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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추진 '매가뱅크의 불순한 진실' …
[경제 포커스]우리금융지주 재매각 '관치' 논란…부작용, 글로벌 금융위기 교훈 잊었나
이한진·진보금융네트워크 연구실장 | media@mediatoday.co.kr
2011.05.26  13:44:24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 지분(56.97%)에 대한 재매각 방안을 지난 5월 17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매각 작업이 중단된 이후 5개월 만에 발표된 이번 방안은 세 가지 측면에서 작년 말의 매각안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차이 때문에 초대형 은행(mega bank)의 적절성 여부 보다는 ‘관치금융’ 논쟁이 더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먼저 이번 재매각 방안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금융지주 산하의 자회사를 분리하지 않고 일괄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계열사인 지방은행(경남, 광주은행) 매각을 분리하여 추진하였다. 둘째, 최소입찰 규모를 지난해 4%에서 30%로 상향 조정하여 경영권을 양도하는 지분 매각임을 분명히 했다. 셋째,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인수할 경우 지분 95%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는 금융지주사법 시행령을 50%로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첨부했다.

이러한 차이와 더불어 그간 산은금융지주가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인수 의사를 공공연하게 드러냈었다는 사실 때문에 정부가 산은금융지주를 미리 인수자로 선정해 놓고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민영화를 추진 중에 있긴 하지만 산은금융지주는 현 시점에서 볼 때 지분 100%를 정부(한국정책금융공사 90.26%, 대한민국정부 9.74%)가 소유하고 있는 국책금융기관이라는 점 때문에 ‘초대형 관치은행 탄생’이란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는 것이다.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이 지난 4월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주재 시중은행장 조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그런데 대개의 주류 언론과 학자들이 언급하는 ‘초대형 관치은행의 탄생’이라는 식의 문제제기와 논쟁 방식에는 두 가지 측면에서 큰 문제가 있다. 첫째, 규모의 경제 차원에서 다뤄야 할 ‘매가뱅크(초대형 은행)’와 소유구조의 측면에서 살펴봐야 할 ‘관치’라는 문제는 서로 다른 맥락에서 논의되어야 할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혼용하여 다루다 보니 초대형 은행의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MB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고 있는 정책금융기관 사유화(or 공공기관 사유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물론이고 논의 자체가 매우 불충분한 상태에서 ‘관치’라는 멍에를 지렛대로 사유화를 정당화시키려는 불순한 의도가 엿보인다는 사실이다.

