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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디 워> : 현상과 작품 모두 비판함

조회 수 1355 추천 수 0 2007.08.24 18:18:00
 

그러고보니 나도 얼마 전에 <디 워>를 봤다. 내 돈 내고 본 거 아니고, 공짜표를 얻어서 보았다. 관객수엔 카운트가 된다고 하더라. 이제 광풍도 조금은 사그러들었으니 정리해서 말해보자.



1.

이런 영화에 내 90분을 낭비하게 만든 건 디워빠들이다. 재미있게 봤으면 자기들끼리 떠들 것이지 왜 재미없게 봤다는 사람들을 공격해서 사회적 이슈로 만들고, 나처럼 재미없게 볼 것이 뻔한 사람을 극장에 가게 만드는가? 어이없어 죽을 지경이다.


평론가들이 <디 워>에 대해 특별히 안 좋은 평가를 했다고 말한다. 근거없는 말이다. 첫째로 한국의 평론가들은 조폭 코메디물에 우호적인 평가를 내렸던 적도 없고, 둘째로 한국의 평론가들은 <트랜스포머>와 같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물에 별다섯개를 줬던 적도 없다. 씨네 21의 별점평을 찾아보면 오히려 내가 기가 막히는데, <트랜스포머>나 <디 워>나 별점 자체는 별반 차이가 없다. <트랜스포머>와 <디 워>가 비슷비슷하다는데 대해 ‘똑똑한 평론가’들과 ‘무지한 대중’이 그럭저럭 동의하고 있는 괴상한 현상이 벌어졌던 거다. 이는 별점평이란 형식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고, 어떤 이들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평론가들이 CG의 수준을 평가하는 눈이 낮아서 <트랜스포머>의 연출과 <디 워>의 붕뜨는 CG의 차이를 판별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고, 대중들이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한국 영화에 대해 관용적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화려한 휴가>에 대해 평론가들이 좋은 평가를 내렸다는 일부 듣보잡들의 주장도 새빨간 거짓말이다. 오히려 서프라이즈의 노빠들은 평론가들에게 혹평을 받았다는 점에서 <디 워>와 <화려한 휴가>를 하나로 묶어서 보기도 했다. <화려한 휴가>도 그 한심한 연출과 광주를 상업적인 드라마로 소비하는 방식 때문에 평론가들의 욕을 좀 먹었어야 마땅한 영화인데, 오히려 디워빠들의 난동에 관심이 집중되어 그런 문제가 논의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우리들 대부분은 평소에 평론가들의 주장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다. 생각없는 조폭 코메디물 보러 사람들이 극장에 갈 때, 그 누가 영화 개판이라는 평론가들의 평가에 관심이나 있었던가? 그 평가에 발끈해서 기자와 평론가들의 블로그에 찾아가서 난리를 쳤던가? 그래서 가령 황진미의 <한반도>에 대한 별점평을 보면 자기가 별로라고 하면 영화 재밌다고 생각할까봐 “평론가들이 싫어한다고 재밌다는 편견은 버려.”라고 적어놓았다. <디 워> 비판자들에 대해 악다구니를 퍼부은 사람 대다수는 평소에 평론가들이 무슨 영화에 대해 뭐라고 얘기했는지 알지도 못할 거다. 이런 상황은 ‘작전세력’에 대해서 의심하게 만든다. 쇼박스가 작정하고 네거티브 전략을 펼쳤다는 소문도 돈다. 영화 개봉하기 전부터 알바를 고용해서 인터넷에 악평을 먼저 올리고, 그 악평에 대한 광적인 반응 역시 조직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평론가들의 평가 중 일부 부정적인 것만을 발췌하여 네티즌들의 선동을 유도했다는 혐의도 있다. 영화 개봉 초기에 <디 워>에 대해 온전히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건 이동진 기자 한명 정도였다는 사실도 이 심증을 뒷받침한다. 초기에 디워팬들의 습격을 받은 이들은, 영화에 대해 그렇게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이들도 아니었다. 이송희일 감독 사건은 그 다음의 일이다. 선후관계를 살펴보면 영화 제작자의 마케팅과 그 마케팅에 의해 쉽게 끓어오른 디빠들의 난동이 분명히 먼저 존재했다. 평론가들 싸가지 운운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2.

서사는 진중권 말대로 '없다.'가 정답이긴 한데, 처음에 심형래가 의도한 서사와 나중에 퀄리티 올리느라 삽입된 서사가 충돌해서 그렇게 되어 버린 것 같긴 하다. 차라리 처음부터 착한 이무기와 나쁜 이무기가 튀어나와 쌈박질을 했으면 훨씬 더 얘기가 그럴듯 했을 터. 적어도 그랬다면 <트랜스포머>와 얘기는 비슷한 수준이라고 우기기가 더 쉬웠을 거다. 근데 이무기 두 마리가 왜 처음부터 안 나온거지? 그 정도 CG를 쓰려면 이 돈(=700억)으론 안 되었을 거라는 게 올바른 추론이다.


