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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정권을 길들이기 위한 파업.

조회 수 5916 추천 수 0 2003.06.24 13:17:00
진보누리의 세라핌씨. 이때쯤이 그의 전성기(?)였다. 물론 조금 있으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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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3일 전국 근로감독관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예의 "립 서비스" 정치를 그대로 보여줬다.


"정권을 길들이기 위한 파업은 용서할 수 없는 것 아니냐."
"이번 (조흥은행 파업)에 본때를 한 번 보여주었으면 했는데 합의를 해 본때를 보여줄 수가 없겠더라고요."


"불법파업이라고 다 법대로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처벌을 하는 것이 원칙이고 협상하는 것은 원칙이 아니다고 말할 수 있나."
"공권력 투입할 것은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합의해서 합시다."


두 종류의 발언이 각기 어디를 향하는 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언론의 대체적인 보도방향은 자본가에 대한 구애발언을 헤드라인에 배치하는 식이다. 노정권에 지지하든 반대하든 별 차이가 없다. 다만, 지지자는 노통의 "강성 발언"만을 살짝 소개하고 물러나는데 비해, 반대자는 유화적인 발언도 소개하고 "원칙이 없다."는 비판을 한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여론 구조이다. 옳든 옳지 않든 간에 노조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 세력은 전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할 수 있는 일이 "정권을 길들이기 위한 파업"밖에 더 있겠는가? 혹자는 노조는 이익단체인데, 정치적인 요구를 내거는 "정치파업"을 일삼는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그러한 비판은 적어도 노조를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현실적인 협상능력을 지닌 정치세력이 존재할 때에야 인정된다.


노동자들이 처한 문제는 개별 기업에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다. 그런데 보수적인 시각은 "경제원칙"과 대립하는 이러한 문제를 "정치"의 문제로, 노조와 노동자가 직접 손댈 수 없는 문제로 바꾸어 버린다. 그리고 얻을 수 있는 이득에만 관여하라고 주장한다. 그것은 올바른 얘기인가?  


필연성, 아니 개연성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가능성은 우리의 굳은 머리로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넓을 수가 있다. 문제는 단지 사회적 원칙의 고착의 강도다. 비교적 무른 원칙은 사회성원들의 합의만으로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이고, 체제에 좀더 근본적인 원칙은 좀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양자는 분명 다른 접근법을 요구한다. 그러나 바뀔 수 없는 것은 없다.


정부는 말한다. 아직 노동정책은 나오지도 않았는데 반대부터 하면 어쩌냐고. 물론 노정권의 실세들은 아직 노동정책의 플랜을 짜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준비안 된 정권의 실세들과는 상관없이, 자본의 눈 없는 합리성은 이미 제 갈길을 걸어가고 있다.


DJ정권은 정권 말기에 경제특구법을 슬그머니 통과시켰다. 한국사회에 그나마 존재하는 사회적 안전망을 몽땅 따 무시해도 된다고 말하는 기업주를 위한 법의 발효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왜 이 말도 안 되는 법에 대한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그토록 늦게 알려졌을까? 대선이라는 정치 공간에, 그나마 개혁을 참칭이라도 하는 세력과 개혁저항세력을 자임하는 세력의 다툼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은 DJ정권과 노정권 모두에게 잊혀져야 하는 기억이었으며, 그들이 한나라당과 싸울 때엔 성공적으로 잊혀졌다. 이제 임기말에 통과된 이 법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조차 불분명하다. 그러나 그 법으로 인해 피해를 입게될 사람들의 정체는 너무나 분명하다. 그것은 기억상실증이나 노란빛 환상으로 덮을 수 없는 문제다.


그렇다면 정권을 길들이기 위한 파업은 문제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정권을 길들일 수단이 파업밖에 없다는 것이 이 사회의 괴로움이다. "여론"도 "정치"도 없는 곳에서, 파업은 시작된다. 그것은 어떤 난국의 "원인"이 아니다. 단지 "결과"다. 이 결과를 낳은 상처를 직시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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