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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5061937195&code=990000

 

시사저널 어법을 빌려 쓰자면 ‘빨(진신)·주(민노)·노(참여)·초(민주) 동맹’이 위기에 빠졌다. 빨강과 주황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반대 투쟁에 동참하지 않은 초록에게 야권연대의 정신을 훼손했다고 비난한다. 보수언론 보도를 보면, 초록의 일부는 오골계 키워 손님 접대하다 봉황 꿈꾸는 손학규 대표가 사인한 ‘4·13 합의’에 불만이 많다. 진보언론 보도를 보니, 초록 내부에선 파랑(한나라)과의 합의안을 독단적으로 도출한 박지원 원내대표에 대한 반발도 높다. 하긴 초록의 ‘리더십 부재’와 ‘무능’은 어느 언론이나 비판하기 쉬운 소재였다.


사실 ‘야권연대의 승리’로 기록된 4·27 재·보선도 문제가 많았다. 노랑은 ‘벼랑끝 전술’로 초록을 압박해 대신 선거에 나갔는데, 결국 파랑에게 지는 바람에 존망의 위기에 빠졌다. 그러나 설령 노랑이 의석을 얻었더라도 꼭 ‘야권연대’에 긍정적인 일은 아니었다. 2012년, 200개가 넘는 지역구와 대선을 포괄적으로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빨·주·노가 초록에게 가할 수 있는 압력의 방법이 지극히 제한적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빨·주·노가 초록에게 줄 수 있는 거라고 해봤자 대선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 정도밖에 없는데, 대선에 대표를 내보내고 싶은 노랑의 열망은 이런 협상조차 불가능하게 하는 면이 있다.


지금까지 초록은 야권연대가 잘 돼야 자신들도 살아난다고 믿었다. 초록이 쥐 죽은 듯 허약할 땐 분명, 그랬다. 그러나 내년 대선이 ‘수첩공주’와 ‘양계장 주인’의 빅매치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진 형국에선 빨·주·노가 더 이상 우군이 아니라 짐이 될 수 있다. 당장 조선일보는 ‘민노당 숙주된 민주당’이란 칼럼으로 민주당이 국공합작 이후 공산당에 밀린 중국 국민당의 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같이 당을 했던 사람들조차 혀를 내둘렀던 민노당의 종북주의 노선”이란 말로 빨강을 끌어들여 주황을 공격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초록의 수장이었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과거 재야 및 진보세력과 연합했을 때 ‘색깔론’ 때문에 외려 정치적으로 피해를 봤던 전력이 있다. ‘개나 소나’ 좌파로 호명되는 이명박 시대엔 초록마을 사람들도 “당신 빨갛지?”란 질문에 자랑스럽게 “네, 그렇습니다!”라고 답변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지만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아지면 빨간 가면 쓰고 다니는 게 거추장스러워질 거다. 어쩌면 초록의 승리공식은 야권연대를 통해 파랑의 대항마가 된 후, 야권연대를 걷어차면서 자신이 조선일보가 우려할 만큼, 빨갛지는 않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닭 쫓던 개’ 되어 지붕 쳐다보는 게 빨강과 주황의 미래인가. 순혈주의자들은 그렇기 때문에 배신이 예정된 초록과의 연대를 걷어차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초록이 동색’은 아닐지라도 파랑이 초록보다 더 먼 색이란 것도 확실하다. 진보정당들은 한국 사회를 조금이라도 왼쪽으로 끌어오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동시에 민주당과도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정책연합을 기조로 한 지금의 야권연대는 민주당을 ‘우리 편’으로 만들겠다는 욕망을 담고 있는데, 이는 민주당이 다른 야당들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조차 연대를 삐걱거리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오히려 정체성이 다른 이들의 한시적 연대, 무지개색 공존을 가능케 하는 결선투표제와 비례대표제란 제도적 약속을 합의하는 연대가 진보정당들의 색깔도 지키고 민주당의 양보도 이끌어낼 수 있는 길인지 모른다. 실현 가능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야권연대를 구상해내지 못한다면, 도덕적 질타가 누구를 향하든 야권연대는 헛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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