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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진정한 비관주의

조회 수 1885 추천 수 0 2009.03.30 23:20:45

이택광, "장기판 좌파" http://wallflower.egloos.com/1888057


재무설계사를 하는 친한 형과 "이 위기가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주제로 잠깐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 형의 얘기는 간단했다.


"만일 네가 여유돈이 5억쯤 있다고 쳐보자. 주식을 살 거야, 안 살거야?"


거기에서 얘기는 끝나버렸다. 물론 우리가 진짜로 자본주의의 종막을 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5억이라는 여유돈을 지닌 가상세계의 한윤형씨는 그 돈을 홀랑 날려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면 그는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재무설계사께서 친절하게 덧붙이시길, "자본주의는 어차피 또 거품을 만들어 내게 되어 있어." 비록 이번 위기가 기존의 공황과는 다른, 지금의 신자유주의를 고수할 수도 이전의 케인즈주의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그런 위기라는 사실을 인지하더라도 여전히 그렇다.


그후 다른 자리에서 또 다른 아는 형을 만났는데, 그가 칼 폴라니 얘기를 하면서 뭔가 근본적인 변혁이 오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하기에, 나는 저 재무설계사의 얘기를 인용했다. "만일 여유돈 5억이 있다면...주식 안 사시려구? 우훗." (나는 칼 폴라니에 대해 전혀 모르기 때문에 그의 논의를 비판할 능력도 의도도 없다. 내가 의아해하는 것은 칼 폴라니를 갑자기 끄집어 내며 디스토피아-유토피아 소설을 쓰려는 좌파들의 설레발이다.)


우파들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좌파들은 이 세계의 룰이 완전히 역전될 거라는 식의 '희망'을 준다. 하지만 현실을 꿈이 아니라 현실로서 대면하는, 그리하여 다음의 것을 대비하는 인식의 기반이 되기를 '희망'하는 비관주의는, 그런 손쉬운 희망은 어느 쪽의 것이든 거부한다.


어떤 분이 내게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었다.


"저는 비관주의자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지구가 곧 망할 것 같아요."


나는 거기에 대고 이렇게 대꾸했다.


"저는 더 비관적이에요. 아무래도 제가 살아 있는 동안엔 지구가 안 망할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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