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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틀리지 않기

조회 수 1204 추천 수 0 2011.02.13 04:26:24

뭘 적을 때에 가장 두려운 것은 내가 뭘 틀리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사실관계나 이런걸 틀리지 않았나 걱정하는 것은 건전한 것이다. 하지만 내 견해의 방향이 틀렸는가를 걱정하는 것은, 특히 정답이 없어보이는 문제에 있어서는, 참 어려운 문제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다.


인터넷의 발달은 이러한 걱정거리를 더욱 많이 만든 측면이 있다. 과거에는 친구와 말싸움을 한다던지, 술자리에서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나눈다던지, 하다못해 뻥을 쎄게 친다던지 하는 것들이 기록으로 남지는 않았다. 기록물을 가지고 싸우는 것은 책이나 논문의 형태로 논쟁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나 하던 일을 마음껏 할 수가 있다. 물론 나는 이러한 변화가 긍정적이라고 보는 편이지만 지금 얘기는 이러한 변화가 우리의 '걱정거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것이니 다소 냉소적인 투로 이야기 할 수밖에 없겠다.


예를 들어 내가 오늘 여기다가 광범위한 야권통합이 필요하다고 쓴 다음에 내일 독자생존의 조건을 마련하는데 매진해야 한다고 쓰면 어떻게 되겠는가? 사람들은 또 수군댈 것이고 그 중 용감한 사람들은 익명으로 몇 개의 항의 덧글을 달 것이다. 그 내용은 왜 어제의 얘기와 오늘의 얘기가 다르냐.. 이런 것일 테고 나는 아마 거기에 대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대답을 내놓지 못할 것이다.


이게 그냥 사적인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뭐 그냥 생각이 바뀌었고.. 기분이 그냥 그랬고.. 이렇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 같이 그냥 잊어버리면 되는 문제니까 내가 어제 이야기 한 내용과 오늘 이야기 한 내용이 다른 경우에 대한 큰 책임의식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책과 논문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일관성을 유지하는 일에 부담을 느낄 것이다. 다만, 이 사람들은 오늘날 다수의 인터넷 사용자처럼 별 고민 없이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아니고, 대개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들 자체가 중요한 학문적, 정치적 작업의 일부에 기여하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클 것이다 하겠다.


문제는 우리 인터넷 막장들인데, 사람들은 어느새 그런 곤경에 처하게 된 것이다. 사실 별 생각없이 발언하고 있지만 어제의 발언을 책임지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이 기록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지우기도 쪽팔리고.. 망신스럽고..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존감을 부여잡은 인터넷 막장의 긴급한 선택은 바로 본인과 비슷한 정견을 가진 사람의 잡문을 찾아서 끊임없이 읽으며 자기자존감의 정당성을 보충하는 것이다. 우리는 인터넷 정치 토론 사이트에서, 블로고스피어에서, 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계속 이 짓을 계속 해오고 있는데, 이제 나는 이런 집단적 심리치료가 지긋지긋하고 이제 제발 좀 탈출하고 싶다 이런 말을 하고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강만수의 책을 읽어보는 것이다. 강만수를 욕하고 싶을 때, 또는 강만수를 욕하는 말을 이미 뱉어놓은 상황에서 그것을 책임져야 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남이 강만수를 욕한 글을 찾아 보는 것이 아니라 강만수 그 자신이 하는 주장을 직접 들여다 보는 것 아닌가? 그러니 여러분도 강만수 전 장관님의 명저를 읽어보기 바랍니다. 사지 말고 도서관에서 빌리세요. 돈 아까우니까..


F451

2011.02.13 20:11:38
*.202.169.107

제가 강만수 전 장관님의 심오한 정신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ㄷㄷㄷ

그나저나 '레닌을 사랑한 오덕;' 구입해서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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