CG 좋다는 말에도 절대 동의 못한다. 부라퀴 군단이 남한산성 공격할 때, 부라퀴 군단이 서있는 땅은 펠레노르 평원이고 (대한민국에 그 정도 군단이 정렬할 평원은 없다. '논'이 아닌 다음에야.) 남한산성 안은 조선 땅이다. 말이 되는가? 이 CG는 <용가리> 수준이다. 그리고 두 이무기가 싸우다가 착한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는 CG는 게임 오프닝 동영상 수준이다. 유일하게 볼만한 CG가 여러 사람이 지적했던 것처럼 LA 시가전 CG인데, 이것도 CG 자체는 좋으나 연출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계속 초점이 엇나간다. 그래서 공포가 시각적으로 닥쳐오지 않는다. 그나마 이 부분은 보정을 헐리우드에서 봐줬다는 것이 정설이다. CG에서 중요한 건 스캔이 아니라 실사와의 거리감을 없애는 보정이다. 과연 영구아트무비가 이룩한 기술적 성취가 무엇인지도 전문가들은 따져봐야 한다. '국산기술로 실현했다.'는 주장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 


불쌍한 부라퀴는 LA 도심을 질주하고 다니면서 여자를 찾아다니는데, 그놈의 아트록스 군단은 시다바리 주제에 그랜드 케이브에 짱박혀서 뭣들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그랜드 케이브 땅은 짝퉁 모르도르고, 부라퀴가 나오는 근거지는 짝퉁 바랏두르다. 거기가 어떻게 미국이라고 믿으라는 건지, 그리고 바이오맨에 나오는 악역 비슷하게 생긴 아트록스 군단은 대체 뭘 말하는 건지. 그 친구들은 ‘한국 전설’에 나오는 친구들이면서, 500년 후 미국 사회에 침투할 때는 미국인으로 위장하면서 왜 조선땅에선 본 모습 그대로 등장하는 걸까? 지금 한복 무시하나요?


FBI 국장이 여자를 죽이라고 명령하는 시추에이션. 아니 이 사람들이 미쳤나? 이거 미국에 팔아먹으려고 만들었다며? 미국 오락영화에서 '정부는 무조건 국민을 지켜준다.'는 명제는 기본이다. 그걸 이렇게 일말의 고민없이 어기고 미국 국민들에게 어떻게 어필하려고? 부하 직원이 FBI 국장을 살해하는 걸로 대충 봉합하긴 했지만, 미국애들이 팝콘이나 안 던지면 다행이다.


그리고 추가적인 의문. 이 이야기는 ‘한국 전설’ 맞나? 나는 그런 전설 들어본 적 없다. 여러분도 없을 것이다. 이무기가 한국 거라면 이무기만 튀어나오면 ‘한국 전설’ 되나? 그리고, 과연 ‘이무기’는 한국 전설에만 존재하는 생물인가? (이건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다.) 만일 중국에도 있는 얘기라면, 중국친구들은 틀림없이 “이 카오리 빵즈들은 맨날 뭐든지 자기 거래!!!”라고 설칠 텐데. ‘동북공정’ 욕하려면 그런 짓해선 안 된다. 토스터기에 태극마크 붙여놓고 “이것은 한국의 전통적인 토스터기입니다.” 하는 꼴이나 진배없다.



3.

총평하자면, 한국에서 방학 특선용 영화로 관객이 꽤 들 수는 있는 영화지만, 세계시장에 내놓을 영화는 아니라고 본다. 만약 방학 특선용 아동 영화로 생각한다면 제작금 훨씬 줄이고 손익분기점을 국내 관객으로 맞춰야 한다. 애들은 CG 이보다 더 나빠도 그럭저럭 재미있게 볼 거다. 해외에 팔 영화라면 돈을 더 끌어들여서 더 잘 만들거나 때려쳐야 한다. 미국에도 ‘방학 특선용 아동 영화’라는 장르가 있나?


