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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여러모로 세세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긴 하지만, 그 전에 간단하게나마 기록을 남길 필요가 있는 것 같아 쓴다.


독자파의 완승이라고들 말하는데 결과로 말하자면야 그렇게 보이겠지만 이것으로 의결단위에서 소위 독자파가 견고한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첫째, 이 결과는 조승수 대표가 보낸 소위 '편지'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6월 당대회와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이 편지는 소위 독자파라고 불리우는 흐름을 자극했을 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어떠한 형태로든 바라지 않는 모든 흐름 - 예를 들면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에는 반대하지만 민주당과의 통합에는 찬성하는 사람들을 모두 적으로 돌려버린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둘째, 현재 진보신당의 당대회 구성이 과거 자주파와 평등파가 대립하던 민주노동당 시절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대의원의 거의 대다수가 자주파 또는 평등파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던 민주노동당의 상황과는 달리 진보신당의 상황은 정치적 성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활동가들이 상당수 늘어나있는 상황이고 소위 독자파와 통합파로 불리우는 양대세력이 있는 것으로 비춰지긴 하지만 그 조직적 구심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상황이다. 독자파의 경우 소위 독자3파라고 불리우는 전진, 진보작당, 진보정치포럼이 존재하긴 하지만 이 조직들끼리 원활하게 소통이 되는 상황도 아니고 통합파의 경우 개인 활동가를 중심으로한 몇몇의 소그룹들이 개별적으로 행동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당대회 결과는 당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양대 파벌의 진검승부였다기 보다는 조승수 대표의 정치적 실기에 의해 조성된 이례적 상황임이 매우 분명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조승수 대표의 '편지'는 그 자체의 순수한(?)의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불안하게 좌우동거를 지속하도록 해왔던 현 지도부에게 좌파들이 더이상 신뢰를 보낼 수 없다는 상황을 분명히 증명한 것이고 소위 '중간파'들에게도 이것 이상의 무시할 수 없는 위험신호를 보낸 결과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후의 전망을 이야기 해본다면 현 지도부, 특히 조승수 대표의 리더십은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의 손상을 입은 셈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조승수 대표의 경우에는 일정기간 냉각기를 가진 후 사실상의 사퇴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가장 크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소위 통합파의 경우 본격적으로 전국적 차원에서의 테이블을 구성하고 행동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겠다. 어쨌든 당 내에서는 소위 '진보대통합'이라고 불리운 의제가 (이제와서 소위 독자파들이 뭐라고 하건) 산산조각이 나버렸지만 이후의 정치적 행보에 있어서 소위 통합파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행위가 정치적으로 전혀 무의미한 것에 그치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통합정당이 구성되지 않더라도 여전히 총선과 대선에서 어떤 전술을 선택해야 하는가는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고 2012년에 이르는 일정 중에 이러한 논의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정치적 사건이 돌출적으로 제기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편, 소위 독자파의 경우 이번 당대회를 통해 원하던 것 이상의 결과를 손에 넣을 수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이는 차후 행보에 오히려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또다른 딜레마를 안게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소위 독자파가 그야말로 '독자적으로' 통합파의 모든 인사를 배제하고 당 전반에 걸쳐 정치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가 없기 때문에 당대회 이후에도 통합파들과는 어떤 합의를 통하는 조직 운영을 해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다. 이러한 합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고 받는 관계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미 독자파가 많은 것을 가져간 상태에서 이제 줄 일 밖에 안 남았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으므로 이후에 첨예한 갈등요소가 될 수 있지 않은가 하는 예상을 할 수 있겠다.


