다.
협회는 ‘짝퉁 스타리그’의 품질을 약간이나마 높이기 위해 돈지랄을 시작할 것이다. 현재 방송국의 간판 해설자 누구가 ‘짝퉁 스타리그’에 투항(?)하는 순간, 스갤과 피지알은 난리가 날 것이다. 1) 그를 배신자라고 규탄하는 사람들, 2) 찜찜하지만 경제적인 요인을 생각해보면 누가 그를 욕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 3) 현존하는 스타리그가 저것밖에 없다면, 저것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선 이런 길밖에 없으며, 그런 길을 선택한 그의 결단은 굉장히 용기있는 것이라는 옹호자들이 나뉘어서 한바탕 격렬한 논쟁을 시작할 것이다.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협회리그’를 보이콧하는 사람들일 것이고, 2)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꿩 대신 닭이라고 찔금찔금 ‘협회리그’라도 보면서 옛날의 재미를 찾아보려는 쪽일 것이다. 3)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그중에서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당성을 옹호하려는 부류일 것이다. 그들의 입장은 모두 이해할 만하다. 그래서 그들은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스타리그를 좋아하는 순수한 팬’이라는 범주는 ‘협회리그’가 등장하는 순간 백만년전 과거 속으로 사라져 버릴 것이다. 왜냐하면 그때는 어느 누구든 자신의 선택에 대해 정치적 변명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처절한 자기 정당성의 논쟁에도 불구하고, 누구의 선택도, 그가 과거에 느꼈던 수준의 쾌락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논쟁 속에서 스타리그 팬덤은 활력을 잃을 것이다. 각 입장마다 그 입장을 잘 옹호한 몇 명의 ‘논객’들의 거취가 프로게이머보다 더 관심의 대상이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에 피지알과 스갤은 우리가 알던 그런 공간이 아닐 것이다. 협회 관계자들은 분명 스타리그를 망하게 한 건 자기네가 아니라 자기네 협회를 보이콧한 ‘온겜엠겜 순혈주의자들’, 그리고 그들을 포함해 지나치게 격렬한 논쟁을 주고받았던 네티즌 문화 그 자체라고 변명할 것이다. 협회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은, 자신들의 특약처방이 소용이 없었고, 스타리그에선 더 이상 이윤이 나올 구멍이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누구 말대로 임요환이 전역할 때까지는 미련을 버리지 못할 지도 모르지만, 임요환이 돌아오고 나서도 판이 복구가 안 된다면 그들은 신속하게 철수 결정을 내릴 것이다. 그때도 그들은 그렇게 말할 것이다. 스타리그는 그들이 망하게 한 것이 아니라고. 스타리그는 이미 발전동력을 상실하고 있었는데, 그 동력을 끌어올리려는 자신들의 특약처방에도 불구하고 생존하지 못한 것이라고. 그리고 그 특약처방에 격렬히 저항한 방송국과 팬들이 스타리그의 생존확률을 떨어뜨렸노라고.
아이들의 소박한 놀이에 어른들이 끼어들어 훼방을 놓은 대가는 이토록 참혹할 것이다. 어른들의 입장에선, 그저 그런 규모의 시장 하나가 사라지는 것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선, 이것은 세대의 상처로 자리잡을 지도 모른다. 저따위로 행동해 놓고서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가 문제”라고 대기업이 호들갑을 떤다면, 저 상처의 기억을 가진 이는 코방귀도 안 뀌고 지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협회는 왜 저런 짓을 하는 것일까? 분명 스타리그의 진행 기술과 노하우는 모두 방송국이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상황이 전혀 다른 기타 스포츠의 사례를 제시하며 중계권료를 요구하고 그것을 위해 개인리그의 파행까지 감수하는 걸까? 여기에는 두 가지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하나는 협회의 전략이 복잡하다는 전제에서 세워진 가설이고, 둘은 협회의 생각이 단순하다는 가정에서 세워진 가설이다.
