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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중앙파 시대의 종말?

조회 수 1352 추천 수 0 2011.05.04 02:25:00

최근 진보신당 내의 소위 통합 논의와 관련한 상호 간의 비난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생산적인 토론을 제기하려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한심한 수준의 비방을 계속해서 서로 되풀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들어줄 필요가 없는 얘기가 너무 많다. 도대체 뭘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김은주 부대표와 한석호 사무총장 간의 갈등으로 사무총장 자신이 사퇴하게 된 상황은 참기가 힘들었다. 세상에 어떤 정치조직에서 부대표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이유로 사무총장이 사퇴를 하는가? 설령 그런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이런 방식으로 문제가 터져나올 때까지 아무런 관리가 되지 않는 이 당에서 사람들이 무슨 정치적 희망을 발견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누구의 책임을 묻기 전에, 근본적으로 어쨌든 이것은 진보신당의 문제이다.


하지만 이렇게 비난하기에 앞서서 솔직히 말하면 애잔한 감정이 앞서는게 사실이다. 민주노조운동 좀 했다는 사람 치고, 한석호를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 그는 소위 민주노총 중앙파라는, 90년대 노동운동을 좌지우지했던 정파의 핵심 중의 핵심이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운동에 일생을 걸어온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더 이상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들다는 호소를 당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남기고 사퇴를 하는 이런 상황의 당사자가 되리라고는 상상해본 일조차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인가?


도대체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우리 모두가 집단 심리 치료라도 받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길게 이어진 정치적무기력과 패배주의는 다수의 사람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고 있다. 이미 2007년 소위 분당 사태부터 예견된 일이다. 그 당시에도 한석호라는 사람은 전진 내부 게시판에 감정이 분출하는 글을 남기며 절망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중앙파의 핵심 중 핵심으로 활동한, 절친 중의 절친 신언직이라는 사람에게 '한석호 동지가 많이 힘든 것 같습니다.' 라고 말했을때, '원래 그렇다.' 라는 대답을 받기도 하였으나 그로부터 이어진 술이 없으면 잠들지 못한다는 고백은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김은주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감정을 가진다. 한석호 사무총장이 본인의 글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소위 이 바닥에서 김은주 부대표의 저돌성과 과격함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그는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하면서도 이러한 구설수에 휘말렸고 무슨 상황에 대한 발언을 할 때마다 할 수 있는 한 세게 발언해왔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그는 중앙파의 막내였다. 지금처럼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딱지를 달고 다닐만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어디 한석호, 김은주 뿐이랴.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강요하다시피 하는 임성규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출신 사업장은 서울지하철이다. 그가 아직 민주노총 위원장 신분이 아닐때, 서울지하철노조의 우경화 문제를 어떻게 방어할 것이냐에 대한 물음에 그는 항상 자신있는 대답을 내놓곤 했다. 서울지하철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소식이 신문을 뒤덮고 있는 오늘날 이제 그가 뭐라고 얘기할지 사뭇 궁금하다.


소위 민주노총 국민파의 거두 이석행이 송영길의 측근이 되고 민주당 대표 손학규가 메이데이 집회에서 발언하는 오늘날에 이르러서 민주노총의 노동운동은 최소한 2012년 까지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데에는 모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누가 뭐래도 90년대 중, 후반과 2000년대 초반까지를 관통하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한 노동운동의 기틀을을 잡은 사람들은 단병호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소위 중앙파들이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즉, 위에 서술한 이 한심한 상황들은 우리가 언젠가 겪게 되었을 시대의 흐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우리가 중앙파 시대의 종말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최근 단병호 전 의원이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을 했다. 녹음 파일을 다운로드 해서 듣는 중에 눈물이 핑 돌았다. 이 시대의 끝에서 단병호 전 의원, 아니, 단위원장은 끝까지 직구만 뿌리고 있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다시 해야 한다, 산별노조 해야 한다, 기업별노조 정신이 노동운동을 망쳤다, 서울지하철노조는 정치파업을 한 번도 해본 일도 없다... 잘 생각해보시라. 2007년 이후, 이렇게 말하는 사람, 거의 없다.


이제 앞으로 한동안 우리는 단위원장과 같은 중심을 잡아줄 '어른'을 모시지 못할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에 밀려 그도 역사의 뒷뜰로 퇴장했고 한 때는 단위원장과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심상정은 전통적인 진보정당운동의 길과 사뭇 다른 길을 가려 하고 있다. 이렇게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났을 때, 그리고 우리 세대의 시대가 왔을때, 과연 누가 오늘날의 단위원장 같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인가?


87년 이후로 이어져온 이 한 편의 거대한 드라마는 그저 7막 7장이 끝났을 뿐, 비극적 엔딩으로 마무리지어 지지도 않는다. 허무와 냉소가 모든 것을 삼킬 뿐. 그게 한 시대의 종말이라는 점이 아주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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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네트

2011.05.04 09:54:47
*.242.8.34

진중권을 좋아해본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요즘 뻘타만 날리는 걸 보니 참 씁쓸하네요..
만인의 만인을 향한 뻘타만 날리는 시대가 이미 와버린지도...

WD

2011.05.04 10:15:16
*.116.201.223

양비론처럼 쉽고 편한 게 없어서 그런 말 하기는 정말 싫은데 이번 사태는 참말로 기가 막힙니다. 논리를 가지고 차근차근 설득하는 게 아니라 막나가는 김은주부대표와 몇년 전 일까지 끄집어내 징징대고 때려친 한석호 총장 모두 한심하고 어이없어요.

피상적 관찰만 가지고 사방팔방 죄다 씹어대기만 하면서 엄한 소리만 되풀이하고 있는 진중권도 그렇고 모두들 지치고 초조해하면서 중심은 못잡고 있는 시대인 거 같네요.

칼라기타맨

2011.05.04 15:20:18
*.122.199.57

에잇 속상해! 눈무리 핑도넹! 여튼 너무 다들 지치고 피폐해저 있는듯해서 딴따라들이라도 좀 룰루랄라
생기를 붇돋아줘야하는데...참 어렵네요! 저도 요새 술먹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정도로 맴맴이긴 합니다만,
참 다운로드 받은거 제게도 패스를..sos6903@gmail.com 글 퍼가효!

이상한 모자

2011.05.05 15:03:55
*.208.114.70

음~ 그건 아이폰 팟캐스트로 다운받은거라 이메일로 보내는 법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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