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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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서는 21세기 초 한국 20대들의 정치적 무능을 보여주는 위대한 기념비로 보관되어야 한다. 농담이 아니라, 혹시 피지알이 사라지는 일이 있을까봐 링크도 안 걸고 이렇게 퍼다놓은 것이다. 이 문서에는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
첫째, 부정한 어른(돈)과 순수한 아이(팬)의 구도가 있고,
둘째, 후자가 훼손되었을 때엔 거기에 항의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의 동력을 상실하고야 마는 천진난만함이 있으며,
셋째, 합의가 되지 않는 것을 두려워 하는 정치에 대한 공포증이 있고,
넷째, 그들 윗세대(가령 386)와 마찬가지로 "상식이라 믿는 것들이 갈라지는 때가 정치적인 순간"이란 사실을 인지하기 거부하는, '상식'이란 단어를 끝까지 판단의 최종심급으로 사용하는 도착증이 있다.
이 모든 것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이다. 나는 일전에 "‘스타리그를 좋아하는 순수한 팬’이라는 범주는 ‘협회리그’가 등장하는 순간 백만년전 과거 속으로 사라져 버릴 것이다. 왜냐하면 그때는 어느 누구든 자신의 선택에 대해 정치적 변명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일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그런데 이들은 협회리그가 출범하기도 전에, 이미 '순수한 팬'이란 범주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범주가 가능하지 않다면 '순수한'은 때려치더라도 '팬'으로 남기 위해 '정치적 변명'을 해야 하는 시기가 있다. 외적 요인들에 의해 스타리그가 막장으로 치닫는 지금은 분명 그런 때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 사실을 인지하기 거부한다. '순수한 팬'이 아닌 다른 무엇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남은 결론은? 논쟁에서 빠지는 것 뿐이다.
물론 피지알 게시판이 문을 닫는다는 것이 그들이 모두 손을 놓을 거라는 사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운영진 중에 다른 입장을 가진 이가 있었을 수 있고, 그들은 피지알이 아닌 다른 틀에서 활동을 해야겠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피지알에 드나들던 이들 역시 스갤러들이 만들어놓은 몇 개의 커뮤니티에서 스타리그의 막장을 저지하기 위한 모종의 행동을 취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목좋은 곳을 스스로 포기하는 정치적 자살행위가 있었고, 그 행위에 시사점이 있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어떤 궤변을 들이대더라도 지금이 피지알 게시판을 닫는 시점일 수는 없다. 운영진 사이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그대로 두면 될 일이다. 게시판에서 사람들이 논쟁을 한다 해도 그대로 두면 될 일이다. 무언가 행동을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피지알은 스타리그 팬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으로써도, 지금 이 순간에 충분히 무언가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른'들에게 상처받기 싫어서? 그 '어른'들의 농간에 놀아나 '아이'들끼리 서로서로 상처주는 것을 보기가 싫어서? 이쯤이면 피터팬 컴플렉스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에는 기회비용이라는 게 있다. 그들은 결국 상처받기 싫어서 스타리그로부터 철수한 것이나 다름없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타인에게 요구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그 요구들의 조율에서 '정치'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이런 정도의 일이다. 거대 서사, 혹은 이데올로기가 사라진 시대에 들어서야 할 것은 그런 사적 개인들의 '정치적 능력' (정치인들이 정치자금을 모으고 자기네 당의 덩치를 불리는 능력과는 다른 의미의)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정치의 진공상태'다. 윗세대들로부터 부당한 조롱을 받아도 분노할 줄 모르는 그들의 뒤틀린 죄의식 혹은 자의식은, 한국현대사에서 가장 정치적으로 무능한 세대를 출범시켰다. 그들은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 왜냐하면 그들 스스로 그들을 사랑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인지하고 인정하지 못하는 한, 그들은 기껏해야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할 뿐이다.
그러나 '상식'에 대한 그들의 관점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전 사회적인 것이며, 사회문제에 대해 그렇게 나이브하게 바라보는 감성이 정치영역으로 투사될 때 '상식'이나 '희망'이란 단어만을 점유함으로써 사람들을 열광시킨 어떤 정치인이 이해될 수 있다는 점은 따로 지적되어야 한다.
한 줄.. 혹은 한 편의 글을 올리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해야하는 그곳이 좋았더랬는데 말이죠..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