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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Oldbox › 제정신

윤형 2010.09.12 10:55:31

 

일전에 제정신 차리고 살기 힘든 세상이라고, 아니 제정신이 뭔지도 모르겠는 세상이라고 푸념한 적 있는데,

그냥 갑자기 떠올라서, 혹은 그냥 멋있어 보이려고 한 말이 아니라 진심이다.

 

사람들이 제각각 조금씩 미쳐 있다는 생각을 요즘 하곤 한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컨트롤이 되는 정도이고,

그래서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는 정도라면, 조금씩 미쳐 있는 부분을 대략 감춰가며 살아가는 것이겠지.

 

그런데 나의 경우 이게 어떠냐면, 점점 '글쓸 때의 나'만 제정신인 것 같다.

사실 글쓰면서 제정신인 것도 얼마나 어려운 일이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글이 바깥 세상을 담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정신병만을 드러내고 있느냐.

그리 본다면 글쓸 때 제정신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쓴다는 건 분명히 미덕이겠지.

 

그러나 그건 내 글을 쳐다보는 사람에게나 '미덕'이 되고,

정작 나 자신의 생활에선 그렇지가 않다.

이를테면 글쓸 때의 나를 제정신으로 만들기 위해,

나의 일상생활은 좀 정신이 나간 상태로 침식되고 있단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뭐 물론 막 타인이 보기에 막 미쳐보이고 그런 건 아니기 때문에 어찌어찌 살긴 산다.

 

하지만 가끔은 내가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이란게 나오기 위해 날 살려두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라는 것이 이런 상태를 의미하는지를,

물론 예전에는 알지 못했다.

 

그걸 알았더라도 이렇게 살려고 했을까?

물론 이렇게 살 때에 고통만큼이나 쾌락이 주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그런 선택권 따위 있지도 않지만,

가끔 내게 선택권이 있다면 어떤 선택을 내릴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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