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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오야붕의 공포와 꼬붕의 공포

조회 수 947 추천 수 0 2007.10.12 12:38:03

그 불안은 달리 표현하면 문명 자체의 불안이다. 초자연적인 생명체인 오를라는 브라질의 상파울루 지방에서 프랑스로 건너왔다고 설정되어 있다. 유럽에게 억눌리던 비유럽세계에서 나타난 공포의 존재는, 의식에 억눌리던 무의식 -내부이면서 외부인 그것-의 반란과 유비적으로 일치한다. 이 불안 속에서야 우리의 공포가 제대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유럽인이 아닐지라도, 우리는 근대적인 기획에 의해 성립한 주체이며 그런 한에서 주체의 분열에 대한 불안을 같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판타스틱에 보낸 모파상 <오를라> 리뷰의 일부분. 말하자면 거의 끝부분이다. 오를라가 19세기 말 근대적 주체의 불안과 유럽의 균열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는 얘기인데, 쓰다보니 어쩌면 우리는 이들이 느끼는 공포의 절반밖에 못 느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체의 균열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문명세계의 균열과 정확히 일치하는 그들은, 우리에게 낯설다. 가령 미국인들에게 그들의 나라가 정의롭지 않다고 말한다면 그들은 데미지를 입겠지만, 한국인들에게 그렇게 말해봤자 "그래서 뭐 어쩌라구?" "그렇게 말하는 넌 한국인이 아니야. (혹은, '한국인이라면 그렇게 말해선 안돼.')라고 반응할 것이다.


이 상황은 매우 세속화시켜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오야붕과 꼬붕은 공포를 느끼는 방식이 다르다. 오야붕은 자신의 힘과 권위를 넘어서는 상황을 맞닥트렸을 때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꼬붕은 자신의 오야붕의 한계를 잘 알지 못한다. 꼬붕은 오야붕이 자신을 승인하지 않을 때 공포를 느낀다.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일상적인 삶에 균열이 생긴다 해도 커다란 공포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 상황은 우리가 미국을 충분히 닮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균열이니, 한미 FTA를 통해 그 균열을 봉합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차라리 한국인들이 공포를 느끼는 순간은, 조승희가 한국인임이 밝혀졌을 때나 (정작 미국인들은 조승희를 미국인으로 여기고 있고, 그렇게 여기지 않는다면 그들 국가의 환상은 지탱될 수 없는데도) 미국인들이 <디 워>를 재미없다고 비난 할 때다.


,,,,,,한국의 공포소설가들은 이런 지점을 고려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이렇게 국가적(?)으로 쓰는 건 호러소설이 아니니, 한국인들을 가장 벌벌 떨게 만들 것은 한국판 톰 클랜시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에 봉합도 안 시켜주는 톰 클랜시라면, 너무 무서워서 팔리지 않으려나?




P.S 요새 글자 크기를 키워서 올리고 있는데, 마음에 드시는지? 눈팅 제현의 의견을 부탁-.


-_-

2007.10.12 12:49:37
*.128.155.113

'대운하'라는 국가적 호러소설이 잘 팔리고 있는 걸 보면..-_-;

노트북 화면이 작아서 큰 글씨는 한 눈에 많이 안들어오네요. 글자 줄여서 보면 오른쪽 메뉴 글씨가 너무 작아지고..
작은 쪽 한 편 던집니다.

하뉴녕

2007.10.12 12:51:03
*.46.4.35

" '대운하'라는 국가적 호러소설"...적절한 표현입니다. ^^;;

그나저나 노트북 화면을 고려하지 못했군요. 참조하겠습니다. :)

수하이

2007.10.12 13:01:24
*.119.234.49

저도 작은 쪽에 한표~~

디지츠

2007.10.12 14:23:44
*.120.89.20

저도 작은 쪽에 한 표입니다. ^^;

오필리어

2007.10.12 15:03:45
*.107.44.229

글씨체를 유지하려면 폰트를 도로 줄이거나, 아니면 폰트를 유지하려면 줄과 줄 사이를 넓히고 글씨체를 바꾸는 게 좋겠군요.

