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임신/출산 결정권을 위한 네트워크_성명] 경구피임약 전문의약품 전환에 반대한다. 사전, 사후피임약 모두 일반의약품으로 허용하고 여성의 의료 접근권을 확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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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 측면에서 위와 같은 입장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좀 부족한 점이 있지 않은가 싶은데, 가부장적 사회질서에 대한 문제의식을 잠깐만 뒤로 미뤄놓고 보면 모든 경구피임약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옳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의료 접근권을 박탈하여 출산률 제고를 유도하겠다는 수준 낮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몸에 맞는 것을 찾으면 문제가 없는 것이기는 하나, 피임약의 종류에 따라 여성이 각종 의료적 부작용에 노출될 수 있는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며, 피임계획 그 자체가 올바르게 수립되기 위한 방편으로서 의사의 상담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때문에 그러한 취지로서 사전피임약의 전문의약품 전환은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다만 병원의 휴무일이나 기타 급박한 상황일 경우에 응급피임약을 쉽게 복용할 수 있도록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주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다만 사전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였을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첫째, 미혼 여성이 산부인과에 출입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관념이 가부장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고, 둘째,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처방을 받음으로 하여 생기는 금전적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선은 경구피임약의 전문의약품 전환에 일단은 반대하되, 전문의약품 전환의 전제로서 가정의학과에서의 피임약 처방, 의료보험의 적용 확대, 좀 더 나아가서는 국민 일반에 대한 일상적 의료검진을 내용으로 하는 주치의제 시행 등을 촉구하도록 하고 원칙적인 차원에서 전문의약품 전환의 당위는 인정하는 것 정도가 당으로서 책임있는 입장 표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남들이 피임약을 어떻게 복용하든 이미 나는 망했는데 이런 생각은 뭐하러 하는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