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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6월 26일에 있었던 진보신당 당대회가 그간 논의됐던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최종 합의문 승인의 건'을 의결하지 않고 대신 진보신당 조직진로와 관련한 특별결의문'을 의결함으로써 사실상 민주노동당과의 통합 논의의 최종결정을 8월로 유보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를 두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사이에 한 차례 짧은 공방이 오고간 이후, 한겨레신문 등이 사설을 쓰고 민주노동당 황선 전 부대변인이 당 게시판을 통해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는 등 진보신당 당대회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진 상태다.


   
 ▲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새로운 진보정당 통합을 목표로 열린 진보신당 2011년 2차 임시 당 대회에서 조승수 대표와 심상정 전 대표, 노회찬의원이 자리를 같이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러한 목소리들은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애초에 민주노동당의 당 대회 결정이 통합진보정당의 최종 구성에 대한 의결을 8월 대의원대회에서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의 당대회 결정에 맞는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특별결의문의 형식으로라도 내용의 조정이 필요했던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진보신당의 이 결정이 최선인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르게 평가할만한 복잡한 정치적 맥락의 단면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애초에 민주노동당이 '시한'을 8월 말로 잡은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진보신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행보였다면 굳이 그런 결정을 할 이유가 없다. 양측이 6월 말에 통합을 의결하면 남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즉, 민주노동당의 결정은 사실상 8월이 끝나기 전에 다른 정치세력이 이 논의에 끼어들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치세력이 국민참여당일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얘기다.

실제로 국민참여당은 27일 '통합연대특별위원회'를 신설하고 위원장에 이광철 전북도당위원장을 임명했다. 27일이라는 시점이 진보신당의 당대회 다음날이라는 것은 주목할 만한 점이다. 어떤 이유든 간에 진보신당 당대회 결정을 참고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7월 중순 중앙위원회 의결을 거쳐 7월 말에 수임기구를 구성하고 8월 말에 전당원대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하는 국민참여당의 로드맵은 민주노동당의 당대회 결정과 정확히 맞물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신당의 당대회 결정이 이후 진보통합정당의 구성에 미칠 영향을 따져보기 위해 이러한 일정을 놓고 진보신당 각 정파의 이해득실을 한 번 계산해볼 필요가 있겠다.

진보신당에 존재하는 각 정파의 입장을 크게 정리하면 사실상 통합정당을 구성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독자노선파와 민주노동당과 통합하자고 하는 단일진보정당파, 국민참여당을 포함한 범민주당계열 정치세력까지 통합을 하자고 말하는 민주대연합파로 나눌 수 있다. 이름은 지금 임의로 붙인 것임을 감안하고 읽어주셔야겠다.

이들이 내세우는 논리 중 삼류적인 코미디 말고 그나마 현실적이고 쓸만한 논리를 소개하겠다.

독자노선파가 주장하는 것은 2012년을 통해 구성될지도 모르는 범민주당계열의 정부는 필연적으로 실패할 것이고 이에 합류하지 않았던 진보정당이 남아 있어야 이후 진보정치의 생존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일진보정당파가 주장하는 것은 지금과 같은 정치적 국면에 하나의 진보정당을 다시 구성해야 민주노동당 주류가 범민주당계열 정부 구성에 참여하는 것을 막고 민주노총 등의 대중운동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진보정치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대연합파가 주장하는 것은 기존의 구시대적인 진보정치의 유산을 모두 청산하고 국민의 지지를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진보정치 전체가 우경화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오늘 이들의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려는 것은 아니므로 이제 진보신당 당대회 결정이 각 정파에게 어떤 결과로 나타날 수 있는지 생각해보기로 하자.


   
▲ 진보신당 조승수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새로운 진보정당 통합을 목표로 열린 진보신당 2011년 2차 임시 당 대회에서 자리를 같이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핵심은 국민참여당의 합류에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냐인데, 진보신당 내 각 정파의 입장은 두 달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합의안을 승인했어도 민주노동당의 결정에 의해 협상은 사실상 8월까지 지속되었을 것이라는 게 팩트라는 점을 볼 때 이 결정을 통해 시간을 벌게 된 측은 진보신당이 아니라 국민참여당일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국민참여당으로서는 지금과 같은 조건이 크게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 내부의 토론을 끝내고 일정을 맞추는 것이 정치적으로 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즉, 국민참여당의 입장에서 보면 최대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단순한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유시민 대표가 이미 밝힌 상황에서 진보신당이 합의문을 불승인하거나 두 쪽이 나는 경우 짊어져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분명하다.  이들에게는 모두 함께 8월에 진로를 결정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물론 뭐라고 단언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인 국면이긴 하지만 이번 결정은 결과적으로 진보신당 내의 '민주대연합파'에게 유리한 결정 아니었나하는 생각이다. 합의문이 승인되거나 불승인 됐을 경우 각각 민주노총과 진보의 합창 등이 국민참여당의 합류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진보신당 구성원의 일부만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이 함께하는 그림을 그리는 새로운 진보정당에 합류하는 의사를 밝히거나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공은 사실상 국민참여당에 넘어가는 꼴이 됐다.

물론 두 달 새에 신산귀모의 기변백출로 모든 정파를 만족시키는 그림이 탄생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8월에 국민참여당이 진보정당 통합 논의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든, 그러지 않기로 결정하든 두 달간의 피 튀기는 논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유시민 대표가 진보신당 당대회에서의 축사를 통해 “오늘 선택이 가져올 정치적 변화를 국민참여당에 주어진 정치적 환경으로 받아들여 지혜롭게 적응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힌 말 그대로의 상황이다. 진보신당의 독자노선파와 단일진보정당파의 입장에서는 특별히 변하는 것도 없는데 갈등만 키우는 꼴일 수 있다. 물론 아픔이 큰 만큼 결실이 크다면 그것도 감내할 가치가 있으니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바이다.

* 이 글은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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