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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유럽, 덜 떨어진 자본주의?

조회 수 4090 추천 수 0 2011.06.16 11:5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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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계약이든 말든 모든 인권과 상권이 안정된 유럽의 법과 인식의 토대에서 쳐다보는 양키들의 잣대일 뿐.... 이제 시작하는 한국의 방법이 틀리든 맞던 우리는 우리식대로 하는 것이고 우리식대로 돈벌면 대는 거다. 가수들이 유치원도 안나온 병신같은 애들이 아닌 이상 노예계약이던 말던 그 부모들도 알고 사인한 것이고 없는 나라들이 그정도 고생안하고 성공한다고 생각한다면 말이 안되잖는가 남이 뭘로 계약하던 말든 냅둬라. 배고픈 알바생이 시간당 3500원에 매가도날도에서 일하던 말던 관심꺼라. 그냥 맛있고 먹고 즐기면 된다카아.

 

르몽드의 한국 아이돌 가수 비판한 기사에 손지창이 발끈한 모양인데, 거기에 달린 덧글 중 하나 뽑아보았다. 손지창의 반응이야 '우물 안 개구리'의 그것이라 하겠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그런 행동들을 옹호하는 이들의 논리가 흥미롭고 내 요즘 고민에 와닿아 있다. 기사 댓글에 "솔직히 르몽드가 맞는 말 했지 뭐."라고 반응하는 이는 3할도 되지 않는 것 같고 위 덧글이 지배적인 정서를 반영한다. 그런데 이 반응은 예전처럼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을 욕하는 놈들은 나빠!"라는 수준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나름의 논리를 띄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말하자면 이 덧글의 작성자는 도대체 왜 사람을 착취할 수 없다는 것인지, 어째서 상품의 질과 상품의 제작과정을 분리해서 사고하지 않는지를 한탄한다. 그의 시선에서 보기엔 유럽이 좀 쓸데없는 윤리의식과 규제를 덕지덕지 달고 다니는 덜 떨어진 자본주의 국가다. 어떤 선행주자들은 그렇게 살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같은 (그리고 한국의 국민소득 이하 모든 개발도상국들은) 이들은 이렇게 사는 게 '정상'이란 인식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네 인식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예전엔 좌파든 우파든 한국의 자본주의 발달이 미진해서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했고, 그렇기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의 선진 자본주의 문물을 제도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운동권 내부의 노선 투쟁이 아니라, 한국 사회 시민들이 인준하는 담론시장에서 유일하게 가능한 '좌파담론'이란 "선진유럽의 문물을 떠받드는 것"에 가깝다. 적어도 진보 지식인들이나 비평가들의 시선은 거기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한국 사회의 문제가 '자본주의가 미진해서'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너무 교과서적으로 잘 발달해서' 생기는 것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체제의 문제가 자본주의의 실패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성공을 보여주는 거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한국 사회가 그렇게 극단으로 치닫다가 미국, 유럽, 일본 등과 달리 자본론의 예언을 실행하고 혁명에 치달을 가능성도 없지 않겠지만, 그보다 월등하게 높고 현재 실현되는 것으로 보이는 가능성은 그 체제 안에서 자신의 위치가 최하층이 아님에 그럭저럭 만족하며 '이제는 어떤 외부적 준거의 침입에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어떤 시민들의 탄생이다.


가령 예전에는 기왓집 같은 전통가옥을 보존할 생각이 없던 사람들도, 미국인들이 "저렇게 예쁜 한옥을 허물고 시멘트 집을 짓다니!!"라고 경악하면 "헐, 기와집을 유지하는게 좋은 건가? 몇 채는 남겨야지!!!"와 같은 식의 심리적 금기가 형성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한국의 전통이라 부르는 것들은 대개 그런 금기를 통해 간신히 보존된 것들이다. 그러나 앞으로 미국인/유럽인의 '지적질'에도 부끄러움 없이 "네들이 이상한 것 아냐? 병신들..."이라고 일갈하는 이들이 대세를 이루게 된다면 어떤 사회가 형성되고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많이 다른 세상' 혹은 '조금 다른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은 그런 세상 속에서 무슨 방식으로 얘기를 해야 할까? 요즘 내가 하는 본질적인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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