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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이상한 모자님께

조회 수 1629 추천 수 0 2011.12.05 01:07:53
상산의 뱀 *.109.69.239

답변이 좀 늦었네요. 저는 이상한 모자님이 논점을 확장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 이러한 전제를 놓고 규약 1조를 둘러싼 논쟁을 다시 한 번 살펴봅시다. 레닌이 직업적 혁명가들로 이루어진 당을 건설할 것을 주장했다? 그것은 맞는 말입니다. 실제로 자기 입으로 그렇게 얘기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논쟁해야 하는 지점은 '그러므로 오늘날 레닌의 사상대로 당을 설계하려면 직업적 혁명가들만 당원으로 받는 당을 만들어야 한다.' 라고 말한다면 이게 옳은 얘기냐는 것입니다>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는게 좋을꺼 같습니다.


저는 진보신당이 강한 이념적 결사체가 되고 싶어하는걸로 보인다고 말하며, 그렇다면 이런 열망을 성취하기 위한 두가지 방안을 제시했지요. 그 중 하나가 규약 1조에서 레닌이 강조했던 항목이었던, 당 공식 기구에 속해서 활동하는 이들에게만 당원의 자격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모자님은 <마치 레닌이 '잘 훈련된 혁명가들로만 조직된 전위정당'을 원했고 마르토프는 '보다 느슨한 네트워크 형태의 대중정당'을 원했다고 하면 그것은 이 논쟁을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규약 1조 논쟁에서 레닌이 취한 입장이 당을 강한 이념적 결사체로 만들고자 했던 시도라는 저의 해석을 비판한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논점은 규약 1조 논쟁에서 레닌의 입장은 무엇이었는가를 확인하면 되는 문제입니다. 스탈린주의가 규약 1조 논쟁에서 레닌이 취했던 입장을 특권화하여 도식화했다는 얘기는, 우리 논쟁과 아무런 상관이 없지요. 우리의 논점은 레닌의 조직론 전체에 대한 것도 아니고, 단지 1조 논쟁에서 레닌이 취했던 입장에 대한 것 뿐이니깐요. 애초부터 길어질 얘기가 아닙니다. 문헌 속에서 레닌의 언급을 확인하면 되지요. 


저는 이상한 모자님이 두가지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첫째, 레닌의 실제로 한 발언들은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탈린주의에 의해 레닌이 오해됐다고 한다면, 직접 레닌이 무슨 주장을 했는지 보면 됩니다. 말씀대로 레닌 스스로가 막대구부르기를 했다고 했지요. 제가 댓글에 인용한 1908년 레닌은 자신이 당시 지나치게 강조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직업적 혁명가 당에 대한 필요를 지나치게 강조했던 것이라고 밝히는데 이것이 그 막대구부리기의 예일 겁니다. 즉 스탈린주의에 의한 레닌의 도식화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레닌의 실제 발언들에 기초를 해야지요. 레닌이 당의 체계를 세우려고 했다는 건 사실입니다만 문제는 그것이 아닙니다. 레닌은 그 이상을 얘기했어요. 우리의 논쟁은 레닌이 당의 체계를 세우려고 했느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이상한 모자님께서 레닌과 마르토프의 논쟁이 전위정당에 관한 논쟁이 아니라고 한 것을 제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댓글과 글이 오간 것이지요. 그리고 이를 풀기위한 1차 자료는 레닌의 글이겠지요. 


둘째, 이상한 모자님의 민주노총에 대한 비유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먼저 분트를 예를 드셨으니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요. 분트 논쟁은 당의 연방주의에 대한 논쟁입니다. <일보전진 이보후퇴>에서 이에 관련된 표결을 봅시다. 연방제를 원칙적으로 폐기하자는 결의안에 대한 표결이 있었고, 이는 분트 5인을 제외한 모두가 다 찬성했지요. 또한 당 규약 8조 '새로운 위원회와 위원회 연합은 중앙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에 분트는 자신들의 규약 2조를 내세우면 반대를 했지요. 그 2조의 내용은 '분트는 그 행동에서 어떤 지방적 틀에 의해서도 제한되지 않는다. 유태인 프롤레타리트의 사회민주주의적 조직이고, 유태인 프롤레타리아트의 유일한 대표자로서 러시아사회민주노동당에 소속한다. 특정한 지역에서 당이 속하는 조직들과 함께 분트가 활동하는 경우, 그 지역 프롤레타리아트 전체의 이름 하에 행해지는 활동은 분트의 참가가 있어야 비로소 허용된다'입니다. 분트 규약 2조는 분트 5인만이 찬성하고 경제주의자 5인은 기권하여 부결되지요. 그리고 분트는 퇴장합니다. 민주노총 예를 들면서 이해가 안가면 분트 논란을 생각해보라고 해서 찾아봤습니다만 무슨 얘기를 하고 싶으신 건지 이해가 안가네요. 


마르토프의 조직론에 의하면 민주노총의 80만 조합원을 다 당원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하셧는데, 이 말은 처음에 이상한 모자님이 레닌의 안을 설명할 때 한 얘기와도 맞지가 않습니다. 마르토프는 <'당의 강령을 받아들이고'(가입원서의 작성), '물질적 수단으로서 당을 지원하고'(당비 납부)>, 당의 조직들 가운데 어느 하나의 지도를 받아 정기적으로 개인적으로 합조함으로써 당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는데, 민주노총 80만 조합원이 여기에 해당하나요? 또한 레닌의 안에서는 민주노총의 조합원은 당원가입서를 쓴 사람만이 당원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조건은 '당의 강령을 받아들이고' 부분만 충족시키는 것이잖아요. 이는 마르토프도 똑같이 제시한 조건입니다. 


오히려 레닌의 조직론과 민주노동당이 다르다는 걸 알기 위해서 이상한 모자님이 링크하신 사노신의 글을 인용해보겠습니다. 


1)혁명가의 조직, 2)가능한 한 다양하고 광범한 노동자 조직(나는 이 말을 노동자계급에 한정하고 있지만 다른 계급의 일정한 분자도 일정한 조건에서는 여기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자명한 사실로 전제하고 있다). 이 두 범주가 당을 구성한다. 다음으로 3)당에 동조하는 노동자 조직, 4)당에 동조하지는 않으나 실제로는 당의 지도와 통제 하에 있는 노동자 조직, 5)적어도 계급투쟁의 대발현의 시기에 부분적으로 사회민주당의 지도에 복종하는 노동자계급의 미조직 분자. (레닌,「일보전진 이보후퇴」, 강조는 인용자)


여기서 2)에 해당하는 것은 선진노동자층입니다. 부차적이고 부분적인 오류는 가지고 있지만 혁명적이고 선진적인 노동자들까지가 당원의 조건이라고 사노신은 해석을 합니다. 저도 레닌이 그런 의도로 위와 같이 썼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이와는 전혀 다르게, 실제로 집회 한번 나와보지 않은 사람들도 당원이 될 수 있고 당원 자격을 유지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말만 하는 사람 하나가 당원이 될 수 있는 기회와 권리를 갖고 있는 것보다는 활동하는 사람 열이 당원이라고 자처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다. (...) 바로 그러한 원칙 때문에 나는 마르토프에 반대하여 싸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라고 까지 말하는 레닌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되는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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