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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 한나라당 나경원, 홍준표, 유승민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7ㆍ4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7월 4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권의 향방과 관련된 대진표의 윤곽이 드러났다. 언론은 홍준표, 나경원, 원희룡, 남경필, 유승민의 5파전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다섯 명의 후보자들이 모두 그 정도의 무게감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1인 2표라는 경선 룰 때문에 '사실상 누구와 누구의 대결이다'라고 얘기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친박계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1인 2표에 유승민 의원을 포함시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머지 1표는? 홍준표 의원이나 남경필 의원 둘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두 경우 다 쉽게 결정을 내리기는 힘든 상황일 것이다.

친이계의 경우 지금은 나경원, 원희룡 외의 조합을 떠올리기 쉽지 않지만 사실상 '친이명박계'라 부를 수 있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나 친이재오계 핵심 이군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할 경우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저런 현실적 문제들을 감안하면 결국 당권을 둘러싼 권력투쟁은 홍준표, 나경원의 양강구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내 판단이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선거인단 21만 명과 여론조사 30%라는 룰을 감안하면 대중적 인기도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홍준표 의원과 나경원 의원은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홍준표 의원은 거의 모든 계파에서 조금씩 지지세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표의 확장성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홍준표 의원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선거인단 21만 명이 결국 '조직표'의 성격이 강할 것이라는 점이 변수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안상수 전 대표에게 패한 홍준표 의원은 '바람이 조직을 이기지 못한다'며 한탄한 일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를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나경원 의원의 경우는 스스로 특정 계파의 후보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하고는 있으나 결국 친이계의 조직적 지지가 얼마나 작동할 것이냐가 핵심일 것이다. 그녀가 '스타 정치인'의 대열에 합류한 계기는 누가 뭐래도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이던 시절 한나라당의 대변인으로서 활약했던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당시 이명박 후보를 최전선에서 방어하던 그녀의 모습을 기억하는 한나라당 지지층이 많을 것이다. 거기에 원희룡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 등을 통해 친이계의 조직표를 더욱 단단하게 확보할 수 있다면 홍준표의 벽을 넘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여론도 일부 존재하는 것 같다.

이 두 사람이 각각 한나라당의 대표가 되는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홍준표 의원이 대표가 되는 경우 정치부 기자들이 좋아할만한 사건이 많이 벌어질 것이다. 홍준표 의원은 말을 재미있게 하고 소위 '사고'를 많이 치는 이미지가 있어 총선, 대선 국면에서 돌발적인 상황을 많이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일종의 양날의 검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지만 그래도 조용히 있는 당보다는 여러모로 시끄러운 당이 관심끌기에 더 나을 수 있다.

당내의 상황으로 보자면 홍준표 의원이 대표가 되는 경우 현재의 계파 구도에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홍준표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개인적 관계 덕에 범친이계로 분류되면서도 2008년 원내대표 시절이나 최고위원 시절의 행보를 통해 친이계와 묘한 거리감을 둬왔고 최근에는 친박계에 우호적인 발언을 많이 해왔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홍준표 의원이 대표가 되는 경우 친이계, 친박계, 소장파가 각자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박근혜 전 대표의 대권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리라고 추측할 수 있다.

나경원 의원이 대표가 되는 경우는 약간 복잡해질 수 있는데, 이 경우 한나라당은 대외적으로 두 가지 타이틀을 자랑할 수 있게 된다. 그 중 하나는 최초의 40대 당대표라는 것이며 두 번째는 박근혜 전 대표에 이은 또 한 사람의 여성 당대표라는 것이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한나라당의 '개혁'으로 받아들여지게 될 것이다.

당내의 상황에 있어서도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데 나경원 의원이 대표가 되면 가장 먼저 논란거리가 될 만한 것이 바로 '공천 개혁' 문제라는 점이 그것이다. 물론 누가 당대표가 되던 공천 문제에 손대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지만 나경원 의원의 경우 그동안 일관되게 국민경선제를 통한 공천을 주장해왔기 때문에 공천개혁 문제가 만만치 않은 파괴력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 ‘공천 개혁’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친이계와 친박계의 서로에 대한 두려움을 희석시킬 수 있는 방아쇠로 작동할 가능성도 있다. 2008년의 소위 ‘공천 학살’은 사실상 한나라당이 두 개로 쪼개지는 것과 같은 계기로 작용했다. 당권이 친이계에서 친박계로 사실상 넘어가는 과정에서 친박계 권력이 2012년 총선에서 친이계를 ‘학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공포가 친이계 내부에 존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공천의 결정권을 당원과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나경원 의원의 제안은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렇다면 홍준표 대 나경원이라는 구도는 반개혁 대 개혁의 구도로 말할 수 있을까? 이게 또 그렇지도 않다. 나경원 의원은 추가 감세 철회와 같은 정책적 문제에 대해서 우파적 관점을 포기하는 것을 반대해왔다. 정치적으로는 개혁적 색채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지만 정책적으로는 당의 한시적 좌경화를 외치는 세력과 불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것을 통해 우리는 소장파의 딜레마를 볼 수 있다. 소장파는 실질적으로 남경필 의원을 통한 당권 개입을 도모할 것이지만 나경원 의원이 대표가 되는 경우에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나경원 의원이 대표인 지도부에 남경필 의원이 입성하면 정치적 선택을 필요로 하는 순간이 다가올 때마다 골치 아픈 고민을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소장파들은 한 편에서는 나경원 의원의 개혁적 색채에 환호하면서도 다른 편에서는 그녀의 흔들리지 않는 소신에 반대해야 하는 입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희극적인 상황은 위와 같은 이유로 소장파 자체가 와해되는 것이다. 이미 정치적으로 언제나 단일한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소장파의 존속은 늘 위태로운 상황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권력관계의 변화 앞에서 소장파들은 늘 이리 찢어지고 저리 찢어지며 찻잔 속의 태풍만을 연출해왔다. 물론 이렇게 지금 단언하는 것은 뭐든지 시기상조일 것이나 사람들의 우려를 현실화시키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일 것이다.

* 이 글은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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