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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진보신당 왜 생겨났나?

조회 수 1249 추천 수 0 2008.03.29 19:52:01

이 글은 진보신당의 지지를 호소하는 글은 아니다. 나는 소심한 사람으로, 선거법을 위반하려는 의사가 전혀 없다. 다만 나는 진보신당의 존재 자체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진보신당이 왜 생겨났고 어떤 당인지에 대해 약간의 정보를 전달하려고 한다.


1. 왜 민주노동당에서 떨어져 나왔나?


2004년 소위 민주노동당에서 '자주파'가 당권을 잡은 후 많은 문제가 누적되었다. 자주파의 세계관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남한에서 국가보안법 철폐와 주한미군 철수를 실현시키는 '자주적 민주정권'이 탄생하면, 이 남한 정부와 북한 정권이 연방제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우리 사회의 대부분의 문제가 해소된다고 그들은 믿는다. 자주파를 북한의 의중을 대변하는 완전한 '종북주의자'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연방제 통일 방안은 북한 정권이 체제 경쟁에 나름대로 자신있을 때 만들어낸 것으로, 지금의 북한 정권은 이런 방식의 통일을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주파는 대선 정국에서 김대중이나 노무현 등 개혁적이라 알려진 민주화 진영의 후보에 대해 소위 '비판적 지지'를 해왔다. 그들이 대통령이 되면 국보법 철폐와 주한미군 철수가 실현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 기대가 좌절되자 그들은 대거 민주노동당에 입당하여, 민주노동당 집권을 통해 자신들의 꿈을 실현하려고 했다.


자주파가 아닌 사람들은 이들이 대중정당에서 운동을 하면 무언가 바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은 거기에서 멈춰 있었고,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하는 소득을 거둔 이후 적극적으로 민생정치를 펼치는데 큰 장애가 되었다. 가령 이들에겐 국가보안법 철폐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에, 당 예산의 대부분을 거기에 쏟아부으면서 다른 문제는 외면했다. 국가보조금까지 받는 정당이었던 민주노동당의 재정이 날로 악화되었다.


열린우리당이 소위 4대 개혁입법에만 신경을 쓰고 사회경제적 문제에선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는 태도를 취하여 지지를 잃어 가고 있던 그 상황에서 민주노동당 역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좀 더 과격하게 열린우리당의 노선을 표방하는 것으로 인지되었고, 의미있는 세력으로 국민에게 각인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일심회 사건'이라는 것이 터졌다. 민주노동당의 주요 간부에 대한 정보를 어느 자주파 활동가가 북한에 넘겼다는 사실이 밝혀진 사건이었다. 민주노동당의 친북성향에 대한 세간의 의구심이 증폭되었고, 자성과 혁신의 목소리가 일어났지만,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자주파들은 '코리아 연방 공화국'을 내세운 권영길 후보를 대선 3수생으로 선출했다. 권영길 의원은 원래 자주파는 아니었지만, 이때엔 자주파의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다.


2007년 대선에서 2002년 대선만큼의 지지율도 얻지 못하는 '참패'를 기록하자, 당내에서 혁신을 말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자주파 노선에 대한 비판과, 일심회 사건에 연루된 당원에 대한 징계 요구가 이어지면서, 조승수 전 의원을 비롯한 일부 당원들이 탈당하기 시작했다. 심상정 의원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임되어 민주노동당을 개혁하려고 했지만, 일심회 사건 연루자 제명 등의 내용을 담은 최소한의 수준의 당대회 안건이 자주파에 의해 부결되자 신당 창당에 합류하게 되었다.


심상정, 노회찬 전 의원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탈당자들이 나와서 기존의 탈당자들과 함께 '진보신당 연대회의'라는 것을 결성하게 되었다.



2. 왜 진보신당이란 당명을 채택했나?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현재 진보신당의 정식명칭은 '진보신당 연대회의'다.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 이후 1만 5천명이 넘는 당원이 탈당했으되, 그중에서 8천명 가량의 당원이 진보신당에 입당했다. 진보신당은 아직 당 체제와 당 강령을 완전히 확정짓지 못한 상태다. 총선에 너무 임박한 상태에서 갈라져 나왔기 때문에, 창당 당원 사이에 충분한 토론의 기회를 가질 수 없었고, 바로 총선 정국에 뛰어들어야 했다. 심상정 전 의원 등 당 지도부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총선 전 진보신당의 필요성을 느끼는 이들이 1차적으로 창당하고, 총선 후 민주적 논의를 통해 창당의 절차를 마무리 짓자는 2단계 창당론을 제시했다. 현재 진보신당 연대회의는 1단계 창당만 진행되어, 총선에 임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민 경제의 문제를 끌어안는 진보정당의 가치는 표명했으되, 구체적인 체제와 강령, 당명 등은 총선 후에 완전히 결정될 것이다.



3. 그들은 왜 진보신당이 필요하다 생각하나?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경제적 이념이 동일하다고 보고 있고, 이 문제에 대해 기존의 민주노동당이 올바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경제는 누가 해도 똑같다."라고 말한 바 있고, 이명박 정권의 경제 브레인인 이한구 역시 "참여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버려서 (경제정책에서) 그다지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대북정책과 일부 정치적인 문제에서 차이가 있고 반목할지라도, 경제 문제에서는 대동소이하다는 의미다. 그런 결과로 경제성장과는 상관없이 서민들의 생활은 점점 더 힘들어져만 가고 있다고 진보신당 사람들은 생각한다.


민주노동당이 이런 문제에 대해 적극 대응해야 했으나, 앞서 언급했듯 자주파들의 세계관을 따라 국보법 철폐 등의 문제에만 지나치게 강경대응함으로서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사람들은 이명박을 지지해서 대통령으로 만들었지만, 금세 지지율의 거품이 꺼지고 있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누구에게도 온전한 신뢰를 보내지 못한다. 민주주의적 의사결정이 서민들의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는 것이다. 이 믿음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한국 사회는 정치적인 것에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는 매우 낙후한 국가가 될 것이다. 진보신당은 민생 정치에 대한 요구를 정치권에 끌어들이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려 한다. 비록 당장은 조직도 부족하고 역량도 부족할 수 있지만,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것이다.


진보신당은 그외에도 민주노동당 시절 많이 챙기지 못했던 생태 문제와 여러 종류의 소수자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평등 / 생태/ 평화 / 연대 라는 구호는 이런 맥락에서 배출되었다.




4.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나?


앞서 언급된 것처럼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후 우수한 의정활동을 벌인 노회찬, 심상정 전 의원이 주도적이다. 홍보대사로 <말죽거리 잔혹사>에 출연한 영화배우 김부선, 문화평론가 진중권, 영화감독 변영주, 박찬욱, 임순례, <불멸의 이순신>의 소설가 김탁환 등이 활동하고 있다. 영화계와 지식인들은 별도의 지지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서른 네명의 지역구 후보가 출마한 가운데 노원병에서 한나라당 홍정욱 후보에게 박빙 우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노회찬 후보의 선거운동 현장에는 영화배우 박중훈과 가수 하리수가 도움을 주고 있고, 고양 덕양갑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맞서 선전하고 있는 심상정 후보를 영화배우 문소리가 적극 지지하고 있다. 비례대표 후보는 11명인데 1번에 장애인 여성 운동가 박영희, 2번에 이랜드노조의 이남신이 선출되었다.  





진보신당연대회의 홈페이지 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성명/논평이나 정책 공약 해설 등의 자료를 통해 어떤 성격의 당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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