이도 저도 안 되니까 결국 한국관객들에겐 세계시장 공략가능하다고 과장광고하고 국내관객들의 애국심을 자극하여 최대한 손실을 줄이는 쪽으로 택한 것이겠지. 마지막에 한국 관객들을 감동시킨 그 아리랑을-영화 분위기와 정말 안 어울리는 선곡이었다.- 오히려 미국개봉시엔 뺀다는 얘기가 그 사실을 증명한다. 아니 한국인들에겐 아리랑 틀어주고, 미국인들에겐 안 틀어주고, 그러면서 “한국문화를 알리고 싶었다.”는 개구라는 왜 친단 말인가? ‘충무로’라는 말은 실체가 별로 없지만 굳이 충무로에 들어간 영화자본을 논한다면 쇼박스도 거기 들어간다. 한국의 몇몇 거대 영화 제작사들은 영화관까지 소유하고 있는 독점기업이다. 영화는 특수한 시장이라 개봉관을 많이 확보하지 않으면 관객을 만날 길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들이 만든 영화를 일단 수많은 극장에 건 후 어떻게든 여론을 일으켜 관객을 동원하려 애쓴다. 심지어 심형래를 ‘충무로의 적’으로 상징화시켜 돈을 벌어들인다. 지금 심형래 뒤에선 충무로가 돈다발을 세며 미소짓고 있다. 옛날에 스탈린이 자본가들을 욕하면서 “우리가 어떤 자본가들을 목매달면, 다른 자본가들은 그들을 목매달 밧줄을 팔 것이다.”라고 비아냥거렸는데, 지금 쇼박스가 딱 그 꼴이다. 충무로의 적이라고 잘난척하는 심형래는 그 충무로 자본에 놀아나는 광대에 불과하다.


미국에서는 1940년대부터는 더 이상 영화 제작자가 극장주인 경우가 없다고 한다. 그건 ‘독점’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돈을 벌면 당장은 좋을 것 같지만 결국 차츰 영화의 수준이 쇠퇴하여 영화산업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쇼박스가 <디 워> 마케팅을 통해 강요하는 건 ‘시장’의 논리가 아니라 ‘독점’의 논리다. 물론 <괴물>은 작품 자체로만 보면 <디 워>와 비교도 안 되는 영화이긴 하지만, 이런 시스템의 문제 자체는 <괴물> 때부터 꾸준히 지적되어 왔던 거다.



4.

난 이 영화가 돈을 벌어봤자 한국영화산업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 영화가 잘 되면 다음 '충무로‘의 CG 영화의 감독도 심형래가 될 테니까. 충무로의 자금 동원력은 뻔하다. CG 영화는 하나밖에 못 찍는다. 심형래가 하면 다른 사람은 못 하는 거다. 그럼 심형래는 영화를 어떻게 찍을까? 물론, 이전에 하던 대로. 그는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다. 이번에도 시나리오 작가 안 들이고 그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를 손수 쓸 거고, 말도 안 되는 연출 고칠 생각 안 하고 감독도 자기가 할 거다. 그리고 CG의 질만 높이면 된다고 강변할 것이다. 현재 영구아트무비의 CG 기술은 범용화가 안 된다는 게 정설이니까, 다음에 만들어도 같은 돈으로 이번 것보다 더 나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진전한 것이 없는 것이다. “좀 더 지켜보자.”는 논의가 말이 안 되는 건 이 때문이다. 더 지켜볼 것 없다. <용가리>가 국내개봉 참패해도 안 바꾼 사람이다. <디 워>는 손익분기점은 못 넘겨도 국내흥행 성공했으니 앞으로도 그 스타일 안 고칠 거다. 한두번쯤 영화를 더 만들 기회가 있을 테고, 그 영화로 세계영화계에 한국 영화 망신시키는 일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한국 영화가 CG에 관심을 가져야 할 단계로 접어든 건 사실이다. 세계적으로도, 이제 영화는 스토리로서는 드라마를 감당해 내지 못하고 있다. 요즈음은 한국의 드라마도 장족의 발전을 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영화는 한정된 시간 동안 드라마는 동원할 수 없는 자금을 동원하여 화끈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참패했기 때문에 그런 시도는 이어지지 못했고, 꼭 그 이유만이 아니지만 지금의 한국 영화는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상황에 처했다. 그런 상황에서 심형래의 뚝심있는 도전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없는 몰골이다. 심형래 영화는 한국 영화의 다른 가능성을 다 잡아먹고, 스스로도 오래 생존하지 못할 영화다. 그래서 이 괴상한 영화와 저 희귀한 광풍은 왠지 지난 몇 년간 나름의 참신함으로 세계인들에게 인정받아온 ‘남한 영화의 종언’을 알리는 으스스한 징조같다. 


 


덧붙임 : 디워갤에서 퍼온 디워사도신경 (이유 : 그냥 웃겨서)

 

전능하사 영구를 만드신 심형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

그의 분신 영구아트무비를 믿사오니,

이는 100% 국산 CG로 잉태하사 한국 최초의 SF 디워를 만드시고,

진중권에게 고난을 받으사 100분 토론에 못박혀 모욕을 당하시고,

혹평을 들은 지 사흘 만에 방학 영화 가운데서 돌풍을 일으키시며,

명장의 반열에 오르사, 위대한 감독 스필버그의 우편에 앉아 계시다가,

라스트 갓파더로서 디빠와 디까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CG를 믿사오며, 거룩한 애국심과, 플롯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과,

관객의 동정을 사는 것과, 망해도 다시 투자 받는 것과,

영원히 사는 것을 믿사옵나이다.

디 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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