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환경특집]진보대통합 ‘적록동맹’ 이뤄내자
2011 06/28ㅣ주간경향 931호

ㆍ녹색정당 불모지 오명 벗고 녹색가치 실현 위한 논의 필요

■ 주간경향·환경재단 공동기획Ⅲ
저탄소 녹색정치가 열린다

한국에서 녹색정당 건설 논의는 제법 오래되었다. 1990년대 초반에 몇몇 환경운동 인사들을 중심으로 설왕설래가 있었고, 메이저급 환경단체에서의 정치조직 건설 시도들,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한 녹색사민당, 환경운동 활동가들이 직접 나섰던 초록정치연대에서 지금의 ‘초록당사람들’에 이르는 흐름이 존재해왔다. 이 각각의 사례를 간단히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난 20여년 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녹색정당이 아직 공식 정당으로 존립하지도 못하는 상황은 오히려 불가사의하다. 한국 사회에서 환경 또는 생태 이슈의 비중이 결코 작지 않다는 점, 그리고 형식적 민주화 이후 이분법적 정치대립 구조가 상대화되고 시민들의 정치적 참여가 다변화된 점을 고려하면 더욱 의아할 수도 있는 일이다.



지난 5월 20일부터 8일간 노후원전 수명 연장반대 등을 이슈로 반핵도보행진 행사가 진행됐다. 국회 앞에 모인 진보신당 녹색위원회와 환경시민단체 등 행사 참가자들. | 진보신당 녹색위원회 제공

녹색정치 가치, 수면 아래 잠자는 현실

90년대 초반, 이른바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진보운동의 핵심 과제였던 시기에 녹색정당이 모습을 갖추었다면 아마 민중당에서 국민승리21, 그리고 민주노동당에 이르는 진보정당 운동도 일정한 자극을 받고 조금은 다른 경로와 방식을 취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90년대 초반에서 지금에 이르는 시기에 정당운동을 추구하는 주요 세력들이 계급대중 기반의 우선 정치세력화라는 불가피한 경로를 선택했고, 그로 인해 녹색 정치세력화를 부차적으로 보았던 상황을 설명해준다.

운동 주체의 의지와 다소 무관하게, 시대와 세대의 조건과 지형이 정치 노선의 성패를 좌우할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정치 노선과 정치 조직의 이합집산 역시 시대의 요구에 부응해야 의미있는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최근 찻잔 속이지만 힘겨운 격랑을 타고 있는 진보대통합 논의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들은 녹색정치의 가치들이 이미 진보정당 내에 담겨 있을 뿐 아니라 모든 유력 정치세력이 녹색가치를 외면하지 않고 있는데 굳이 별도로 녹색정치의 세력화가 필요한가 하고 묻는다. 그리고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으로 4대강 죽이기 사업과 핵발전소 증설을 추진하는 MB정부를 교체하는 것이야말로 녹색정치의 가장 큰 과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일견 맞는 말이나, 다가오는 거대한 생태 위기와 기존 정치세력의 기반에서 오는 내재적 한계를 감안하면 결코 전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우선, 녹색가치의 파괴와 훔쳐쓰기는 비단 MB정부에서 시작된 일이 아니다. 벌써 사람들이 망각하고 있지만 새만금 사업이 결정적으로 승인된 것이나 부안 방폐장 저지 투쟁과 경주 방폐장 결정, 천성산 터널 관통, 한국 농업기반의 몰락을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한·미 FTA 협상 등은 모두 그 전 노무현정부 시절에 일어난 것들이다. 환경단체와 시민사회가 그토록 강력히 반대했던 새만금 사업이 일방적으로 추진되지 않았다면 이명박 대통령도 4대강 사업을 이렇게 손쉽게 밀어붙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볼 때도 지금 추진되는 진보대통합의 맥락과 구성은 생태위기의 해결이나 녹색가치의 실현을 제대로 소화할 틀거리가 아니다. 이는 통합의 주요 주체인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87년 노동체제’의 성과이자 동시에 한계인 탓이다. 87년 노동자대투쟁으로 형성된 대공장 중심의 전투적 조합주의 정치는 노동자의 생활 향상과 정치적 대변 증진이라는 결과를 낳았지만, 노동계급 주체가 다변화되고 내부 이질화가 커지면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선순환 효과를 발휘할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87년 체제 자체가 대량생산과 수출 중심의 성장주의를 전제로 함을 감안한다면, 이에 기반한 노동대중 조직과 정당이 현대 산업자본주의를 정면으로 문제삼고 극복하기 어려움은 당연하다. 몇 가지 생태 이슈를 정책과제로 포함한다고 해서 새롭게 건설될 통합진보정당이 녹색정치를 전면화할 것으로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진보신당 당명 ‘녹색사회당’ 선호 높아

최근 진보신당 일각에서 제안되는 ‘녹색사회당’ 논의는 이러한 상황에서 녹색정치의 지반을 새롭게 만들 것을 주장한다. 당분간은 정치적 다수를 형성하더라도 새로운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없는 87년 체제를 스스로 벗어나서, 다른 생산과 다른 소비를 추구하는 포스트-87 체제의 주체들을 형성하자는 것이다. 요컨대 그것은 신자유주의의 노동자 착취와 자연 착취를 동시에 문제제기하고 지구행성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대안적 삶의 양식을 총체적으로 추구하는 집단적 주체의 정치다.