먼저 매가뱅크론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은행 대형화의 기대효과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근거는 규모의 경제 실현이다. 합병을 통해 일정 이상의 규모를 가지게 되면 생산단위당 비용절감을 통하여 이전 두 개 은행이 제공하던 수준보다 낮은 비용으로 금융서비스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은행업의 시장집중도(CR, Concentration Ratio)는 미국과 비교해 보아도 매우 과도한 상태이다. 아래 표에서 보듯 미국 상위 3개 은행의 집중도는 총자산, 예수금, 총부채 순으로 35.7-24.5-35.7퍼센트에 불과한 반면 국내 상위 3개 은행의 집중도는 65.5-67.3-65.9퍼센트에 달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 은행들의 덩치는 이미 한국의 경제규모에 비추어 과도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산업은행이 우리은행을 인수합병 한다고 전제할 경우의 집중도는 76.5-70.1-75.9%로 대폭 상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병을 통해 집중도가 더 심화될 경우 규모의 경제보다는 한계효용이 마이너스가 됨으로써 규모가 커지면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가 야기되는 규모의 불경제 효과(diseconomy of scale)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이미 집중도가 심화된 상태에서 인위적으로 합병을 통해 초대형 은행을 출범시킬 경우 사회, 경제적으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금융서비스 제공 비용이 막대하게 올라가게 될 것이다.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국내 은행시장의 특성상 시장 지배적 초대형 은행의 출현은 독과점, 담합 등으로 금융서비스 비용을 상승시킴은 물론 효율적인 자금중개기능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IMF 이후 우리 국민들은 이미 대형화의 악영향을 충분히 경험했다. 각종 금융거래에 수반되는 거래비용이 대폭 상승했을 뿐 아니라, 듣도 보도 못했던 각종 수수료가 부가되었고, 정상적으로 은행거래가 불가능한 수백만의 금융 소외자가 양산되었고, 중소기업은 자금조달을 위해 사채시장을 전전하고 있다. 반대급부로 대형화된 은행들은 매년 수조원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초대형 은행의 탄생은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저해시키는 동시에 금융산업의 시스템 리스크를 대폭 확대시킨 다는 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에 대한 생생한 교훈을 제공한다. 당시 미국 초대형 은행이 파산하자 그 여파가 여타의 금융기관들은 물론이고 미국 금융시스템 전체로 나아가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까지 순식간에 확산되었고, 세계경제는 아직까지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매가뱅크는 ‘대마불사(too big to fail)’, 그로 인한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라는 자본주의의 고질병을 강화시키게 될 것이다. 매가뱅크가 파산할 경우 정부는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구제금융을 정당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마불사의 관행은 대형은행과 시장참여자의 도덕적 해이를 추동함은 물론 불공정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다. 대형은행은 절대 망하지 않을 것이란 역사적 경험칙으로 인하여 국민들이 중소형 금융기관을 기피하게 됨으로서 이들의 입지는 크게 약화될 것이고, 대형은행의 경영진들은 보다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 자신들의 받아갈 보상규모를 키우기 위해 커다란 위험이 수반되는 투자도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매가뱅크 논쟁의 또 다른 한 축인 ‘관치’ 문제를 살펴보자. 오랜 시간 서슬 퍼런 군부독재에 시달렸던 우리에게 있어 ‘관치’란 용어는 악몽 그 자체이다. 하지만 ‘관치금융’ 논쟁에 있어 중요한 것은 실체 없는 유령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그 실질적 내용이 되어야 한다. 자본과 주류 언론이 언급하는 ‘관치’는 MB정부 들어 가속도를 내고 있는 ‘공공기관 사유화(민영화)’의 반대론자들에게 붙이는 주홍글씨일 뿐이다. 한마디로 21세기형 빨갱이 딱지인 셈이다. ‘관치금융’이란 딱지 또한 국가 소유의 정책금융기관들을 사유화시키기 위한 방편에 불과한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 공공재(公共財)에 대한 소유권을 국가(혹은 사회)가 가질 것인지, 사적 자본이 가질 것인지가 논쟁의 핵심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관치’란 딱지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여 왔다. 우리가 생각하는 ‘관치’의 본질은 사회적 공공재로서의 공공기관에 대한 의사결정을 특정 정치권력이 독점함으로서 생겼던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공익(公益)과 공공성(公共性)이 실종된 공공기관의 현실이 문제였던 것이다. 따라서 ‘관치’ 논쟁은 공공기관의 거버넌스와 관련하여 대안을 만드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공공기관을 정치권력의 도구로부터 해방시켜 국민의 손에 되돌려주는 것이 관치 해결의 지름길인 것이다.

공공재란 어떠한 경제 주체에 의하여 생산이 이루어지면 구성원 모두가 소비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지칭한다. 금융 또한 사회적 공공재이다. 화폐를 매개로 모든 경제활동을 수행하는 자본주의 경제의 특성상 금융은 인프라이자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자본에게 무제한의 자유를 부여한 시장 만능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체제가 지배하고 있는 오늘날 대개의 금융 산업이 사유화되어 있긴 하지만 금융의 공공재적 특성 때문에 불과 30년 전만 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은행 및 금융기관 대부분이 국유화 상태였거나 아니면 국가 통제 하에 있었다. 금융이 사유화되자 국민경제적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는 본래의 역할을 사라지고 주주이익 극대화라는 광기어린 탐욕이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주요 원칙이 되었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이처럼 ‘관치’로 왜곡되어온 매가뱅크 논쟁의 또 한 측면은 은행의 소유구조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금융질서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진행 중에 있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자금조달의 사회적 성격과 운용에 있어서의 사적 이윤극대화라는 근본 모순과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라는 자본주의의 고질적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에 대한 소유․지배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프레드 모셀리(Fred Moseley)가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작성한 논문 “미국 경제 위기: 원인과 대책(The US Economic Crisis ; Causes and Solutions)”은 선택의 기로에 있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국가와 대중 그리고 진보적 입장에서 볼 때 자본주의 경제는 다음과 같은 잔인한 딜레마가 존재한다.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①일정한 방식으로 금융 자본가에게 구제 금융을 하는 것 ②보다 심각한 금융위기를 감내하는 것이라는 단지 두 가지 선택만 가능하다. 이런 딜레마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경제가 금융 자본가들로부터 독립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 유일한 방법은 국가 스스로가 경제주체들에게 주된 신용의 공급자가 되는 것이다. 즉 금융은 공공 정책적 목표를 지향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이상한 모자

2011.05.26 15:39:28
*.208.114.70

최근 나온 메가뱅크에 관한 입장 중 가장 올바른 관점에서 나온 글이라고 생각됩니다. 근데 왜 mega bank 를 '매가뱅크'라고 쓰는지 모르겠네.. 이런거 자꾸 거슬리게 하는 사람 경험적으로 좀 안 좋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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