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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젊은이들

조회 수 1735 추천 수 0 2011.01.28 02:04:48

오늘 이광재가 날아갔는데,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나는 노무현 정권을 증오해마지 않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미 죽어서 역사적 인물이 된 사람에게 무턱대고 적개심을 드러내는 방식을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는데, 여하튼 그런 생각에서 나는 노무현과 그 주변 인간 군상들의 어떤 관계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광재는 65년생이다. 그러므로 이광재가 노무현의 수족으로 일하기 시작한 것은 최소한 20대 중반의 나이였을 것이다. 자기 말로는 스물 넷의 나이였다고 한다. 그가 소위 손가락 문제로 군복무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꽤 빠른 나이다. 그의 빠른 나이를 언급하는 것은 그의 어떤 유능함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마 노무현의 소위 측근들 중 내가 인간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가장 싫어하는 이가 이광재일 것이다. 오히려 내가 주목하는 것은 노무현의 리더십이다. 그런 시대에, 자기보다 스무살 어린 사람의 주장을 경청하고 어느정도 존중해줬다는 것은,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늘 감사함과 어떤 부채의식 같은 것을 갖고 살았다는 것은 대단한 감수성이지 않았나 하고 평가하고 싶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어떤 활동가의 인생이라는 측면에서, 그런 그들의 신세가 부러울 때도 있다. 그 정도의 젊은 나이에 그런 '주군'(전근대적인 표현이지만 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을 만났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밑거름으로 해서 자기가 원하는 어떤 정치를 시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긍정적인, 또는 부정적인 노력을 했다는 것, 결국 일정정도의 성취를 이뤄냈다는 것, 그리고 아직까지도 그런 동류의식(?)을 서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그것이 결과적으로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것으로 작용하든, 혹은 부정적인 것으로 작용하든 어쨌든 대단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꽤 속류적인 의식이지만 '나도 그런 주군을 만났으면 좋겠다..' 라는 류의 생각 말이다. 그것은 사회주의자답지 않고, 또 어떤 면에선 참 비참한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나름 인생의 일부분을 이 바닥에 던져본 활동가로서 그런 판타지가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 나는, 지금까지도 레닌을 만나지 못했는가? 왜 나는, 정말 여러모로 들여다 보아도 부족한 것 투성이인 별볼일 없는 운동권들 사이에서 이렇게 치이고 있는가?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법인데, 왜 나는, 내 인생을 걸만한 사람을 아직도 만나지 못하였는가...


이미 이광재가 노무현을 모셨던 나이를 지났다. 그리고 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건대, 앞으로도 내 인생을 걸만한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이 공간에 밝혔듯이 내 꿈은 무언가를 이뤄낸 진보정당 활동가이다. 이건 결코, 혼자 잘났다고 해서 성취를 이루기는 어려운 직업이다. 그런데 그런 측면에 있어서 자신의 앞날에 대해 이렇게 비관적인 생각을 계속 품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솔직히 말하면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러니까 특히 최근에 새삼스럽게 생각하는 바인 것인데, 내가 남들에게 인생을 걸 수 없다면 남들이 나에게 인생을 걸 수 있도록 할 수는 없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 역시 참 유치하고 속류적인 생각이긴 한데, 그러니까 내가, 순전히 인간관계라는 측면에서, 누군가의 노무현일 수는 없는 것인가 라는 고민을 품게 된 것이다. 나 자신의 어떤 성공을 기대하면서 하는 생각은 아니다. 내가 정말 처참하게 실패하고 끝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게 되더라도, 정말 끝까지 나를 믿어주는 사람, 나를 보면서 자기가 원하는 어떤 희망의 단초를 발견하는 사람, 내가 하는 말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옮길 수 있는 사람이 몇 명 정도 있다면 그게 얼마나 보람찬 인생이 되겠느냐는 말이다.


그런 생각에 잠겨 있는 도중에 나보다 젊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래서 참 기분이 좋은 일이다. 지금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젊은 사람들이 모두 나와 같은 길을 걷지는 않을 것이고, 그리고 정말 끝까지 내 주위에 남아줄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으리라는 점을 쉽게 생각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그런 생각을 갖고 젊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자체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꼭 무슨 내 부하가 되어 말을 잘 듣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 그냥 그들이 누릴 수 있는, 그들이 원하는 어떤 평범한 미래를 그렇게 상상해보면서 말이다.


이런 요상한 글을 쓰는 것도... 다 술을 먹었기 때문이다. 뭐.. 늘 인정하는 것이지만 나는 누군가가 인생을 걸만한 그런 사람이 되기에 여러모로 부족하고 한계가 많다. 나는 참 얼마나 옹졸한가. 우리는 또 얼마나 속좁은 사람들인가. 우리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면 늘 복잡한 마음이 된다. 그래도.. 가끔은 희망적인 생각을 가져 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냥 그런 얘기였다.


장각

2011.01.28 20:30:16
*.176.128.193

스승이시여!

처절한기타맨

2011.01.29 13:17:32
*.182.13.14

오히려 인생을 걸만한 매력적인게 너무 많아서 탈...이 우물 저 우물파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다가 될듯, 사람에겐 인생을 걸 생각은 별로 없소! 뮬에 스콰이어 텔레가 11만원에 나온게 있더라능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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