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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강준만의 홍세화 비판은 타당한가?

조회 수 1585 추천 수 0 2003.07.24 13:47:00
이런 글은 맥락을 알아야 이해가 될 것 같다. 진보누리에 아흐리만이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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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의 노무현 정권 비판은 정당한가?" 강준만은 이렇게 묻습니다. 그런데 그의 글이 홍세화를 '비판'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는 이런저런 다른 상황들을 에둘러 말하고,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라고 중얼거립니다.


이런 것은 비판이라 보기도 어렵습니다. 모든 비판은 자신의 입장에 고유한 맥락을 가집니다. 홍세화의 비판 역시 그렇습니다. 따라서 홍세화의 칼럼에 강준만이 한국 사회를 바라볼때 주로 참조하는 맥락들이 고려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모든 맥락을 고려하고서 도대체 무슨 글을 쓴단 말입니까? 전체를 다 바라본다는 것은 아무 것도 보지 못한다는 말과 동일한 것입니다.


강준만은 괴테의 "행동하는 사람은 언제나 비양심적이다"라는 멋들어진 말을 인용합니다. 옳은 말입니다. 그런데 강준만은 자충수에 빠져버렸습니다. 그의 말이 옳다면, 홍세화의 비판 "행동"이 "비양심적" (모든 맥락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라는 이유로 '비난'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강준만이 말한 바 "완전히 양심적인 입장은 무책임과 통한다."라는 말이 강준만 자신에게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철도노동자 옹호하면서 정권 비판하는데 노무현 정권의 고유한 사정을 어찌 다 고려한단 말입니까?


물론 비판이 특정한 입장의 맥락 위에 서 있고, 맹점을 가진다 하여 그 사실을 다시 '비판'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 건설적인 논쟁이 진행되려면 비판자는 그 '맹점'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제시해야 합니다. '너의 주장엔 맹점이 있어...' 이건 비판이 아닙니다. 어지간한 또라이가 아닌 한 주장하는 사람들도 그건 알고 있습니다. 예컨대, 그가 홍세화와 이 문제로 논쟁을 제대로 하려고 한다면 홍세화의 비판 안에 들어와야 합니다. 철도노동자의 파업이 어느 정도 정당했는지, 노무현 정권의 공권력 투입이 어느 정도 정당했는지, 노조의 의견을 묻겠다고 말하다 그 의견을 일방적으로 뒤집은 정부의 행태가 옳은지, 그리고 도대체 왜 그때 상황에서 토론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등에 대해 떳떳하게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고 비판해야 합니다.


그런데 강준만은 이 문제는 잘 연구해 보지 않아 모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지적한 맥락들을 주르륵 나열합니다. 지금 뭐하자는 플레이입니까? 홍세화는 강준만이 말하는 것들을 전혀 몰라서 그렇게 글을 썼을까요? 원고지 열두 매 분량한 신문 칼럼에 강준만이 보는 맥락들을 어떻게 다 집어넣으란 말인지요? 심지어 노무현 정권을 "쥐"로, 노동계를 "고양이"로 비유한 유시민의 글마저 인용한데에선 환멸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도대체 본인 역시 하나의 입장으로 정리하지 못한 맥락들을, 단지 홍세화나 민주노동당의 입장에 곤혹스러움을 줄 용도로만 골라 그저 나열해 놓기만 하면 뭐가 해결될까요....  차라리 '노정권 너무 쌔게 때리니 기분나쁘다'고 말하는게 더 솔직한 일이 아닐까요?


이렇게 어이없는 주제로, 어이없는 내용으로 긴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강준만의 위대함이 아닌가 합니다. 그의 맥락 나열을 보니 그를 지금의 위치로 끌어올린 (찬탄할 만한) 자료 수집 능력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만, 그리고 그것은 여전히 한국사회에 유효하게 쓰일 수도 있습니다만, 이 글은 단지 그 '능력' 이외의 어떤 것도 보여주지 않는 것 같네요. 심지어 초보 수준의 논리조차도.

아흐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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