구체적인 방법은 진보신당의 소위 독자파가 동의하는 세력을 규합하여 녹색사회당으로 재창당하는 것일 수도 있고, 별도의 녹색정당 추진 그룹을 형성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지금의 진보대통합 논의의 진로가 매우 불확실하기는 하지만, 가야 할 녹색정치의 방향이 명확하다면 이러한 모색은 빠를수록 좋고 진도를 나갈수록 앞으로도 의미있게 작용할 것이다.

게다가 녹색정치를 위한 행보는 책상이나 머릿속이 아닌 현실에서 시작되고 있다. “보다 적색으로, 보다 녹색으로”라는 구호를 가지고 창당했던 진보신당이 이미 그러한 움직임의 필요성을 반영하고 있었다. 창당 이후 당명을 제정하기 위한 당원 여론조사에서 ‘녹색(초록)사회당’이 가장 많은 동의를 얻은 것은 의미심장하다. 비록 세가 크지 않은 진보정당이지만 사회당 역시 2008년 총선 전후로 초록정치연대와 구체적인 통합 논의를 진행한 바 있고 여전히 강력한 녹색정치 지향을 가지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환경운동 중견 활동가들이 모여 2012년 양대 선거 대응문제를 중심으로 녹색정당 건설까지를 포함하는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80년대 이후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언젠가는 실현해야 할 과제였다면 지금의 녹색정치가 바로 그렇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구체적으로 다가올 기후변화와 석유정점(피크오일)은 1930년대의 대공황이나 양차 대전만큼이나 전 세계와 한국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모든 국가는 에너지와 경제 체제, 나아가 사회문화의 변동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이 시대의 조건과 지형이 그렇다는 것이며, 따라서 이를 대비하는 다른 정치와 다른 주체, 즉 녹색좌파의 세력화를 준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기존세력 재편 방식의 진보대통합과 반MB 연합전선 구성 못지않게 아직 오지 않은 적록동맹의 주인공들을 호명하고 모아내는 것이 의미있고 또한 현실적인 이유다.

김현우<진보신당 녹색위원장>

이상한 모자

2011.06.23 22:34:12
*.208.114.70

어.. 이거 왠지 사고쳤다는 느낌인데..

nuovo21

2011.06.24 10:01:45
*.170.111.243

그것이.. 경계가 애매한 게 사실입니다..

놀이네트

2011.06.24 15:54:52
*.242.8.34

nuovo21 /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레드북스에 이상한 블럭 놀잇감 놓고 간 사람인데요.
녹색사회당에 대한 제언이 계속 머릿속에 맴도네요.
저는 한국사회에서 좌파정당이나 진보정당이 현실적으로 한동안은 등대정당일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등대정당 대 수권정당(대중정당)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게 아닐까하고 있어요.
장석준 씨 글을 보면 전반적인 틀은 김현우님과 비슷한 것 같은데 등대정당 부분에서는 상반된 입장인 것 같고
사실 현재 당직자 입장에서 등대정당 논의는 짜증이 날 것도 같아요.
현재 당의 진로가 어떻게 되든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no.126

2011.06.27 09:37:22
*.117.228.253

녹색 오크건 뻘건 오크건 모든 좋으니까 좀 정상적인 오크가 되고 싶네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1272 라디오 [4] 이상한 모자 2011-06-28 1150
1271 떠나고 싶다.. 이상한 모자 2011-06-28 1042
1270 '8월안' [7] 이상한 모자 2011-06-28 1175
1269 옛날 기사 중 총리실의 공직윤리지원관실 민간인 사찰 관련 재미있는 부분 [1] 이상한 모자 2011-06-28 1242
1268 민원인 3 [6] 이상한 모자 2011-06-28 1041
1267 그립다 중앙파! [9] 이상한 모자 2011-06-27 1658
1266 에휴.. 이게 코미디지... [3] 이상한 모자 2011-06-26 1026
1265 기가 막힌다.. [2] 이상한 모자 2011-06-25 1062
1264 국민들에게 관심받는 법 file [2] 이상한 모자 2011-06-25 1302
1263 무슨 소용 file [3] 이상한 모자 2011-06-25 1291
1262 [프레시안/이백만] "유시민 대표는 신자유주의자가 아니다" [3] 이상한 모자 2011-06-24 1317
1261 김진표의 '수신료 사고'와 손학규의 '대선 전술' 이상한 모자 2011-06-24 1410
» [주간경향/김현우] 진보대통합 ‘적록동맹’ 이뤄내자 [4] 이상한 모자 2011-06-23 1313
1259 민원인 2 [2] 이상한 모자 2011-06-23 991
1258 민원인 이상한 모자 2011-06-23 1037
1257 독자노선이든 통합노선이든 이상한 모자 2011-06-23 1242
1256 권영길 file [3] 이상한 모자 2011-06-22 1320
1255 The Angle and the One 이상한 모자 2011-06-22 1075
1254 대관령삼양목장에 소가 없으면 안되는건가? 이상한 모자 2011-06-22 1109
1253 [펌/권영길]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눈물로 호소합니다" [5] 이상한 모자 2011-06-22 13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