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애도를 방해하는 도착증

조회 수 938 추천 수 0 2009.01.22 12:57:47


용산 사태에 대해 글을 쓰지 않았다. 사실 이렇게 엄중한 사안을 맞이하면 더욱 더 조심하게 된다. 다만 그 현장에 있던 이들이 얼마나 억울한 이였던가와는 상관 없이, 그들이 조직적으로 결의하여 폭력시위를 한 것이 적절한가 부적절한가와는 상관없이, (나는 폭력시위는 불법이므로 불가하다, 고 믿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개별적인 사안에서 폭력시위가 적절한가 부적절한가에 대한 판단은, 바로 그 사건에 대한 자료를 통해 이뤄져야 할 것 같다. 나는 전혀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 경찰의 진압에 의해 그런 사건이 일어났다면 일차적인 책임은 경찰에, 그러니까 국가에 있다는 것을 알 뿐이다. 그것은 공권력이 시민에 대해 우위에 있음을 인지하는 차원에서는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다. 시위대들이 먼저 경찰서를 습격한 것도 아닌 이상, 그들 역시 폭력의 도구를 손에 쥐고 경찰에 위협했다고 하여 경찰의 진압에 책임이 없다고 말하는 어법은 어불성설이다. 제 나라 땅에서 국가가 전쟁을 치르듯이 시민을 대해놓고 잘했다고 우기는 법은 없다.


물론 곤혹스러움도 있다. 이번 사건은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국가가 시민을 다루는 일상의 코드가 불운과 겹쳐 일어난 참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을 그저 '사고'라 칭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라도 저 '일상의 코드'가 비정상이란 사실을 깨닫고 바꾸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국가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이 사건이 이전 정부들과 다른 이명박 정부의 습성을 드러낸다고 믿는 듯 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립서비스를 가져다 놓고 비교하면서 "자, 어때? 그렇지??"라고 말하는 것이다. 물론 살아온 이력만으로도 볼 때 노무현이란 개인의 인권감수성이 이명박보다야 훨씬 상위에 놓일 것이야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그게 이 사안에서 뭐가 그렇게 중요한지는 전혀 모르겠다.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가 싫어서 비로소 소수자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고 이 문제에 있어 국가에 대한 책임을 묻게 되었다.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자신들이 처음 관심을 가졌다고 이런 일이 처음 일어났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이거야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고, 하려던 얘기는 다른 것이다. 누군가의 제보로 이글루스의 유명인 진명행 대인의 포스트와 그 아래에서 준동하는 위서가 패거리의 댓글을 보게 되었는데, 그 밑에서 위서가 대햏께서는 '좌글루스'의 ( 뭐가 좌글루스냐? 노글루스 아니었냐? ) 입진보들을 규탄하시면서 철거민 / 전철연 사망자들을 애도하는 이들이 사망한 경찰을 같이 애도한다는 것은 위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한 견해에 따라 1) 철거민 / 전쳘연 사망자와 2) 경찰 사망자 둘 중 하나만 골라 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도착증이라 아니 부를 수가 없다. 문자 그대로 국가 안에서 전쟁을 벌이자는 것이다. 심지어 전쟁터에서도 적군의 시신을 대신 수습해주고 부상자를 치료해주는 일이 있는데 말이다. 죽음 앞에서 우리는 애도의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 것을 요구해놓고 그들은 '나는 일관성을 지키고, 너희들은 일관성을 지키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참으로 한심하다.


사실 죽음만큼 공평한 것은 인간사에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언제 죽느냐, 어떻게 죽느냐가 제각기 다르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죽음은, 누구에게나 싫은 것이고, 절대적이고 비가역적인 사태다. 이 절대적인 간극 앞에서 우리가 말할 수 있는 모든 '사소한' 차이는 형해화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장 공평한 죽음이란 사태에 대해 가장 공평하게 애도를 나누어주는 것이 도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정리상 가까운 이의 죽음에 더 기우는 것은 사실일지라도, 무슨 정치적 입장에 따라 애도를 하고 말고를 결정하는 꼴은 우스운 것이다.


방금 내뱉은 말들은 개똥철학으로 넘기기로 하고, 애도의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이들을 보고 나는 그들의 편협한 정신세계를 실천적으로 조롱하는 한 장면을 떠올렸다. 그것은,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사건의 주인공 조승희씨의 무덤에 꽃을 바치던 미국인들의 모습이었다......




P.S 아 하긴 젊었을 때 기자들의 모범이셨던 조갑제 선생님께서 그 사건 때 주미대사가 미국측에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었지...; 참으로 한국 우파는 늙으나 젊으나 훈늉하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7 [딴지일보] 노무현의 부활 [21] [3] 하뉴녕 2009-06-01 3900
76 [딴지일보] '노무현 시대' 이후에도 진보정치는 가능할까? [15] [2] 하뉴녕 2009-04-21 4704
75 구글 vs 한국정부 감상법 [12] [3] 하뉴녕 2009-04-17 1579
74 [대학내일] 그들은 정말로 대한민국을 통치했을까 [6] [1] 하뉴녕 2009-04-13 914
73 [대학내일] 대법관 재판 개입 비판이 '좌파적'인가? [11] [3] 하뉴녕 2009-03-17 1372
72 촛불시위와 중간계급 [12] 하뉴녕 2009-03-15 888
71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비판에 대하여... [8] 하뉴녕 2009-02-20 961
70 이해가 안 가는 국군 보급의 민영화... [16] 하뉴녕 2009-02-17 996
69 시장주의와 공공성, 그리고 잃어버린 십 년 [3] 하뉴녕 2009-02-14 1647
68 [대학내일] 용산 참사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들 [4] 하뉴녕 2009-02-09 1023
67 책사질의 유혹 [6] 하뉴녕 2009-02-04 1862
66 국가주의는 파시즘으로 통하는 지름길? [23] [2] 하뉴녕 2009-01-27 3213
» 애도를 방해하는 도착증 [7] 하뉴녕 2009-01-22 938
64 미네르바 이야기 [30] [1] 하뉴녕 2009-01-20 2303
63 촛불시위의 효과? [3] 하뉴녕 2009-01-06 923
62 MBC 노조 파업 현장의 "싸구려 커피" [6] 하뉴녕 2009-01-03 1746
61 [씨네21/유토디토] MB냐 관료주의냐 [6] 하뉴녕 2008-12-19 1515
60 MB냐 관료주의냐 [1] 하뉴녕 2008-12-08 938
59 노빠를 경계함 - 에피소드 2 [26] 하뉴녕 2008-12-01 1658
58 [씨네21/유토디토] 노빠를 경계함 [18] 하뉴녕 2008-11-28 1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