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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민주당의 '좌클릭'과 진보정당운동

조회 수 1368 추천 수 0 2011.02.14 12:13:37
민주당 빅3

당의 진로와 노선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이 논쟁의 기저에는 민주당의 좌클릭 문제가 깔려있다. 민주당이 3+1로 표현되는 보편적 복지에 대한 단계적 정책의 시행을 당의 핵심 아젠다로 설정하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이들과 어느정도 까지 함께 할 것인가를 논의 하자는 것이다.

사실 이 시점에서 민주당의 좌클릭은 어느정도 예견된 바이기도 하다. 이미 6월 지방선거때 민주당 소속의 후보들은 진보정당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이 없을 정도로 깜짝 놀랄만한 복지정책의 시행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때는 '무상급식'이라는 의제의 파괴력이 워낙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 자체가 널리 알려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 민주당의 주요 인사들이 복지 정책에 대한 정치적 발언을 거듭함으로서 우리에게 새삼스러운 고민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좌클릭을 계속해야만 하는 나름의 절박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손학규는 자신의 정치적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자각하고 있다. 그는 2012년 대권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광범위한 야권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나라당 후보와 1:1 구도가 성립되어야 그나마 약간의 승산이라도 생긴다고 보고있는 것이다. 아마 이를 위해서라면 총선에서 상당한 '양보'를 각오하여야 한다는 점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동영의 경우는 이 사람이 밑바닥 까지 내려갔다 올라온 사람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대선에서 패배하고, 총선에서 수도권에 출마하여 낙선하고, 공천에 불복하고 무소속으로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정동영은 재기가 불가능할 것이다'라고 전망하였던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정동영이 재기하기 위해서는 야비하고, 기회주의적이고, 일신의 영달만 챙기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켜야 한다. 이것을 위해서 정동영은 정말 진정성 있는, 그 누구보다도 좌측에 치우친 좌클릭을 기획해야 하였을 것이다.

정세균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친노와 386의 정치적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친노와 386이 상대적으로 야권연대에 대하여 더욱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좌측으로 질질 끌려오고 있다. 천정배는 과거 열린우리당을 선도탈당하였다는 정치적 낙인을 극복하고 당내 소수파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당 개혁'을 외치며 좌측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호응하는 진보 인사들의 움직임은 단적으로 말해서 우려스럽다. 심상정의 연립정부론은, 마치 그렇지 않을 것 같이 이야기 하지만, 필연적으로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의 기획을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당 내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박용진의 겁 없는 기고문과 몇몇 인터뷰 역시 '가치에 기반한' 이라는 전제를 달고 있기는 하지만 그 결론에 이르러서는 민주당과의 일정 수준 이상의 연합도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이리 저리 많은 활동을 보이고 있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이상이는 아예 야권통합정당을 이야기 하고 있다.

나는 그들의 '어떤 생각', 이 사회에 보편적 복지가 필요하고 국가권력을 장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대중의 바다로 나가 소위 부르주아 정치를 마음껏 펼쳐보고 싶다는 그런 것들을 존중하는 편이다. 그러고 싶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다만 진보정치세력의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정치적 기획에 대해서는 우리가 명확한 반대를 표명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천정배가 주축이 된 '2012년 개혁 정부'가 과연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어려울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성장과 수출 위주의 경제정책과 반대되는 정책 프레임은, 마치 IMF를 극복하기 위해 김대중 정부가 거창하게 내세웠던 것과 같이, 시장주의 원칙의 확립과 공정한(?) 경쟁의 확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주변부 국가에서 소위 민주주의자들의 보편적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이것은 그저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민주, 평화, 개혁' 세력이 만든 정부의 한계로 지적하였던 '물적 토대'를 고스란히 공유하면서 국가의 어떤 체질을 바꾼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보편적 복지는 국가의 체질을 바꾸는 것으로 비로서 실현될 것이라는 점을 계속해서 이야기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러한 점에서, 진보대통합을 이야기 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의 탄생에 진보세력의 책임이 있다고 말하면서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막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이 상황은 대단히 우스운 것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탄생에 진보세력도 책임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적극적으로 반한나라당전선에 복무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이 아니다. 당시 민주, 평화, 개혁세력을 포함한 소위 야권의 표를 전부 더해보아도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없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책임은 대중들의 그 냉소를 극복하지 못한 책임, 즉, 민주-개혁 정부의 실패를 통해 책임있게 대안을 제시하고 대중을 조직해야 했던 우리의 임무를 소홀히 하였던 데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2012년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012년에 민주-개혁 정부가 또다시 등장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민주-개혁 정부의 실패를 예비하여야 한다. 대안을 성실하게 연구하고, 주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대중들을 조직하기 위한 물적토대를 쌓는데 대한 전략을 이야기 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야 말로 실패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2007년 권영길의 참패 이후 벌어진 소위 분당 사태 당시의 문제의식으로 돌아가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진보정치세력의 입장에서 2002년부터 2007년까지의 시간을 다시 한 번 복기해보자.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을 하지 못했는지를 한 번 생각해보자. 지금 우리가 긴박하게 해야 할 일이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천정배와의 협력을 논하는 것인가?

* 이 글은 온라인 매체인 <좌파저널> 창간준비 2호에도... 실릴지 안 실릴지 어쩌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상한 모자

2011.02.14 12:20:16
*.114.22.131

이 글은 좌파저널이라는? 묘한 매체에 실리기 위하여 설 연휴 전에 쓰여졌으나 아직까지 뭐 아무 소식이 없는 가운데 비슷한 상황이었던것 같은 장석준의 글이 레디앙에 공개되어 저도 이렇게 공개를 하는 것입니다.

日安

2011.02.14 14:37:21
*.122.199.57

ㅎㅎ 당게에 글실렸다는거 뜬거 보고 일루 들어옴

WD

2011.02.14 14:51:46
*.116.201.223

"나는 그들의 '어떤 생각' ...... 그런 것들을 존중하는 편이다. 그러고 싶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다만 진보정치세력의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정치적 기획에 대해서는 우리가 명확한 반대를 표명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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