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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칼럼과 장하준

조회 수 1991 추천 수 0 2007.10.24 15:45:29
[김순덕 칼럼]장하준과 ‘착한 경제학자들’


드디어 우리도 세계적인 경제학자를 갖게 되는 모양이다. 영국에서 먼저 출간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에 대해 외국 언론에 잇따라 평이 나오고, 아직 책도 안 나온 미국에서 관심을 보일 정도다. 우리나라에선 지난주 번역돼 벌써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참여정부가 극찬한 이단 경제학

그런데 반응이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와 파이낸셜타임스는 “역사적 기록이 불확실하다” “역사적 교훈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과거 보호주의로 성공했으면서도 개발도상국에는 자유무역 자유시장을 강요하는 선진국을 ‘나쁜 사마리아인’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식으로 해석하자면 ‘주류’ 보수언론의 악의적 보도가 아닐 수 없다. 2년 전 비슷한 논지의 장 교수 책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읽었다며 국정에 응용했던 대통령이 안다면 내심 난처할 것 같다. ‘대못질’을 지시할 수도 없고.

시장과 세계화를 중시하는 주류 경제학계의 시각에서 장 교수가 비주류인 건 사실이다. 빈부격차 등 세계화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주류는 교육과 직업훈련 일자리를 통한 해결을 찾는 반면, 비주류는 세계화나 신자유주의 반대를 주장한다.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에선 시장보다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학자가 많아야 15%여서 ‘이단(heterodox)’으로 불린다. 장 교수의 프로그램 역시 이들이 정보를 나누는 이단 경제학(heterodox economics) 뉴스레터에서 찾아볼 수 있다.

3년 전 대통령이 성장과 함께 가는 분배를 강조하며 거론했던 조지프 스티글리츠도 남미 포퓰리즘 부활에 한몫한 인물로 평가된다. 참여정부 경제를 설계한 이정우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정신적 스승 헨리 조지 역시 주류와는 거리가 멀다.

물론 학자에게는 학문의 자유가 있고 학문적 소신은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하필 우리나라 경제정책이 학계에서 인정받고 세계적으로 입증된 주류이론 아닌 비주류의 논리에 좌우됐다는 건 비극이다. 그 결과가 ‘잃어버린 5년’이고 외환위기 이후 11년 만에 닥칠 경상수지 적자다.

포퓰리즘의 큰 특징은 정권이 선거에 의해 뽑혔다는 이유만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는 데 있다. 경제에선 시장은 물론 재정적자를 무시한 분배정책으로 나타나고, 정치에선 헌법과 사법제도 등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무시한 비자유적 민주주의로 군림한다. 민주주의가 자유의 제도화를 뜻한다면 그 제도를 박살내고 정권의 자유만 추구하는 게 포퓰리즘이다.

시장이 경제발전을 촉진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재정건전성 정책 또한 나쁜 사마리아인의 요구이니 ‘세입을 초과한 지출’도 해야 한다는 장 교수의 주장은 지난날 남미를 말아먹은 포퓰리즘과 다르지 않다. 더욱이 그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의 손에서 중요한 결정을 빼앗아 선출되지 않은 기술 관료들의 손에 넘기는 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했다. 참여정부가 숱하게 외쳐 온 주장과 기막히게 일치한다.

나쁜 정책에 죄 없는 국민만 피해

영국에 살고 있는 장 교수는 쉽고도 당연하게 연구 결과를 밝혔을 것이다. 하지만 국책연구기관조차 재정지출 억제를 권고한 이 땅에 사는 우리는 내 아이가 짊어질 나랏빚이 무섭다. 정당과 국회는 물론 헌법도 우습게 아는 정권을 만난 탓에 대통령선거가 코앞인데도 범여권 후보조차 감감한 우리는 올해가 무사히 지나갈지 두렵기 짝이 없다.

정부 개입을 강조한 비주류 경제학자들은 죄가 없다. 그러나 무능한 정부를 모신 죄 없는 국민은 피해가 막심하다. 만일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힐러리 로댐 클린턴 상원의원이 당선돼 장 교수 주장대로 보호주의를 채택한다면 당장 우리나라가 피해를 볼 판이다. 착한 경제학자는 있을지 몰라도 착한 경제학은 없다. 되는 경제학(주류)과 안 되는 경제학(비주류),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정치꾼이 있을 뿐이다.

김순덕 편집국 부국장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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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글써서 밥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은 몇명 되지 않는다. 그런 이들 중에 이렇게 무식한 사람도 섞여 있다는 걸 알면 화가 나는 것도 당연하다. 더욱 화가 나는 건 '집단지성'을 자랑하며 평론가와 지식인들을 우습게 여기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네티즌들께서도 이런 무식한 소리를 그냥 지나치신다는 사실.

