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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롯 님, <디 워> 논쟁 정리합시다.

조회 수 1631 추천 수 0 2007.09.13 12:59:55
<디 워>의 흥행과 정치적 소비의 문제

질롯 님의 덧글은 애초에 위 글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님의 덧글의 내용은 제 논지의 지엽적인 부분만 건드는 거라고 생각해서 제가 굳이 개입하지 않았는데, (사실 그 당시에 읽을 타이밍을 놓치기도 했구요.) 끝이 없는 논쟁으로 비화하고 있군요. 게다가 이 논쟁에선 논점들이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도 않구요. 그래서 제가 직접 나서게 되었습니다.

먼저 제 글은 말미에 "물론 아이들, 아이들과 같이 영화를 본 김규항, 영화를 잘 안 보다가 영화를 본 사람들 등 <디 워>를 정말로 재미있게 본 사람도 있을 게다. 이러한 '타인의 취향'에 대해선, 이 글에선 편의상 논의하지 않았다. 이 논의는 <디 워>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는 점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의 논의"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 논리 구조는 대충 이런 식이지요.


1) <디 워>의 서사구조는 빈약하고, 자랑하는 CG  역시 헐리우드에 비하면 별 볼일 없다.  

2) 그런데도 열광하는 사람들은 많다.

3) 진중권은 그 이유를 민족, 애국, 인생극장, 시장의 네 개 코드로 제시했다.

4) 그런데 내 생각에 이 코드는 단지 작품 안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디 워>의 흥행을 통해 헐리우드를 향한 공세적 수출을 개시하겠다는 산업정책에 대한 지지다. 즉, 일종의 '정치적 소비'다.

5) 우리는 작품성은 작품성대로 비교하되, <디 워>의 지지에서 드러난 산업정책의 타당성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님의 논변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디 워>의 서사구조는 빈약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다.

2) 그 '무언가'를 평론가들은 모른다. 그리고 그 '무언가'를 우리 아이들은 알아보았다.

3) 아이들이 민족, 애국, 인생극장 따위에 동요할 리는 없기에, 진중권의 판단은 오류다.

4) <디 워>의 CG는 헐리우드와 경쟁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5) <디 워>의 작품성은 애초에 뛰어나기 때문에, '정치적 소비'라는 잣대는 들이밀 필요도 없다.


님이 직접 쓰신 것보다 훨씬 논리정연하고 간결하게 정리해 드린 겁니다. 물론 님은 이외에도 심형래 감독의 산업정책에 대한 찬양도 하고 있습니다만, 편의상 그 부분은 생략하죠. 처음 제 블로그에 오셨을 때 님의 논지는 이것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더 이상 논쟁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님의 견해는 애초에 제 글에서 논박하려던 대상이 아니니까요. CG에 대한 판단은 덧글에서 잠깐 대화를 나누어 봤지만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 확인이 되었구요. 저는 "이렇게 영화가 안 좋은데도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말하고 있고, 님은 "영화는 분명 좋은데 그 요소가 발견은 안되니 '무언가'가 있는 것이고 그건 '어린이'가 보증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논리구조이지 코드가 세개다, 네개다, 이러이러한 면에서 진중권은 틀렸다, 이런 건 지엽말단에 불과해요. 님은 자신이 무슨 논변을 펼치고 있는지 스스로 그림을 그릴 줄 모르는 겁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쯤에서 논쟁이 끝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경우 양자는 서로를 설득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논쟁을 해봤자 부질없는 짓을 계속하는 셈이잖아요? 그런데 님은 다른 분들과 덧글 논쟁을 시작하더니 몇몇 논점과 꼬투리 해석에 휘말려 생산성없는 긴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거듭해서 본인의 '승리'를 확인하고 계시더군요.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님의 '어린이 무언가' 론에 대한 제 견해를 -아마 다른 곳 어디에도 대략은 기술했을 것 같지만- 정리해서 드리겠는데요. 이 설명을 듣고 님이 반박할 수 있는 부분을 하고, 서로 논쟁이 안 되는 부분이 확실해지면 논쟁을 정리하는 쪽으로 나가도록 하죠.

아참 그 이전에 저도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요. <디 워>의 옹호자들에게서 수집했다는 진중권의 네가지 코드는 정확히 말하면 "<디 워>의 흥행 코드"가 아니라 "<디 워>의 옹호자들이 영화를 옹호하는 코드"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합니다. 저 역시 이전 글에서 그것들을 "<디 워>의 흥행 코드"라고 표기했는데, 부적절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논쟁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은 문제이긴 하지만 흥행 코드가 아니라 옹호 코드라고 보면 진중권의 네 가지 코드는 완벽하게 성립합니다. 1. 민족 : 아리랑이 나오고 한국의 전설이 나와서 좋았다. 옹호한다. 2. 애국 : 헐리우드를 정복하자. 한국영화 만세. 심형래 만세. 3. 시장 : 여러 사람이 많이 본 영화다. 왜 지랄이야? 4. 인간극장 : 말 안 해도 되죠?

