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김진숙 지도위원이 남긴 글

조회 수 928 추천 수 0 2011.01.06 13:02:14
1월 3일 아침, 침낭도 아니고 이불을 들고 출근하시는 아저씨를 봤습니다.
 
새해 첫 출근날 노숙농성을 해야 하는 아저씨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이 겨울 시청광장 찬바닥에서 밤을 지새운다는 가장에게 이불보따리를 싸줬던
 
마누라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살고 싶은 겁니다. 다들 어떻게든 버텨서 살아남고 싶은 겁니다.
 
지난 2월 26일. 구조조정을 중단하기로 합의한 이후 한진에선 3천명이 넘는
 
노동자가 짤렸고, 설계실이 폐쇄됐고, 울산공장이 폐쇄됐고,
 
다대포도 곧 그럴 것이고, 300명이 넘는 노동자가 강제휴직 당했습니다.
 
명퇴압박에 시달리던 박범수, 손규열 두 분이 같은 사인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400명을 또 짜르겠답니다. 하청까지 천명이 넘게 짤리겠지요.
 
흑자기업 한진중공업에서 채 1년도 안된 시간동안 일어난 일입니다.
 
그 파리목숨들을 안주삼아 회장님과 아드님은 배당금 176억으로
 
질펀한 잔치를 벌이셨습니다. 정리해고 발표 다음 날.
 
2003년에도 사측이 노사합의를 어기는 바람에 두 사람이 죽었습니다.
 
여기 또 한마리의 파리목숨이 불나방처럼 크레인 위로 기어오릅니다.
 
 
스물한살에 입사한 이후 한진과 참 질긴 악연을 이어왔습니다.
 
스물여섯에 해고되고 대공분실 세 번 끌려갔다 오고, 징역 두 번 갔다 오고,
 
수배생활 5년 하고, 부산시내 경찰서 다 다녀보고, 청춘이 그렇게 흘러가고
 
쉰 두 살이 됐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 생각했는데 가장 큰 고비가 남았네요.
 
평범치 못한 삶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결단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만
 
이번 결단을 앞두고 가장 많이 번민했습니다. 85호 크레인의 의미를 알기에...
 
지난 1년. 앉아도 바늘방석이었고 누워도 가시이불 이었습니다.
 
자다가도 벌떡 벌떡 일어나 앉아야 했던 불면의 밤들.
 
이렇게 조합원들 짤려나가는 거 눈뜨고 볼 수만은 없는 거 아닙니까.
 
우리 조합원들 운명이 뻔한데 앉아서 당할 순 없는 거 아닙니까.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정면으로 붙어야 하는 싸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 한진조합원들이 없으면 살 이유가 없는 사람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걸 다해서 우리 조합원들 지킬 겁니다.
 
쌍용차는 옥쇄파업 때문에 분열된 게 아니라 명단이 발표되고 난 이후
 
산자 죽은자로 갈라져 투쟁이 힘들어진 겁니다.
 
 
지난 일요일. 2003년 이후 처음으로 보일러를 켰습니다.
 
양말을 신고도 발이 시려웠는데 바닥이 참 따뜻했습니다.
 
따뜻한 방바닥을 두고 나서는 일도 이리 막막하고 아까운데
 
주익씨는..  재규형은 얼마나 밟히는 것도 많고 아까운 것도 많았을까요.
 
목이 메이게 부르고 또 불러보는 조합원 동지 여러분!

- 김 진숙 올림

이상한 모자

2011.01.06 13:03:13
*.208.114.70

한진중공업 상황울 주시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일이 김진숙 지도위원이 또 뭘 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는데.. 결국 이렇게 되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12 트위터 프로필 사진을 어쩌라구 file [7] 이상한 모자 2011-01-07 1631
1111 장수는 자기를 알아주는 자를 위하여 죽는다고 하였는데.. file 이상한 모자 2011-01-06 1738
» 김진숙 지도위원이 남긴 글 [1] 이상한 모자 2011-01-06 928
1109 글을 쓰면 뭐 합니까 file [2] 이상한 모자 2011-01-05 1088
1108 [좌파저널/권태훈] 진보신당파, 제대로 한번 해 보자 [2] 이상한 모자 2011-01-05 1000
1107 [좌파저널/최백순] 좌(左)클릭 없이, 진보대연합도 없다 이상한 모자 2011-01-05 944
1106 심상정의 연립정부론에 대한 메모 [5] [3] 이상한 모자 2011-01-04 1496
1105 유산상속세에 대한 토비 지글러의 재미있는 대사 [1] 이상한 모자 2011-01-04 1693
1104 전지구적 위기라는 것이 뭐냐면 file 이상한 모자 2011-01-02 1019
1103 여러분~! 인터넷이 풀렸슴다! file 이상한 모자 2011-01-02 763
1102 자기-교육 운동, 해방의 인문학! 자유인문캠프 2011년 겨울캠프가 시작됩니다! 프로파간다 2011-01-01 829
1101 모자 비판 [14] ... 2010-12-31 1550
1100 [펌/쩜셋] 인셉션을 봤는데 [3] 이상한 모자 2010-12-30 1017
1099 [펌/김인식] 진보대통합 논의에 부쳐 file [4] 이상한 모자 2010-12-28 1252
1098 [펌/공공운수노동자] 두번 해고됐다 3년만에 복직된 사연 [1] 이상한 모자 2010-12-28 1160
1097 중앙당 당직자 인사발령 - 돌아온 미식가 [1] 이상한 모자 2010-12-28 797
1096 [펌/진보광장 토론회] 토론 내용 기록 [1] 이상한 모자 2010-12-28 1251
1095 [진보광장 토론회/정성희] 진보정치대통합의 대의와 과제 이상한 모자 2010-12-28 1231
1094 [진보광장 토론회/박용진] 진보대통합 정당 건설을 위하여 [1] 이상한 모자 2010-12-28 886
1093 [진보광장 토론회/김두수] 2012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한 야권 연대 방안 [1] 이상한 모자 2010-12-28 9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