장하준 가지고 검색하다가 발견한 글인데, 나온지는 벌써 2주나 지났다. 하지만 잠깐 검색해본 바로는 이 글을 비판한 블로거는 없는 것 같다. 이건 관점의 문제가 아니라 팩트의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나쁜 사마리아인> 아직 안 읽었다. 하지만 장하준은, 경제정책에 관한 한 박정희가 옳고 김대중-노무현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다. <쾌도난마 한국경제>에 나오는 그의 주장을 정리하면 박정희는 반민주주의-반자유주의자고, 노무현은 민주주의-자유주의자다. 박정희는 전자는 틀렸지만 후자 때문에 경제를 발전시켰고, 노무현은 전자는 옳지만 후자 때문에 경제를 말아먹고 있다, <쾌도난마 한국경제>에 나온 장하준과 정승일의 대담을 도식적으로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영어로 쓰여진 <나쁜 사마리아인>에서도 역시 서문에 자신의 모국인 한국 경제가 발전한 이유를 서술하면서, 개발도상국에게 자유무역을 하면 경제가 발전할 거라고 우기는 선진국들의 위선을 폭로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런 견해에 동의하지 않을 수는 있다. 김순덕이 언급한 영국 언론들이 그랬듯이. 하지만 장하준=참여정부 경제학이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쾌도난마 한국경제>는 첫페이지부터 마지막까지 참여정부 경제정책을 까고 있는데, 그게 "참여정부가 극찬한 이단 경제학"이라고? 이정우 등과 같이 엮은 건 웃기지도 않다. 장하준은 이정우 등과 토론회에서 언제나 싸워왔고, 심지어는 그들보다 오히려 중앙일보 (고)정운영을 편들었을 정도인데.

도대체 이런 거짓말을 늘어놓을 수 있는 강단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간단하다. 꼰대들은 동아일보는 읽지만 책을 안 읽고, 애새끼들은 인터넷은 하지만 책은 안 읽으니까. 그리고 책을 읽는 1만명 가량의 사람들 중에 인터넷에서 활동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설령 활동해봤자 무시당하기 일쑤니까. 기껏 이 칼럼을 비난한 네티즌 의견은 '참여정부 잘했다' 운운이다. 네티즌이 '무지'한 언론을 교정하고 싶다면, 적어도 그보다는 더 '유지'해야지. 이건 뭐 우리 다 같이 무지하니 니가 그 회사에서 돈받는거 인정할 수 없다는 '하향평준화' 논리도 아니고. (하긴 그런 논리도 성립하긴 한다.)

유시민의 <대한민국 개조론> 등식 박정희=노무현=한미 FTA
김순덕의 '착한 경제학자들' 등식 박정희=신자유주의↔노무현?  

정말 대한민국을 양분하는 정치적 세력의 경제인식이 이 모양이니. 나라꼴 좋다.

두줄요약:  남 욕하는 건 안 말리겠는데, 제발 남의 총알 뺏어들고
              자기 거라고 우기지는 말지 말입니다.

 


P.S
"만일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힐러리 로댐 클린턴 상원의원이 당선돼 장 교수 주장대로 보호주의를 채택한다면 당장 우리나라가 피해를 볼 판이다."
-> 힐러리가 FTA 비준 거부해준다면 나는 덩실덩실~

P.P.S
"되는 경제학(주류)과 안 되는 경제학(비주류)"
-> 설마하니 알고도 거짓말한 거라고 좋게 이해해 주려고 했는데, 이런 구절을 보니 일부러 거짓말 했다 해도 김순덕은 무식하고 천박한 사람이다. 경제학자 개인의 입장에서, 주류경제학이 되는 경제학이고 비주류 경제학이 안 되는 경제학일 수는 있다. 아무래도 주류 쪽이 교수자리가 더 많을 테니까. 하지만 주류가 한 나라 경제를 되게 하고 비주류가 한나라 경제를 말아먹는다는 견해는 성립하지 않는다. 학문적인 관점에서 주류와 비주류를 저렇게 나누는 건 중심화가 지나치게 심한 한국 땅의 관점에 뇌수를 푹 절여서 살다보니 기본개념이 마비되어서이다. ('15%'를 우습게 아는 것도 지극히 한국적이다.) 가령 의학에서 어떤 병에 대한 주류 견해와 비주류 견해가 있다고 쳐보자. 그 비율이 85% 대 15% 쯤 된다고 치고. 그럼 그때 주류 견해는 '사람 치료하는 견해'이고 비주류 견해는 '사람 더 아프게 하는 견해'인가? 지금 장난하나? (그렇게 썼다간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게다.)

P.P.P.S
......덕분에 저는 아주 가끔 이런 식으로 스트레스나 푸는 용도로 블로그를 유지하기로 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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