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좌파를 찾아서

조회 수 3447 추천 수 0 2010.08.18 23:26:36

편의상 '좌파'라고 부르는데, NL이 아닌 인간들을 모아서 편의상 'PD'라고 부르는데 이 인간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아무도 설명할 수 없는 세상이다. 엊그제 쓴 글에서,


과거에는 사회주의에 대한 동의 여부로 좌파와 우파를 가늠할 수 있었다. 오늘날의 좌파와 우파는, 냉소적으로 말하자면 정치적인 생각의 차이로 구별되지 않는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좌파이고 그렇지 못한 이들이 우파다. 2010/08/14 - [정치/용어] - 소통


라고 말하긴 했다만, 정치세력을 자칭하는 이들이 정말로 이런 '냉소적' 규정을 갖다 쓸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누구를 대변하는 정당인지를 규정하면서 정체성을 찾아보잔 제안도 했건만 2010/06/16 - [정치/정당] - [레디앙] 누구를 위한 진보정당 운동인가 이런 주장에 관심을 가지는 이는 많지 않다. 몇몇 이론가도 이 비슷한 얘기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리고 노동운동하는 양반들 토론회를 가도 이 비슷한 견해를 들은지는 몇 년 되었는데, 이런 얘기들은 그에 해당하는 실천의 문맥을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얘기엔 왈가왈부하지 않고 진중권-김규항 논쟁이나 주의깊게 관전하면서 좌파들의 이론적 관념성을 질타하는 건 무슨 콧구멍으로 설렁탕 쳐먹는 소리일까.


'진중권'이 나쁜 놈이라고 치고 봐도 그렇다. 김규항의 문제제기는 내가 폼나는 좌파라는 걸 증명하고 싶단 욕망 이외의 차원이 안 보인다. 이를테면 진보신당 내에서 자유주의자가 좌파를 핍박했다고 치자. 그럼 이게 어떤 얘기인가. 진보신당 당원이 많이 잡아봤자 꼴랑 1만 5천이다. 이들 중 자유주의자가 다수란 얘기니까 한국 사회에서 '좌파'란 종자들이 꼴랑 1만명도 안 된단 얘기가 된다. 아 그 바깥에도 급진적인 '좌파 그룹' 많다고? 30명씩 삼십개 그룹? 아니면 3명씩 삼백개 그룹?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 기표한 사람이 4%가 안 되는데 말야, 노회찬은 그 한줌도 안 되는 동네에서도 이념적으로 소비되는게 아니라 트렌디하게 소비된다. '멋진 신세계'다. '좌파'가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도대체 그럼 뭐가 좌파야? 이게 근본적인 문제인데 진중권이 자유주의자고 뭐고가 대체 뭐가 중요해? 진중권이 어디서 백만 자유주의자를 끌고 와 당을 장악했나?


한줌도 안 되는 것들이 지들 몇명끼리 읽는 텍스트 펼쳐놓고 거기서 연역적으로 뭔가 헛소리를 하는데 나같은 인간 안 끼면 다른 커뮨끼리 대화도 안 된다. 내가 무슨 무당인지 영매인지, 지랄맞다. 제 커뮨 글 아니면 '글이 어렵다'고 그런다. 아니 니 글이 어렵냐(?) 내 글이 어렵냐(?). 이 질문은 우문이다. 내 글은 반지성주의자를 위한 글이고 니 글은 글이 아냐. 싸지르면 글이냐? 닥쳐.


왕년에 빡세게 운동했다고 좌파면 김문수에게 꿇을 것이지 뭔 말이 그렇게 많나? 무슨무슨 책 읽는다고 좌파면 서양으로 유학이나 갈 것이지 뭐하러 미개한 한국어로 글 쓰나?


몇 년 전부터 하던 생각이 "멸종된 좌파를 찾아서"란 특집기획이다. 왕년에 운동하던 양반들 찾아다니면서 "당신은 아직도 스스로 좌파라고 생각하나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죠? 그렇게 생각 안 한다면 그 이유는 또 무엇인가요? 오늘날에 있어 좌파란 건 대체 뭘 의미할까요?"라고 묻고 싶다. 난 원래 내가 좌파라고 말하고 다닌 적이 없다. 진중권은 본인이 좌파라고 생각할 거 같은데, 난 잘 모르겠다. 그 점에 대해선 김규항에 대해 동의한다. 진중권은 좌파가 아닌 것 같다. 근데 김규항은 좌파가 뭐라고 생각하길래 진중권이 '좌파가 아니고 나는 좌파라고' 판단내리는 걸까. '중산층과 서민'이란 김대중-노무현의 레토릭을 사용하는 심상정이 더 이상 좌파가 아닌 건 맞는 거 같다. 그럼 심상정을 욕하는 사람들은 대체 무슨 근거로 자기들을 좌파라고 말하는 거냐.  


한 명씩 찾아가서 물어보고 싶다. 자랑스럽게 좌파라고 얘기하는 김규항은 빼고 말이다. 도대체 뭐가 좌파냐? 그런게 있기나 하냐? 그런게 없으면, 그럼 당신들이 그담부터 고민해야 하는건 대체 뭐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좌파를 찾아서 [29] 하뉴녕 2010-08-18 3447
114 김규항의 진중권 비평에 대해 [39] [1] 하뉴녕 2010-08-17 7157
113 돈키호테 하뉴녕 2010-08-13 3109
112 본격 은영전 비평 : 양 웬리와 탈정치성 [22] [1] 하뉴녕 2010-07-29 384968
111 [펌] 노회찬 서울시장후보 장외토론회 [6] 하뉴녕 2010-05-28 3508
110 [딴지일보] '반MS단일화',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사정 [37] [1] 하뉴녕 2010-04-19 6050
109 [88세대와 쌍용3] 88만원 세대가 쌍용자동차 투쟁과 만나지 못한 이유는? [21] [1] 하뉴녕 2010-04-06 5514
108 하지만 자기계발의 영역에서도 담론투쟁이 필요하지 않을까? [20] [3] 하뉴녕 2010-01-31 4500
107 강준만 한겨레 칼럼 “이명박 비판을 넘어서”에 부쳐 [21] [1] 하뉴녕 2010-01-18 4181
106 KBS에게 압박을 주는 방법? [14] [2] 하뉴녕 2010-01-15 1135
105 헐뜯기, 비판, 그리고 대중성 [21] [1] 하뉴녕 2010-01-07 1633
104 [아주문화] 우리 시대에도 ‘교양’은 가능할까 [25] [2] 하뉴녕 2010-01-04 3531
103 '투쟁하는 주체'와 '자기계발하는 주체' [2] [4] 하뉴녕 2009-12-21 2308
102 레닌을 사랑한 오타쿠 : AT 필드 뒤편에서 file [17] [1] 하뉴녕 2009-12-11 1979
101 이명박의 민주주의와 좌파의 문제 [28] [1] 하뉴녕 2009-09-20 3156
100 [딴지일보] 변희재의 논변 검증 (2) - 논객으로서의 진중권의 능력 검증에 대해 [5] 하뉴녕 2009-09-18 3328
99 ‘정당화’가 필요 없는 사회에서 정치평론하기 [30] [1] 하뉴녕 2009-09-17 2120
98 이택광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21] [1] 하뉴녕 2009-09-14 1849
97 [딴지일보] 변희재의 논변 검증 (1) - 강의자로서의 진중권의 능력 검증에 대해 [14] 하뉴녕 2009-09-09 11977
96 [딴지일보] 변희재 요정설 [16] [1] 하뉴녕 2009-09-03 3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