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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작년말부터 여러 곳에서 진보와 개혁진영의 정치개편을 주장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빅텐트론이니 비민주통합정당이니 진보통합이니 등등. 이명박 정권 3년에 대한 절망 속에서 나온 나름의 진지한(?) 고민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진보신당도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여기저기서 이름들이 언급되는 듯 하다. 우리의 고민도 깊어지고 더 넓어져야 할 것이다. 다만 우리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서,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와 내일을 조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연말 연초를 맞아 이와 관련한 아주 작은 고민들을 개인적으로 정리해서 내 블로그(blog.naver.com/jjkpssp)에 올리곤 했다. 계속해야 할 숙제이고,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나타나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그런데 이와는 조금 별개로 아래의 인터뷰를 보면서 찐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느껴서 간략한 언급을 하려고 한다. 조국 교수는 참 많은 기대를 갖게 만드는 사람이다. 글, 풍모, 자세 등에서 좋은 인상을 받고, 몸 담고 있는 공간과는 별개로 우리 진보운동의 훌륭한 자산이라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 김호기 교수에 대해서는 이러저러한 특별한 느낌과 감정은 없다. 그런데 아래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조국 교수에게 큰 실망을 하게 된다. 소위 ‘가설정당’, ‘임시정당’과 관련한 언급 때문이다.
 
소위 임시정당론은 조국 교수가 처음 언급한 것이 아니다. 2007년에도 김근태씨가 주장했고, 더 구체적으로는 2010년 2월 24일 정동영 의원이 주최한 지방선거 토론회에서 임시정당 가설정당에 대해 연구용역을 주어 발표를 한 바 있다. 그 토론회에 진보신당에서는 정종권이, 민주노동당에서는 이의엽 정책위 의장이 토론자로 참석한 바 있다.

그 토론회에서 정종권과 이의엽은 임시정당을 만들어서 지방선거에 한나라당과 1:1로 붙어야 한다는 발제자와 정동영 의원의 주장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특히 나는 발제자였던 교수에 대해 한국의 정치관계법, 정당법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는 심한 발언까지 하였다. 이 비판은 지금의 조국 교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 같다. 조국 교수는 법학을 전공한 교수이다. 자신의 바램과는 무관하게 현행 정치관계법과 정당법은 알 것이라고 보는데 좀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의 내용은 2월 24일 토론회에 정종권이 토론문으로 배포한 것의 일부분이다.

3. 기호 통일 및 전술(임시)정당론에 대하여

- 기호통일론은 하나의 정당으로 출마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위해 전술적인 임시정당을 만들자는 주장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한마디로 말하면 한국의 정치관계법에서는 전술(임시)정당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복수당적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 정치관계법 때문에 후보와 그 후보를 선출하는 당원 모두가 자신의 정당에서 탈당하여 전술정당으로 이적해야 한다는 점, 선거에 정당의 정식 후보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그 정당이 정식 창당과정을 완료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1,000명 이상의 당원을 가진 시도당 5개 이상을 완료해야 한다는 점, 이 두가지만 지적해도 될 듯하다. 임시가 아니라 일상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환경은 전술정당은 커녕 선거연합 자체도 어렵게 만들고, 수많은 장애와 제한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이것은 정치개혁의 과제로 고민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이러한 전술정당에 대한 논의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필연적으로 보통의 일반 통합정당론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이것의 법률적 근거는
제42조 (강제입당 등의 금지) 
②누구든지 2 이상의 정당의 당원이 되지 못한다.

제55조 (위법으로 정당에 가입한 죄)
제42조(강제입당 등의 금지)제2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2 이상의 정당의 당원이 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가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그 외에도 관련 규정이 몇가지 더 있다. 그래서 특정정당의 국민경선이나 오픈프라이머리의 경우는 1일 입당 등의 편법을 사용하는 것이며, 복수 정당의 후보단일화의 경우는 여론조사 혹은 그 변형으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조국 교수가 연립정부, 진보개혁연대론 등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탓할 생각은 없다. 나름의 고민이 담긴 것이기에 진지하게 검토하고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내 의견도 그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의 정치관계법이 이탈리아처럼 선거연합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는 법적 환경이 전혀 아니라는 점을 사실관계 차원에서 지적하는 것이며, 선거연합과는 별개로 한국의 정당법이 2중당적을 인정하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가설정당 임시정당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조국 교수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있기에 상당히 실망스럽고 이해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2011년 오마이뉴스 김호기-조국 인터뷰 중에서

.....조국 :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은 즉각 통합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유시민으로 대표되는 국민참여당도 자신의 향방을 분명히 정해야 한다. 2011년 진보개혁진영의 정당을 두 개 정도로 소통합하고, 이렇게 정리된 정당 간에 정책연대, 선거연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때 '쉐도우 캐비닛'을 만드는 것은 필수이다. <진보집권플랜>에서 제안한 '드림팀 놀이'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이탈리아의 '올리브동맹' 같은 가설정당을 만들 필요도 있다. 사실 브라질 룰라의 PT당 안에도 여러 정파가 있으며, 남아공 민족회의(ANC) 안에도 여러 정당이 존재한다. 우리도 그런 모델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 선거법상 경선 문제는 어떻게 되나.
조국 : "현행 선거법상 정당 내에서만 경선이 가능하다. 여러 당끼리 경선 하는 방식의 국민경선제는 선거법상 불법이다. 그래서 가설정당(서류로 등록된 페이퍼정당)을 제안한다. 현행법상 정당의 이중 멤버십이 가능하다. 도상계획일지 모르지만 이러면 어떨까 한다. 진보개혁진영의 정당 지도자와 시민정치세력의 인사들이 2011년 가설정당을 설립한다. 동시에 정당들은 두 개 정도로 소통합한다. 이후 두 정당의 모든 당원들이 가설정당에 가입한다. 그리고 이 가설정당 안에서 국민경선을 치른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러한 가설정당을 '올리브동맹'이라고 불렀고, 이를 통하여 이겼다."


WD

2011.03.03 00:06:29
*.116.201.223

아래에 쓴 댓글을 바로 무색하게 만드는 글이군뇽!

WD

2011.03.04 19:27:55
*.116.201.223

근데 정종권씨는 이 기사에 의하면 노전대표의 가설정당론을 지지하고 있네요.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21755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건지, 기자가 그의 발언을 자기 입맛에 맞게 '맛사지'해서 기사를 내놓은 건지...

아무튼 종잡을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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