내 생각을 말해보자면 당분간 소위 독자파가 당을 사실상 책임질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문제가 쉽게 풀릴 수 있으리라고 본다. 지도부와 책임있는 당직자들에 대한 인적쇄신을 요구하고 그로 인해 생기는 공간을 자체 역량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면 흔히 말하는 것처럼 10년을 각오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런 역량이 있을리가 없고 오늘의 이 상황은 모두에게 곤혹스러운 결과가 되어버렸다. 물론 이 곤혹스러움은 우리가 처한 당내 정치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것이기도 하다. 어쩌면 당의 존재 자체가 모순인 상황에서 이러한 늪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사실상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럴 때에 언제나 중요한 것은 신선한 기획과 과감한 실천이다. 기왕 벌어진 상황, 당 내의 새로운 에너지가 추동될 수 있는 계기로 삼아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치 못했던 어떤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막막한 바람을 이야기 해본다.


궁금

2011.03.29 19:48:22
*.32.156.232

잘 이해가 안 돼서 묻는데요, 이건 왜 그런 건가요? 조 대표의 편지가 뭘 했기에? @_@;

6월 당대회와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이 (조승수 대표의) 편지는 소위 독자파라고 불리우는 흐름을 자극했을 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어떠한 형태로든 바라지 않는 모든 흐름 - 예를 들면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에는 반대하지만 민주당과의 통합에는 찬성하는 사람들을 모두 적으로 돌려버린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참고

2011.03.30 01:31:33
*.248.184.154

이기중님이 모르시는 게 있는데, 조승수 대표의 편지는 22일에 이미 예고되어 있었습니다. 총장과 정책위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편지의 핵심내용을 이야기하면서 이런 내용으로 편지를 쓰겠다고 했지요. (공정성을 위해 더 정확히 말하면, 독자3파의 회동도 24일 전에도 있었습니다. 다만 그 이전의 회동에서는 3파 중 2파가 - 전진이 2파 중 하나입니다 - 전국위 원안을 대충 인정하는 분위기였는데, 22일 조대표의 결심이 알려진 이후인 24일 회동에서 전면적인 수정안을 제출하기로 3파가 합의한 것이었습니다)

이상한 모자

2011.03.30 08:28:04
*.208.114.70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닌데다가 페이스북 이용을 하지 않아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근거로 하였구요. '당의 핵심관계자'가 발언한 내용으로 되어 있어 신뢰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보았습니다. 아래 달린 댓글을 보니 꼭 '이틀만에' 준비된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겠으나 조승수 대표의 입장 발표가 이번 사태를 불러온 것이라는 판단을 하는데에는 큰 무리가 없을것 같네요.

그리고 다른걸로 좀 투덜거려보면, 저는 페이스북을 박살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세상을 호령하던 좌파들이 인민의 적 페이스북에 틀어박혀 자기들끼리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보니 배알이 꼬이네요... 페이스북 안 하는 사람은 이제 사람들이 어디서 뭘 하는지도 알 수 없게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기중

2011.03.29 23:04:30
*.196.53.9

조승수 대표의 편지 때문에 이틀만에 수정안이 준비된 게 맞나 모르겠습니다. 김용신 기획실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따르면 24일에 독자3파의 회동이 있었고, 이때 수정안은 다 준비가 됐다는데, 뭐, 어느 한 쪽은 거짓이겠지요.

이상한 모자

2011.03.29 20:15:04
*.208.114.70

제가 어디 내부의 논의를 직접적으로 알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말하긴 어렵습니다만, 당에는 사실 당의 진로와 관련하여 많은 의견들이 있습니다.

1) 순수하게 독자정당을 하자는 의견
2) 진보신당-사회당의 합당이 필요하다는 의견
3) 진보신당-민주노동당의 합당이 필요하다는 의견
4) 진보신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의 합당이 필요하다는 의견
5) 진보신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민주당의 합당이 필요하다는 의견

뭐 여기까지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시겠죠? 이 다음을 보십시오.

6) 진보신당-국민참여당의 합당이 필요하다는 의견
7) 진보신당-국민참여당-민주당의 합당이 필요하다는 의견
8) 진보신당-민주당의 합당이 필요하다는 의견
9) 가설정당이니 백만민란이니 하는 기타 등등

물론 이 수많은 의견이 다 정치적 영향력을 가질 정도로 크게 분포되어 있지는 않은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쨌든 통합파 대 독자파라는 큰 구도에서 정치적 국면이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구요.