가설 하나는, 협회가 이스포츠의 장래성을 평가하고, 철지난 게임은 스타크래프트에 열광하는 것은 오히려 이스포츠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판단을 내리고, 아예 스타리그를 망하게 하려고 작정했다는 것이다. 이건 일종의 음모론 비슷한 건데, ‘정말 그러는 거 아냐?’라고 술자리에서 한번 말하기는 좋지만, 신빙성은 없어 보인다. 물론 한미FTA로 한국경제를 말아먹으려는 탁월하게 지적이신 철학자 대통령의 정신세계는 이런 식의 ‘복잡한 전략’에 가깝겠지만, 협회에 ‘꼬마 노무현’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가설 둘은, 협회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대기업 포함해서)들이 투자하는 비용에 비해 별다른 이윤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광고효과를 산출하는 방법을 잘 모르지만, 기업들은 꽤 정밀한 방법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 상식 수준에서도 스타리그의 광고효과는 경미할 것 같다. 가령 휴대폰을 생각해 보면, 휴대폰은 생필품인데 스타리그 본다고 한 대 더 살 리가 만무하다. 그러니까 이윤이 안 나온다는 건 지금 상황에서 ‘팩트’인 셈인데, 이런 상황에서 협회는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고민하는 대신 “어, 저기 방송국에서 거둔 이윤이 있다. 일단 저거라도 뺏어가자.”라고 판단했을 공산이 크다. 그러니까 한국 유수의 기업이 결합한 협회의 수준이라는 것이, 지갑이 비었다고 뒷골목에서 삥을 뜯는 불량배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협회는 인격체가 아니라 스폰서들의 의지의 총합에 불과하다. 스폰서들 역시 인격체가 아니라 이윤추구를 원하는 하나의 조직체에 불과하다. 거기서 스타리그를 담당하는 마케팅 실무자들은 그리 높은 직급도 아닐 것이다. 그들을 인간적인 관점에서 미워하기도 힘들다. 군대에서 행정병 했던 일천한 실무 경험으로 말하자면, 지금 그들의 행위는 전적으로 ‘보고서’용으로 보인다. 최소한 “현재 이런 식으로 이윤이 나오고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이러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라는 논리구조로 상부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되기 때문에 이렇게 뭔가 일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보고서를 받아드는 상급자는 스타리그가 뭔지 이곳 상황이 어떤지 전혀 알지도 못하고 보고서의 미학적(?) 구조만 보고 결재를 해줄 것이다. 판은 망하는데 딱히 책임지울 사람은 없는 난망한 구조인 것이다. 하지만 협회가 정말이지 장사를 못 한다는 ‘무능함’의 문제는 반드시 지적되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능한 놈이 이윤을 추구하려면 비윤리적인 짓을 저지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협회는 비윤리적인 짓을 저지르기 전에 겸손하게 팬들에게 다가와 장사부터 배워야 한다.
협회는 시장조사조차 안 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이전 글에서 말했듯 “스타리그는 소득없는 세대를 위한 관람료 없는 스포츠”다. 그들이 가전제품을 살 수 있을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언제나 푼돈, 코묻은 돈을 지출하려는 각오는 되어 있지 않은가? 나는 그들이 기타스포츠와 비교하면서 중계권료를 요구하는 주제에, 어째서 기타스포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티셔츠 판매조차 시작하지 않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티셔츠를 팔기 위해 뭐 대단한 판매망의 구축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스타리그 경기장 안에 부스 하나 설치하고, 나머지는 인터넷으로 판매하면 그만이다. 티셔츠를 팔기 위해 각 선수에게 등번호를 부여한다고 치자. 이런 것이 영악한 장삿속 아닌가?
스갤에서 저렇게 많은 짤방이 돌아다니는데, 왜 가령 프로게이머를 상품화하여 휴대폰고리 하나 만들어낼 생각을 못 하는가? 케릭터 개발 어설프게 돈 들여서 할 필요도 없다. 안 그래도 알아서 팬들이 잘 하고 있는데, 상금 약간 걸어서 공모하면 얼마나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까. 스타리그가 얼마나 아기자기한 케릭터들의 이야기인데, 가령 강민 하나만 해도 휴대폰고리 케릭터가 몇 개나 나올까. 무표정 강민, ‘광리스도’ 강민, 느끼는 표정의 강민, ‘경악하는 표정의’ 강민. 광렐루야를 외치는 광빠들이라면 그것들 모두를 살 게다. 강민이 이 정도라면 임요환은 더 하다. 강민의 티셔츠나 휴대폰고리가 너무 많이 팔려나가면 박정석이나 박용욱 팬들은 가만있을까? 임요환 관련 물건이 많이 팔려나가면 홍진호 팬들은 가만히 있을까? 허접하게 철지난 다음 카페 회원수 따위로 프로게이머 인기 판단하지 말고, 이렇게 장사꾼답게 확실한 방책을 세워라.
