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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 지난 4월 28일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김해시 장유면 창원터널 입구에서 '미안합니다.고맙습니다'라고 글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드디어 패가 나왔다. 유시민 대표가 7일 국민참여당의 진로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국민참여당은 대중적 진보정당을 지향합니다'라는 제목의 이 글은 유시민 대표의 4.27 재보선 이후 최초의 정치적 발언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대로 과연 이 글은 유시민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한 힌트를 상당부분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일단 유시민 대표는 4.27 재보선, 특히 김해을 선거로 인해 자신들이 받은 타격을 상당부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경쟁적', '대립적' 연대가 아니라 '협력적 연대'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역설한다. 의회권력을 두고 4년간 칼을 갈며 준비해온 정치자영업자들의 진검승부인 2012년 총선에서는 민주당을 상대로 투쟁하듯 양보를 얻어낼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유시민 대표의 이러한 생각은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런데 '협력적 연대'는 지금 이 상황에서는 실현될 수 없고 전국적 단위의 선거연합 테이블이 존재할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것이 유시민 대표의 이어지는 주장이다. 이것을 시장바닥의 용어로 쉽게 풀어 써보자. 즉, 이것은 민주당의 입장에서 보면 국민참여당이 예쁜 구석이 하나도 없을 것이므로 2012년 총선의 선거구 조정에서 선물을 안겨줄 가능성이 희박하고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같은 좌측의 군소정당을 긁어모아 갈 경우에나 선거연합이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고백한 것이다.

유시민 대표가 혼자만의 의지로 이런 '선거연합 장치'를 작동시킬 수 있을까? 사석에서 누군가 '유시민이 소위 비민주통합을 실현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나?'라는 물음을 던졌을때 나는 '가능성이 적다'고 대답했다. 왜냐하면 국민참여당 존재의 근거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를 이어가는 것에 있다고 하면 민주당 내외에 존재하는 친노그룹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 영역을 벗어나는 순간 유시민 대표의 국민참여당은 존재의 근거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대표가 주도하는 비민주통합이 작동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는 소위 ‘친노그룹’이 민주세력과 비민주세력이 총선에서 나눠먹기를 하고 이를 토대로 대선에서 범-민주당 후보로의 단일화를 하는 역할분담을 합의했을 경우다. 그런데 이에 관하여는 최근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동안 세간에 익히 알려진 '친노가 단일한 정파로서 비춰지는 것에 반대한다', '중도에 존재하는 표를 흡수할 수 있는 손학규를 지지한다'는 발언에 더해 6월 7일 시사인 인터뷰 중 나오는 '중도의 문재인·손학규, 진보의 유시민·이정희가 나와 힘을 합쳐야 한다'는 발언을 종합하여 보면 이광재 전 지사가 그리는 그림의 윤곽이 한 눈에 잡힌다. 이러한 발언들은 당연히 비민주통합을 통한 총선에서의 야권연대와 대선에서의 후보단일화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시민 대표가 비민주통합을 실현했을 경우 민주당 후보와의 야권단일화에 이 '비민주통합정당'이 동의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물론 이것도 유시민 대표가 쓴 글에 나와 있다. '소수파전략이 아닌 집권전략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요약할 수 있는 대목이 그것이다.

누구나 직관적으로 떠올릴 수 있듯이 이것은 '연립정부'에 대한 언급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미 대선에서 사실상의 양보와 연립정부 구성에 대한 동의를 주요한 선거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즉, 이 대목은 민주당 후보와의 야권단일화를 위한 일종의 지렛대이다.

그렇다면 유시민의 이러한 구상이 실패할 가능성은 없는가? 나는 오히려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 첫 번째 이유는 국민참여당 내부에서 흔쾌히 동의될 수 없는 노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시민 대표가 제시하는 국민참여당의 진로 결정 과정을 참고하면 이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서 국민참여당 중앙위원회에서 결정과 전국당원대회에서의 주권당원 1/2 참여와 2/3 찬성의 의결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모든 조직, 특히 앞으로의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는 정치조직의 경우 자신들의 힘만으로 무언가를 도모해보려는 구심력이 크게 작용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국민참여당의 주권당원 수가 많지 않은 숫자라 해도 2/3의 벽이 그리 만만한 높이가 아니다. 지도부가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억지스런 방법을 동원하면 그것대로 유시민 대표의 유일한 디딤돌인 당 대표로서의 지도력에 금이 간다. 이래저래 어렵다.

위의 추측이 내부 곤란함이라고 한다면 외부의 곤란함도 있다. 유시민 대표의 '대중적 진보정당을 지향한다'는 입장이 반드시 진보진영의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당장 진보신당이 유감을 표하고 나섰다. 진보신당은 심상정 전 대표의 경기도지사 사퇴 이후 국민참여당과 함께하는 진보정당통합론에 대하여 부정적 의견을 피력해왔다. 거기에 노회찬 전 대표나 조승수 대표 등 당 내의 주요한 인사들이 민주노동당의 연립정부론을 부정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곤란함을 뒷받침하고 있다.

결국 유시민 대표의 입장은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에 그치는 것으로 귀결되거나 그가 글에서 밝히고 있는 대로 기존의 노선으로 복귀하게 되는 결과로 나타나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물어야 하는 것은 그럴 경우 다음 계획은 무엇이냐는 것이다. 유시민 대표의 계획이 좌초되면 그 다음에 남는 것은 현실적으로 총선에서 얻어내는 몇 석과 다음번의 정치적 기회를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대장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유시민 대표가 아무리 대단한 신산의 지혜를 갖고 있어도 사실상 낼 수 있는 수가 없지 않을까? 그런데 나는 어쩌면 이것이야 말로 유시민 대표의 어떤 '진정성'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가 정치적 수사로 종종 써먹었던 '백년 가는 정당'에 대한 꿈 말이다. 물론 이렇게 단언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이다. 하지만 나는 차라리 유시민 대표가 그러한 진정성을 가슴 깊이 품고 있었으면 한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를 품고 국민참여당에 합류한 다수 당원들의 꿈이 혹여나 다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 이 글은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930

으흐흥

2011.06.09 16:49:21
*.205.71.171

호오 최대한 선의를 가지고 '어차피 니 생각처럼 안될테니 길게보라'는 말씀을 하신듯 ㅋ 아무리 유시민이라도 당을 세번깨고나면 정치는 더 이상 못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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