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먹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그 다음으로는 열량을 공급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물에 대해서는 구역질을 하지 않지만 참치캔에 대해서는 여전히 구역질을 한다. 캣닙을 뿌려봐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적절한 먹이가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냉동실을 열어 멸치 몇 마리를 꺼냈다.
사람도 단식을 하면 회복을 할 때에 특별히 몸에 부담이 되지 않는 것을 먹는다. 고양이라고 다를까? 멸치로 죽을 쑬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일단은 끓여서 국물이라도 마시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열량은 거의 없을 것이나 냄새나 이런 것에 익숙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5~6마리의 멸치를 작은 냄비에 넣고 물을 손목이 잠길 정도로 부어 팔팔 끓여서 국물을 냈다. 최대한 냄새를 엷게 하려고 찬 물을 섞었다. 이렇게 만든 멸치국물을 고양이 앞에 가져다 놓았다. 고양이는 냄새를 조금 맡아보다가 구역질을 했다. 나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멸치국물이 담긴 그릇 쪽으로 머리를 향하도록 했다. 한 10분 정도 실갱이를 벌이자 고양이가 그릉그릉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혓바닥을 내밀어 멸치국물을 핥는 것이 아닌가? 참 성격이 좋은 고양이다.
물을 먹듯이 쉽게 먹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멸치국물을 먹었다는 것은 대단한 발전이다. 일단 멸치국물의 농도를 높이면서 또 다른 먹을 것을 생각해보기로 하였다.
아침에 확인해보니 고양이가 앉아있던 박스에 오줌을 싼 것 같다. 화장실 까지 갈 여력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자기가 오줌을 싸는지도 몰랐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