반면 <디 워>가 흥행한 요인을 꼽게 되면, 질롯님 말씀대로 저 네 가지 코드가 꼭 성립하지는 않을 겁니다. (작품 내부에 저 네가지 코드가 외삽된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진중권의 주장도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지요. 그러나 전체 논쟁에서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닙니다.) 막말로 아리랑 나온다고 영화보러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 거냐는 거죠. 영화의 흥행요인은 1) 독과점에 가까운 스크린 숫자 확보 2) 방학 시즌 어린이 수요를 채워줄 다른 영화가 없었다는 점, 그래서 부모와 아이의 동반관람할 영화가 딱히 없었다는 점. 3) 개봉 이후 (쇼박스의 노이즈 마케팅에 의해 촉발된?) 영화의 작품성 논란 으로 분석하는게 더 타당하겠지요. 자 그럼 '어린이 무언가'론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저는 <디 워>가 한국의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한국의 어린이들이 '무언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은 아니구요. 다만 한국에는 볼거리가 많은 영화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런 환경이 방학이란 상황과 맞아떨어져 흥행을 할 수 있었다고 보구요. (뭐 영화 후반부 흥행은 <디 워> 논란이 낳은 것이지만) 그런데 한국에 존재하는 '아동 영화'라는 장르가 -심형래 감독의 필모그라피 대부분을 채우는 장르죠.- 미국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미국에는 그런 장르가 있을 필요가 없으니까. 미국의 어린이들은 볼거리도 있으면서 서사도 탄탄한 영화를 봅니다. 그 나라에선 그런 영화도 많이 개봉되거든요. 저는 이렇게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어린이들의 특별한 감식안이 있을 거라고 추정하는 것보다 더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보는 영화인데 뭘."이라는 반문은 심형래 감독의 산업전략에 비추어서는 잘못된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안 통하는 얘기니까요. 아, 제가 이전에 쓴 글이 있군요. 인용하도록 하죠.


"영화는 상품일 뿐이다. <디 워>는 상품으로써 위대하다. 고로 <디 워>는 위대하다."는 맹구같은 논리에 대한 일침. <디 워>는 시장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아직 손익분기점의 절반에도 도달하지 못한 실패한 상품이다. 800만 관객 운운하며 사이즈를 자랑하는게 우스운 건 그 때문이다. <디 워>는 나머지 손실을 미국 시장에서 보충할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하는데, 그건 아직 미래의 일이다. 벌써부터 상품으로써 탁월하고 어쩌고 할 일이 아니라는 거다. 이런 상식적인 논지에서 부정당하면, 상품론자들은 다시 '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하는데, 만일 그렇게 말하려면 다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의 비교를 감수해야 한다. '가능성'이란 건 원래 그렇게 평가해야 하는 거니까. (다른 방법 있나?) "(한국의 방학시즌에 맞춘) 어린이 영화일 뿐이다-." "상품으로써의 가능성을 보자는 것이다-." 두 개 중 하나만 골라라. 그리고 두 개 중 뭘 고를지라도, "너는 이미 죽어 있다."  전자를 택하면 그것이 실패한 상품이라는 사실에 직면하게 되고, 후자를 택하면 그것이 헐리우드 것들에 비해 질이 나쁘다는 진실에 맞닥트리게 되니까. 그래서 고르기 싫은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둘다 고르겠다고 우겨선 안 되지. 달걀을 후라이로 먹으면서 동시에 병아리로 키울 수는 없는 법이다."


이 정도면 논점이 충분히 정리가 되었을 겁니다. 기타 남은 부분은, <디 워> 엔딩의 아리랑이 <공각기동대> 엔딩의 일본 전통가요만큼이나 어울렸다고 믿는 님의 '취향'에 제가 동의할 수 없다, 는 내용 정도가 될 텐데, (물론 지금 제가 아리랑이란 노래 자체가 일본 노래보다 후지다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이런 건 역시 설득이 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니 그만두도록 하죠.


자, 여기에 답변을 하시든지 하고, 기타 덧글 논쟁에서 따로 논의했는데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문제가 있으면 추가로 지적해 주세요. 글이 아름다우려면 모름지기 그 글이 담고 있는 정보값에 걸맞는 길이를 지녀야 하죠. 우리 압축적으로 갑시다.



P.S 디시에서 누군가가 나더러 <디 워>와 원수졌나고, 뭔 <디 워> 까는 글이 이리도 많냐고 하는데, 자꾸 질문하는 분들이 있으니 새로 글을 올려야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다른 글들에도 관심 좀 가져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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