이건 굉장히 단순한 얘기고, 좀 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한도 끝도 없다. 기념품 사업은 모방할 해외사례도 많다. 여러분들은 양 웬리가 THE MAGICIAN으로 나오는 은하영웅전설 타로카드를 본 일이 있을 게다. 왜 프로게이머 타로카드는 만들 수 없는가? 이병민이 THE FOOL하고 강민이 THE MAGICIAN하고 서지수는 THE EMPRESS, 임요환은 THE EMPEROR, 최연성이 STRENGTH, 오영종은 DEATH, 박용욱은 THE DEVIL. 지금 내 옆에 있는 타로카드 흘깃 보고 내가 십초만에 떠올린게 이 정도다. 메이저 아르카나 나머지 15장 채우는게 뭐가 어려운가? 그런게 있으면 나라도 사겠다. 체스판은 못 만들 것이 또 무엇인가?
사실 저 수많은 합성짤방을 보면, 팬들은 그런 거 하고 싶어 난리다. ‘영악하다’는 욕 먹어가면서 그런 식으로 팬들의 코묻은 돈을 가져가는 게 장사의 기본이다. 협회는 스타리그 팬들이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은 채 판을 깨려고 한다. 나는 그들이 하루에 한시간씩 각각 피지알과 스갤을 탐색하면서 구체적인 수익모델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명 협회와 팬들이 win-win할 수 있는 길이 있다. 물론 스타리그가 깨져봤자 당신들에게는 그리 큰 손해가 아니겠지만, 그래도 뛰어갈 수 있는 강아지의 다리를 잘라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세줄 요약:
스타리그 이대로 가다간 더럽게 망한다.
협회는 돈 못 번다고 방송국 삥뜯지 말고 팬들이 뭘 원하는지부터 살펴라.
정 답이 안 나오면 형이 직접 장사를 가르쳐 주겠다.
방송국 쪽의 '대응'도 기민한 것 같구요. 그리고 온겜엠겜이 빠진 이번 '케스파컵'의 진행 수준은 '99년도' 스타리그 수준이었다는군요. -.-;; 자기들도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런 부분을 충분히 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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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ympic torch burns for gaming?
Head of Global Gaming League has Olympic-sized dreams for joystick jockeys; discussion with Chinese gov't in works for demo at Beijing.
By Tim Surette, GameSpot
Posted May 31, 2006 11:36 am PT
The Olympic torch burns for gaming, says Ted Owen, founder of The Global Gaming League. Owen has already been in discussions with the Chinese government to make gaming a demonstration sport at the 2008 Beijing Summer Olympics, according to CNN/Money's Chris Morris.
The idea of gaming in a competition as tradition-rich as the Olympics may seem hair-brained to some, but the argument can be made that a shot in the arm is just what the Olympics need. The international games have gotten stale in recent years and have used some nontraditional sports as life preservers. Beach Volleyball and Snowboarding have steadily gained popularity, while doping scandals have tarnished popular pastimes such as track & field, weightlifting, and swimming.
"You need to bring younger viewers back if you want to keep making money," Owen told Morris. "To do that, you need to embrace nontraditional sports. Video games deserve to be seen as a nontraditional sport."
Competitive gaming is still in its early years, but with the rise of gaming into the mainstream, its exposure has been growing exponentially. In addition to Owen's Global Gaming League, Major League Gaming, the World Cyber Games, and the Cyberathlete Professional League have grown in popularity, particularly in Asia.
Earlier this year, MLG signed a deal with the USA Network to air several one-hour episodes of competitive gaming, last year's total purse at the WCG was $2,500,000, and the Global Gaming League and America Online partnered up to bring competitive gaming content to the nation's largest Internet provider.
So while things may sound good so far for Olympic gaming, there's still one group that Owen has to convince: The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Not only is gaming not an officially recognized sport by the committee, but other big-name sports, such as baseball, have been cut from the Olympic curriculum.
So what if the Chinese government gives gaming the green light and the IOC doesn't? "We would do it anyway," said Owen. "We may not have the circles, but we'd do it right by the stadiums and would bask in the glow of the Olympic light."
확실한 건, 협회에게는 자체적으로 리그를 꾸려갈 능력이 없다는 거고, 그래서 결국 양대방송사와 어떻게든 협상을 해야 한다는 거지. 이번 케스파컵 결승전 꼬라지 보면 정말 웃다가 눈물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