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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펌] 흥미로운 움직임들

조회 수 933 추천 수 0 2009.06.10 15:23:02

친구인 나조차도 종종 존재를 까먹는 노지아의 블로그에 현재 상황에 대한 훌륭한 분석글이 올라왔다. 너무 읽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서 내 블로그에 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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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여당 내 쇄신 요구에 대해 엇박자만 놓고 있다. '국면전환용(局面轉換用)'제스처는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꽉 막힌 발상이다. 지금 오히려 필요한 것은 국면의 전환이다. 소통하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을 밀어붙이는 것을 소신(所信)인 것으로 착각하는 구시대적 소영웅주의가 이명박정부 내에 만연해 있는 한, 그와 그의 정권이 이 나라를 효율적으로 이끌어나갈 길은 없다고 단언한다.

전직 대통령의 죽음 하나로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는 MB정부의 무기력과 취약성은 국민 보기에 면구스러울 정도다. 야당과 좌파세력이 일제히 '사죄'를 요구하며 그의 퇴진을 거침없이 요구하는 데까지 이른 것은 이 대통령이 그만큼 얕보이고 있다는 증거다. 솔직히 보수-우파측에서 보더라도 요즘 이 대통령의 발언과 보도사진들은 '남의 나라 대통령'의 것처럼 느껴진다. '경제살리기'도 고장 난 레코드처럼 들린다. 일부러 평상심을 연출하려는 것인지는 몰라도 그는 상황의 심각성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이 보인다.

(…)

그의 죽음을 오랜 여운으로 간직하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자칫 민심의 역풍에 몰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언제까지나 검은 띠를 두르고 의회정치를 보이콧하며 오로지 'MB사죄'로 매진할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 이 대통령과 함께 갈 수 없다면 앉아서 편리하게 사죄나 퇴진을 외치며 MB가 스스로 나가주기만을 바랄 것이 아니라 탄핵 등 구체적 절차를 밟으며 전국민적 동참을 유도하는 적극적 액션에 나서는 것이 옳은 태도다. 진정성이 없는 기회주의는 결코 오래갈 수 없다.
(그리 크게 놀라운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무려 김대중 주필의 말이다. 이쪽에 붙기도 애매하고 저쪽에 붙기도 거시기한 조선일보의 입장이 잘 드러난 것이 아닌가 싶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어정쩡한 포지셔닝이 단지 조선일보만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두번째 문단에서 적시하듯, 바야흐로 MB 정권에 대한 보수층의 이반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시국선언 정국"에서도 얼핏 엿볼 수 있는 바이기도 하다.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설마 이런 사람도 참여할 줄이야" 싶은 교수들의 동참이 상당하다고 한다.

이러한 이반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런 현상이 노무현의 죽음과 그를 둘러싼 과잉된 에너지에서 비롯된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김대중 주필이 차마 말하지 못하는 그것은, 조금 더 솔직한 버전인 조갑제로부터 발견된다. 그에 따르면 "李明博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 반이 다 되어가지만 '결단'이라고 표현할 만한 결정이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여론, 그것도 誤導된 여론에 머리를 숙였던 기억이 너무 강렬하다"(
Link)거나, "집권세력의 가장 큰 惡德은 무력함이다. 막강한 헌법, 경찰, 군대를 가진 李明博 정부의 無力함은 자기정당성에 대한 확신의 缺如(결여)에서 나온 것이다. 자기정당성을 부여하는 논리가 바로 理念, 즉 이론화된 신념체계인 것이다. 이념 없는 李 대통령이 개념 없는 행동을 계속하면서 깽판-건달 세력에 영합하고 선량한 국민들을 무뢰배들의 손에 넘겨주고 있으니 국민들도 自衛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될 단계에 이르렀다"(Link) 는 것이다.

그리하여 서로 내놓은 해답이 약간 달라 보이긴 하지만, 김대중의 발언은 단지 조갑제의 발언을 조금 유화시킨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소통'이란 결국 "국면전환용 제스처"에 지나지 않는 것이며, "야당과 좌파세력이 일제히 '사죄'를 요구하며 그의 퇴진을 거침없이 요구하는 데까지 이른 것은 이 대통령이 그만큼 얕보이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당을 향한 그의 요구는 차마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을 차도살인(借刀殺人)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그 내심은 조갑제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할 것이다.

결국 현재 진행되는 보수-우파의 이탈의 근본적인 이유는 MB 정권의 무능함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MB 정권의 무능이란, 항간에 일컬어지는 "무능한 독재정권"이라는 점이 아니다. 반대로 MB는 "독재"는 커녕 자신의 권력 기반을 장악하는 것조차 벅차다는 것이 진짜 문제다. 예컨대 검·경을 통한 공안통치가 바로 그러한 오해의 중심인데, 나는 지금 진행중인 이른바 '공안정국'을 MB가 적극적으로 리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임채진 전 검찰총장의 사퇴 직후 흘러나온 이야기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는데, 물론 그는 노무현 사건 수사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이러한 개입은 오히려
중수부의 수사를 방해하는 것이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그러하다. 중수부가 국정원의 개입과 임 전총장의 지시에 불응하면서까지(이 두 가지 모두 "권력 핵심부의 의중"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수사를 강행한 것은 외려 검찰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즉, 현재 검찰은 MB정권과는 좀 다른 층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경찰의 경우도 유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소위 "명박 요정설"이 등장할 정도의 형편없는 대응 수준은 경찰의 자체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지, 상부로부터의 감독에 의해 조율·계획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뿐만 아니라 MB가 별로 관심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주제인 문화 분야에서는 이런 상황이 좀 더 명백하게 드러나는데, 예컨대 한예종 사태가 그렇다. 외려 이 분야에서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 '좌파 세력'을 소탕하고 있고, 그 결과 역시 상당히 성공적인 상황인데, 이를 주도하는 것이 유인촌 문화부장관이 아니라 모 차관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즉, MB는 대한민국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권한 하에 있는 기관들조차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서 수많은 새끼 권력자들이 제멋대로 준동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혼란함이 MB정권으로부터 보수-우파들의 이반을 추동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MB정권 하에서 그가 권력기관들을 장악하고 있든 아니든, 최종적인 책임은 MB 자신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 점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다만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현재 진행중인 움직임들에서 공히 드러나는 것이 '더욱 강력한 지도자에 대한 희구'라는 것은 명백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희구는 단순히 보수-우파만의 것은 아닌 것 같다. MB 정권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이 모든 것의 배후에 MB가 있을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 상황인 셈이다. 이것은 "민주-반민주"라는 구도가 필연적으로 강력한 억압과 그에 대한 반발로서만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결국 지금 한국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강력한 지도자를 열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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