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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특집) 2011년 진보정치를 말한다
좌(左)클릭 없이, 진보대연합도 없다

최백순(진보신당 종로중구당협 위원장)

2009년 안산 보궐선거 과정에서 강기갑 전 대표는 임종인 후보를 가리켜 ‘종자후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통해 (반MB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강 전 대표는 “후보단일화가 이뤄진다면 다른 지역의 민노당 후보가 사퇴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발언에 대해 당 내부에서조차 거세게 반발하는 기류가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민노당으로서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하기 위한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에피소드로 끝날 것 같았던 민주당에 대한 민노당의 구애는 2010년이 시작되면서 현실화될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테이블에 나온 민주당과 국참당의 집안싸움으로 5+4회의는 누더기가 되어버렸다. 이 누더기 판이 완전히 깨지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민주당후보가 한나라당후보와 오차범위 안의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치에 기반을 둔 진보대연합이 필요하다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의 ‘반MB 선거연합’의 요구는 과거의 기억을 다시 회상해야할 만큼 강력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경기, 인천과 달리 노회찬 서울시장후보가 강력한 사퇴요구 압박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에 비하자면 ‘대단히 상식적인(?) 수준’의 단일화요구를 받은 정도였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5월초까지 한명숙의 지지율은 오세훈에게 15%이상 뒤지고 있었으며 노회찬 후보는 3%대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컨대, 이길 가능성이 없다면 단일화압박도 없다는 것이다. 노회찬 후보가 선거동안이 아니라(!) 개표이후에 더 많은 비난을 받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렇다면 진보대연합과 민주대연합의 갈림길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그것은 노선에 입각한 가치가 있는가 하는 것과 오로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가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을 기반으로 하는 진보대연합은 정책을 통한 선거연합이어야만 한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가치와 정책에 기반을 두지 않은 선거연합은 어떤 이름을 붙인다고 하더라도 진보대연합과 관련이 없다.

그러나 지난 지방선거에서 진보대연합은 대부분 수사에 불과했다. 즉, 가치와 정책은 실종되거나 액세서리에 불과했고 후보단일화만이 최우선 논의 대상이었다. 민주당을 비롯한 보수정당들이 후보단일화에 목을 매는 것은 당연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진보신당과 민노당이 가치와 정책을 가지고 판을 주도하려고 했는가 하는 점에서는 단언컨대 ‘F' 말고는 줄 점수가 없다.

한국의 보수정당들은 가치에 따른 ‘노선’이라는 것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반세기 동안 유력한 정치세력으로 활동하고 있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당원에 기반을 두지 않고 오랫동안 계파정치로 운영되어 온 이유가 가장 크다. 계파간의 합의만 있다면 월요일 노선이 금요일에 바뀌어도 당내 논란조차 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 일부에서 주장하는 ‘담대한 진보’ 노선을 놓고 민주당의 좌클릭을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므로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주장하는 것은 어떤 치장을 하더라도 ‘묻지마 연합’을 벗어날 수가 없다. 그리고 그것은 진보정당을 보수정당의 2중대로 전락시키는 시도일 뿐이다.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진보대연합을 하려면 대상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대상이 없다면 선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원내진출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진보대연합에 함께 할 대상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상은 진보신당과 민노당을 비롯하여 사회당과 진보지식인 그룹이다.

일각에서는 시민회의(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 시민회의)를 진보대연합의 한 축으로 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이 문제는 확실히 ‘난센스’다. 우선 이들은 지난 기간 동안 민주대연합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사람들이다. 또한 여전히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반 한나라 비 민주당’을 주장하며 진보대연합을 말하고 있지만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핵심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요컨대, 이들의 시각에서 진보대연합이란 민주대연합을 하기 위한 ‘도구’이거나 ‘과정’일 뿐이다.

“(연합의 기준은)국민의 눈높이에서 제시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진보대통합의 기준을 놓고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거나 진보대통합의 진행이 더디게 되면 진보대통합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진보대통합정당은 민주당과 힘 있는 선거연합을 통해 2012년 국회의원선거에서 승리하고 대통령선거에서 기필코 정권을 되찾아 올 수 있게 될 것입니다.”(시민회의 제안문 중에서)

일차적으로 진보대연합의 가치를 놓고 논쟁하는 것은 소모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이 최종적인 목표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게다가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되찾아 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전의 민주당 정권이 ‘우리’의 정권이라는 시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대목이다.

진보대연합은 기본적으로 진보-보수의 대립구도를 목표로 해야 한다. 진보+민주-보수의 대립구도를 상정하는 것은 민주당에게 월계관을 수여하고 진보정치를 다시 민주-반민주의 구도로 환원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이것이 보수정당의 2중대가 아니라면 무엇을 2중대라고 말해야 하는지 우리 스스로 반문해야만 한다.

민노당의 좌(左)클릭이 없다면, 진보대연합도 없다

일부에서 분당이후 민노당이 과거보다 비정규투쟁과 연대사업에 적극적이라고 말한다.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이유도 있겠지만, 외부적으로 진보신당의 영향도 작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이런 주장들의 구체적인 근거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진보신당의 행보가 민노당에게 경쟁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유사한 지지기반을 가진 정당들 사이에서는 당연한 결과이다. 결과적으로 진보신당이 비정규투쟁과 연대사업에 적극적일수록 민노당의 좌클릭은 유지될 수밖에 없다.

2009년 이후 대중공간에서 진보신당과 민노당의 공동투쟁이 지속된 것처럼 양당의 진보대연합 논의도 자연스럽게 진행된 측면이 존재한다. 이것은 양당의 지도부나 당내에서 진보대연합을 강력히 주장하는 세력에 의해 형성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양당을 지지하는 노동계급과 도시서민들의 요구가 훨씬 더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진보신당과 민노당의 진보대연합은 몇 가지 내용들이 전제되어야 한다. 첫째로, 북에 대한 태도의 합의가 있어야만 한다. 최근 북한의 3대 세습과 관련하여 민노당은 여전히 동의하기 어려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북한을 외교대상(내정문제)으로 치부하면서 근본문제를 피하는 것은 ‘종북문제’에 관해 민노당이 아직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에 다름 아니다. 또한 자위적이든 무엇이든 반핵 입장을 분명히 해야만 한다.

둘째로, 범 진보세력의 연합을 우선으로 추진해야 한다. 최근 민노당은 진보신당과 선통합만을 반복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사회당을 비롯한 진보세력을 공공연하게 배제하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그토록 반대했던 ‘도로 민노당’일 뿐이며, 진보대연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패권주의이다.

마지막으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합의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한 민노당 이정희대표의 입장은 우려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이정희 대표는 “한미FTA, 노동유연성 문제가 합의되지 않는다고 선거연합을 추진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즉, 진보적인 가치 등을 합의하는 것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MB정권을 소수당으로 전락시키고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저지(그것이 민주당 정권이더라도)하는 것이 역사적 소명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이것은 민주대연합주의자들의 주장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노무현정권의 개혁주의의 허구성은 반복할 필요조차 없다. 신자유주의를 핵심적으로 추진했던 국참당과 민주당은 “과거의 이야기를 끄집어낸다는 것은 선거연합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진보진영을 압박하고 있다. 민노당과 이정희 대표는 그런 딜레마에서 벗어나고자 진보적 가치를 우선적으로 논의하는 것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민노당이 신자유주의세력과의 결별을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진보대연합은 그저 수사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민주당과 국참당과 같은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결별을 선언하는 것이 진보대연합의 올바른 출발점이다. 좌(左)클릭 없이, 진보대연합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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