-_-/노트북 되게 작은거 쓰시나 보군요. 저는 11인치 써도 별무사한데...^^

hyun

2007.10.12 16:28:35
*.99.83.104

아니 윤형씨는 포스팅 내용도 훌륭한데 텍스트 디자인까지 신경쓰시다니 멋진걸요.
그런데 한글 폰트는( 한두 가지 서체 빼고는) 스퀘어가 있어서 폰트 크기에 따라서 자간 행간을 다 조금씩 만줘줘야 읽기가 편한데 블로그에서 최대치를 하기는 좀 어렵지 않나요.
어쨌든 지금은 글자만 대박으로 커요. 그리고 모니터상에서는 책과 달리 지금 쓰고 있는 고딕 계열 서체가 보기에 편해요.

눈팅인

2007.10.12 21:34:51
*.232.78.134

작은 거에 한표 ^^

tango

2007.10.12 22:10:58
*.51.9.131

나이 들다 보니, 글자 커지는 거 찬성^^

MW

2007.10.12 22:41:01
*.177.1.29

오를라는 아주 오래 전에 읽어서 잘 생각은 안 나는데, 오를라의 공포는 제이콥스의 "원숭이 손"의 공포와 유사하게 보이는 듯요. 원숭이손은 흔한 세 가지 소원 류의 이야기지만, 원숭이 손이 인도에서 온 부적으로 설정되어 있으니요. 오리엔탈리즘은 단지 "오리엔트"에만 국한되어 있는 분석은 아니리라.

저는 지금 이 폰트 크기가 아주 좋습니다. 10인치짜리 노트북이지만. 다만 저도 고딕계열이 더 보기 좋다고 생각.

눈팅 2

2007.10.12 23:33:59
*.85.224.211

큰 것도 좋습니다.
저도 글씨체가, 윤형님 처럼 긴 글일 경우,
고딕체 계열이 오래 봐도 눈이 더 편하더군요.

(제가 눈이 심하게 약합니다.디쟌에 신경쓰시니 미리 부탁하나 드립니다. 부디 검정바탕에 흰글씨 같은 종류나 형광삘색은 으악~..입니다.눈 나쁜 사람에겐 듁음이랍니당.^^;;)

눈팅3

2007.10.13 00:46:31
*.123.14.157

고딕체에 한 표!

erte

2007.10.13 01:29:49
*.206.216.61

WinXP(회사에서 쓰는 컴)에서는 고딕체가 더 눈에 들어올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톱니가 좀 생기는거 같아서요. 전 맥OS(집에서 쓰는 컴)에서 주로 보는데 애플명조로 나오는거 같은데 아주 미려하니 좋습니다. 글꼴크기도 괜찮고요. 단지 행간이 조금 더 넓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행끼리 너무 붙어서 좀 어지럽다는 느낌도 들거든요.

눈팅4

2007.10.13 04:30:42
*.225.152.230

작은 글씨체에 한표!

평소에 9pt를 선호해서, 큰 글씨는 한 눈에 읽기엔 조금 불편해요^^; 더불어 글씨색은 톤다운된 색들이 읽기 편하더라구요.

N.

2007.10.14 00:22:28
*.129.25.159

글자크기는 상관없는데, 줄간격은 좀 고려해주시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글자 크기를 유지하시려면, body 부분에서 line-height:240%는 주셔야 할 것 같아요.

smith

2007.10.14 14:02:35
*.234.244.149

ctrl 누르고 마우스 휠을 돌리면 글씨크기를 클라이언트에서 조정할수 있습니다. 차라리 이 방법을 홍보하시는 편이 더 나을 것 같군요.

erte

2007.10.15 19:41:24
*.99.83.71

ctrl+휠 해보고 오옷! 하며 감탄한 1人

Dali

2007.10.16 14:03:43
*.246.187.134

ctrl + 휠 해보고 오옷! 하며 감탄한 2人

측천

2007.11.27 09:45:47
*.229.55.212

글씨체와 상관없이, 짧은글이지만 미국과 한국의 기질을 오야붕과 꼬봉의 공포에 빗대어
적절히 비교분석을 잘하셨네요.. 예리하십니다.
정말 동감.
언젠가 디워에 대한 당신의 정직한 비평을 본적 있는데...역시 한윤형님은 변희재나 김휘영같은 기회주의자들의 시류에
물드는일 없이 나름대로 소신있게 정직한 글을 쓰시는거 같아 기분 좋습니다.
가식없는 당신의 글.. 감사 합니다.

하뉴녕

2007.11.27 10:38:54
*.176.49.134

과찬의 말씀입니다. 아직 스스로 밥벌이를 안 해서... 라고도 볼 수 있지요. 요새들어 글쟁이란 동물은 누구 눈치 안 보고 호구지책 정도는 해야 안 망가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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