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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자연재해

조회 수 1039 추천 수 0 2011.03.12 00:17:53

오늘 이웃나라에서 참으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앞으로도 피해는 속출할 것이다. 지금 꺼내기엔 다소 부적절한 말일 수 있지만, 일종의 숭고를 본다. 엄청난 파도 앞에서 사람의 목숨은 미물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2, 300구의 시신이 한꺼번에 발견되고, 인간이 만들어 놓은 모든 것들이 한 순간에 쓸려나가고, 긴 세월을 이어온 태평양 어느 작은 섬의 평화로운 문명은 따사로운 햇빛과 함께 증발해버린다.


인간은 언제나 오만하다. 대자연의 힘은 재해를 통해 그것의 숭고를 우리에게 비춰줌으로서 늘 이러한 오만함을 깨뜨린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아! 인간이란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가!' 라고 탄식한다. 그런데 이를테면 이것은 '습관적'인 것이다. 그러한 탄식을 내뱉고 이 혼란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은 사람들은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을 애타게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또 늘 그랬듯 비루한 삶을 이어가야만 한다. 인간이 아무리 하찮아도 억지로라도 살아가지 않을 도리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살아가려면 인간은 늘 자연과 싸워야 하고 똑같은 비극을 당하지 않을 노력을 되풀이 해야만 한다.


아마 세상을 바꾸는 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란 얼마나 하찮고 보잘것 없는 것들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우리는 그런 것들을 하지 않을 도리가 없게 되어버렸다.


인간의 생존은 복잡한 일이라서 당장의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일본 정부는 외국으로부터 막대한 복구 비용을 원조받고 이를 통해 건설경기를 부양하기 시작할 것이다. 한국의 기업들은 자연재해를 기회로 일본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을 제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이번 사태를 통해 생겨난 대일무역의 피해 규모가 어느정도인지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하찮은 인간의 삶을 논하기 앞서, 오늘은 죽어간 사람들의 영혼을 떠올리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비록 인류 역사 전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렇게 큰 사건도 아니겠지만, 여전히 하늘에는 일만년 전과 같이 별이 빛나고 있고 인간은 땅에 발을 딛고 있다. 끔찍한 재해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있어야만 하는 자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오늘 지상을 떠나 별이 붙어있는 하늘에 좀 더 가까워진 많은 영혼들이 편안하기를 빈다. 그리고 아직도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위협을 견뎌야만 하는 운명에 처한 많은 사람들, 그리고 특히 사랑하는 나의 지인들의 무사와 안녕을 빈다.


기타먄

2011.03.12 01:00:39
*.122.199.57

휴...아주 위로가 되네요! 당게로 퍼가효!

놀이네트

2011.03.12 14:26:17
*.158.191.58

님하의 이런 글을 볼때마다 김민하가 글쟁이로 살아나가기 위한 여건을 어떻게 쫌 만들어 볼 수 있을까, 만들기 위한 모종의 노력을 해야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제 속보를 보면 또 미친 것들이 '쪽바리들' 운운 하거나 '하나님을 믿지 않는 나라'가 어떻다는 둥 떠들어 대겠구나,라고 직감하면서 숭고 보다는 우울해지더군요.

nuovo21

2011.03.14 13:17:54
*.122.235.93

이건 누구의 글인가요?

이상한 모자

2011.03.14 13:27:26
*.114.22.71

전데요.. 원전이 폭발하기 전에 쓴건데..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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