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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험난한 보수의 길

조회 수 888 추천 수 0 2003.07.16 13:31:00
아래 설명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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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 도용을 막기 위해 인터넷 필명도 가입 이후엔 바꾸지 못하도록 해놓았더군요. 도로 아흐리만으로 돌아오기 위해 회원 재가입을 해야 했습니다. 앞으론 아이디를 다시 이걸로 고정해야 겠네요 ^^;;

진보정치 이번호에 보낸 글입니다. 배달은 왔는데, 인터넷 판엔 안 떴네요.




험난한 "보수"의 길.

 
-'준법서약서' 폐지 관련 신문 보도

준법 서약서가 폐지되었다. 이 제도는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사상전향서를 폐지하면서 신설한 것인데, 헌법이 보장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그간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한겨레는 이 문제가 결코 보수·진보의 갈등으로 볼 문제가 아니라고 사설에 적었다. 반면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불만이 많은 듯 미적미적하더니 "노무현(盧武鉉)정부 출범 이후 진보진영의 요구가 관철된 사실상 첫 사례"라고 평했다. 그만큼 별다른 일을 한 적이 없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조선일보는 그동안 왜 그렇게 노무현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을까? 그래도 노무현이니까??


이번 준법 서약서 폐지는 해외 인사들에겐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송두율 교수 등이 입국하기 위해선 여전히 준법 서약서를 써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앙일보조차도 준법 서약서 폐지는 환영하는 입장이니 전면적인 폐지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한총련 합법화와 국가보안법 폐지 등도 같은 논리의 연상선상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색깔론에 맞서나가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정치적 민주주의의 틀을 갖추는 미약한 걸음이 내딛어진 시점에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들에게 공기업이나 산하단체의 수익사업을 배려하겠다는 청와대의 방침을 강하게 비판한 것은 매우 씁쓸한 일이다. 중앙일보는 "민주화 운동이 완장이냐."고 묻는다. 연구기관의 연구원 등을 전문성 없는 사람으로 채워서 쓰겠냐는 얘기도 나온다. 정말 그랬다면 그 비판은 정당하지만, 민주화 운동 경력자 중에서도 연구원 할 만한 경력자가 없진 않을 것이고, 그 최소한의 자격 조건 안에서 "배려"한 것이라면, 중앙일보의 비판은 교묘한 마타도어가 될 수 있다. 조선일보는 느닷없이 "민주화 운동의 명예"를 주장한다. 민주화 운동을 금전으로 보상받는 것이 과연 합당하냐는 얘기다. 명예는 금전과 엄밀하게 대립되는가? 정말로 그렇다면 조선일보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법령부터 비판할 일이다. "대통령의 명예"는 어째서 챙기지 않는가?


청와대의 조치는 과거 낙하산 인사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선 비판받아야 한다. 청와대의 인사권은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 행사되어야 하고, 민주화 운동 경력은 그 틀 안에서 어떤 할당이나 가산점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비판이 정당하려면 이러한 시각에 근거해야 한다. 과연 그런가? 과거의 "낙하산"이 순수하게 사적인 네트워크 안에서 행사된 것에 비교해 볼 때, 적어도 청와대의 "민주화 운동 경력자 배려"는 공적인 원칙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지점을 철저히 무시한 채 그저 "낙하산"으로 치환시키는 것은 정직하지 못한 일이다.  


시대의 변화 앞에서, 한국의 수구세력은 과거엔 말살의 대상이었던 상대와 공존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교묘한 논법은 "보수"의 길이 여전히 험난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을 뿐.  


한윤형/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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