그다음에 조승수 대표 체제라는 것을 우리가 잘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이게 일종의 좌우동거체제였다는 것입니다. 부대표단의 구성도 그렇구요. 윤난실, 박용진은 통합파. 김정진, 김은주는 독자파로 분류되지요. 사람들이 이 사이에서 사실상 중심을 잡는 역할을 조승수 대표에게 기대해왔던 것입니다.

어쨌든 지난 전국위원회를 거치면서 당대회 안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합의는 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언론 보도를 찾아보면 아시겠지만 전국위원회에서 제출된 안에 대해서 소위 독자파들은 큰 불만이 없었다고 보는게 옳을 것입니다. 일부 인사들은 물론 전국위원회에서 부결된 안을 다시 밀어붙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을 수도 있는데 그걸 조직적으로 결의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거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소위 독자3파라고 불리는 정파 중 전진 소속인데요. 전진 내부에서의 평가도 전국위원회 안 정도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었습니다. 즉, 이정도로 합의하고 가면 여러가지 잡음은 있을 지언정 당대회에서 어느정도 합의된 형태로 전국위원회 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가능할 수 있었다는 것인데요.

그런데 당대회 이틀 전 쓰여진 조승수 대표의 편지는 중심을 잡아주길 기대했던 사람들의 기대를 걷어차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정서는 전국위원도 당대의원도 아니고 당 활동을 하지도 않으며 비공식적인 루트로 어떤 정보를 수집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제가 직접 설명하는 것은 어렵고, 당대회를 앞두고 쓰여진 김형탁님의 글을 읽으면 쉽게 이해가 가능할 것입니다.

http://blog.naver.com/htkim82/70105660979

이런 연유로 전국위원회에서 부결된 소위 독자파의 입장을 반영하는 내용이 담긴 수정안을 다소 무리해서 이틀만에 준비하게 되었고 조승수 대표의 편지에 자극받은 이 무리들이 집단으로 발의에 서명을 조직하고 하여 이러한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또한 소위 중간파들의 입장에 있어서도 아래로부터 당의 진로가 합의되어가는 모습보다는 대표가 특정한 정치적 노선을 주장하게 된 것으로 비추어졌고 따라서 당내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반감을 불러온 측면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위에 열거한 진보대통합에 대한 여러 의견 중, 민주노동당과의 합당을 반대하는 의견이 독자파 수정안의 일부 표결에 가세함으로서 이러한 상황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제가 뭐 어디 전화를 걸고 취재를 해서 이러한 팩트를 다 확인하거나 이런건 아니니 그런 점을 감안하시고요.

이상한 모자

2011.03.30 08:44:56
*.208.114.70

추가로 주워들은 얘길 적자면, 조승수 대표는 사퇴는 안 하는 걸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가 있고요. 그 뭐시기추진위원장에 노회찬 고문을 밀어붙이는 분위기라는 말도 있네요. 이러면 소위 독자파들이 줄 수 없는 것을 요구하는 형태가 될 수 있겠는데요. 마치 제갈공명이 오나라 중신들을 세치혀로 박살냈듯이 전국위원회에서 노회찬이 독자파 전국위원들을 박살내는 그런 광경을 볼 수 있을지 잘 모르겠군요.

nuovo21

2011.03.30 09:41:37
*.170.115.51

어쨌든 페이스북은 박살을 내야 합니다.

이상한 모자

2011.03.30 13:07:22
*.208.114.70

에너지정치센터 홈피도 박살을..

이기중

2011.03.30 11:07:52
*.33.114.8

에...요약하자면,
"나의 정체성을 깨달았다. 나는 통합파였어! 여러분, 우리는 실패했습니다!"
"조승수,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나도 뒷통수를 갈겨주마!"
"으아악!"
"주...죽었나? 어쩌지;;"
뭐 이런 형국인가요. 씁쓸하네요.

이상한 모자

2011.03.30 12:52:36
*.208.114.70

그런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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