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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열사들

조회 수 1417 추천 수 0 2011.01.08 15: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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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초입에 배달호 열사가 분신했을때 나는 정확히 그게 무슨 의미인지 깨닫지 못했다. 김주익이 죽고, 곽창규가 죽고, 이용석이 제 몸에 불을 붙여 죽고, 이경해가 자기 배를 칼로 가르고, 이현중이 테러를 당해 치료를 하다가 죽고, 이해남이 자기 몸에 불을 질러 죽고... 그 이후에 나는 열사들의 죽음을 강박적으로 기억하기를 그만 두었다. 운동이라는 것을 알게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2003년은 나에게 그런 해였다.


2005년 이었던가. 화물노동자였던 김동윤이 분신을 했다. 화물노동자들의 염원이었던 유가보조금이 지급되기로 한 이후의 일이었는데, 노동조합의 강도높은 투쟁으로 유가보조금 지급을 이끌어 낸 후 벌어진 상황은 똑바로 하지 않으면 어차피 소용없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준 것이었다. 물론 유가보조금(유류환급금)을 받는다고 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기에 화물연대는 정권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였다. 표준요율제, 특수고용노동자 인정, 노동조합 인정.. 하지만 정부의 대답은 '님들은 그냥 개인사업자이고 가격은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다..'


유가보조금을 지급받게 된 화물노동자들은 더 많은 일거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스스로 임금을 낮췄다. 즉, 유가보조금은 특수고용노동자로서 자기들끼리의 경쟁에 내던져진 신세인 화물노동자들에게 일종의 '가격경쟁력'으로 작용하였던 것이다. 유가보조금을 받으려면 주유를 할 때 사용하는 카드를 지자체 관할 지정된 기관에 제출하여야 했는데, 화물노동자 자기들끼리의 경쟁에서 도태된 신세인 김동윤은 이미 가계가 휘청거릴 정도의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부산시의 경우 유가보조금을 6개월에 한 번 환급하는데, 다시 말하자면 이 불행한 화물노동자들의 경우 6개월간 신나게 빚을 얻어놓고, 환급받는 유가보조금으로 이를 메꾸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었던 것이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법적 지위는 '개인사업자'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는 정기적으로 자신의 상품을 공급받는 소비자에게 상품 가격의 형태로 전가한 부가가치세를 납세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너님이 3500원짜리 식사를 하였다면 너님이 국가에 납부하여야 할 350원이라는 부가가치세가 발생하는 것이며, 너님이 뭘 사먹었는지 일일이 조사하는 것은 귀찮은 일이므로 국가가 식당이 밥을 얼마짜리를 얼마나 팔았는지를 조사하여 식당더러 너님이 내야 할 부가가치세를 대납하라고 말하는 것이 부가가치세의 간접세적 특징이다. 즉, 이를 화물노동자의 신세에 대입을 하면 화물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번 돈인 일당 27만원에 2만 7천원은 화물노동자로부터 노동력을 구입한 어떤 개같은 작자가 내야 할 부가가치세로 이는 화물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번 돈인 27만원에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고 결국 화물노동자가 세무서에 2만 7천원을 내야만 한다 이 말이다. 그런데 화물노동자들은 더 많은 일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자기들끼리 경쟁적으로 임금을 깎고 있는 판인데 부가가치세는 무슨 부가가치세란 말인가. 그런거 없지..


결국 이 김동윤이란 사람이 이때까지 납세하지 못한 부가가치세가 1200만원에 이르렀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나름 성실한 납세자인 김동윤은 세무서에 가서 한 달에 50만원씩 분납하겠다는 각서를 썼다. 그리고는 3개월 후 자신이 받아야 할 이번 차수의 유류환급금 350만원이 있으니 이 중 해당 개월의 분납금인 50만원을 제한 300만원은 자기에게 꼭 전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세무서측도 그렇게 하겠다고 하였다. 즉, 김동윤은 아마도 이러한 재정계획을 짰을 것이다. 빚을 내서 50만원씩 3개월 분납을 하면 일단 300만원이 생기고 이것으로 150만원의 빚을 갚은 후 남은 150만원으로 생계를 해결하고 다시 빚을 내서 50만원씩 3개월 분납을 하고... 이번 해에는 좀 열심히 눈에 불을 켜고 일을 하면 어떻게 수습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땅의 거대한 관료제 사회에서 그런건 없었고 세무서는 그냥 유류환급금 350만원을 통째로 압류해버렸다. 장난치나? 결국 남은건 극단적인 선택 뿐이었고 그는 열사가 되었다. 이게 참여정부가 나름 열심히 이 사회의 개혁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하시었던 2005년에 있었던 일이다.


그 이후에 화물노동자들의 삶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성질이 나서 그만 두었다. 왜냐하면 몇 가지 제도적 성과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여전히 화물노동자들은 매값을 받으면서 노동조합 탈퇴를 종용당하고 두들겨 맞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운동은 2005년 보다도 망했고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가늠할 수조차 없는 상태가 되었다.


민주당에서 가장 우측에 서있는 무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할 깜냥의 송영길이라는 작자는 인천시장이 된 후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이석행을 노동특별보좌관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GM대우 싸움을 중재할 수 있는 뭐 그런 인사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이석행은 금속노조 출신인데다 정파적 성향 등으로 인해 GM대우 노동조합에 나름의 끈이 있을 것이고 말을 잘 하고 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더 많이 생기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고 아니면 본인이 직접 출마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제 GM대우 노동자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민주노동당도 좋은데 어쨌든 힘이 있어야지 말이야.." 라며 민주당을 향해 지갑을 열지도 모른다. 이석행이 보증하는 민주당! 손학규가 기자들을 버스에 태워 노동자 투쟁에 지원을 오는 착한 민주당! 민주당 만세!


그리고 김진숙은 오늘도 크레인 위에서 벌벌 떨고 소위 운동 단체라는 곳에서 일한다는 인간들은 술이나 먹고 지들끼리 말도 안되는 것 가지고 싸우면서 알량한 자부심 하나만을 붙들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여러분, 제발 일 좀 하세요.


처절한기타맨

2011.01.11 06:00:40
*.122.199.57

간만에 밤새 기타 쳤어요! 유튜브에 SRV형아랑 에릭이랑 슬래쉬랑 잭와일드 성님 버디가이 비비킹 할아버지까지 기타소리에 맞춰...삼실에서...이제 잘라구여! 내겐 기타치는것도 노동이면 슬픈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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