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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 2012 총선에서 야권연대는 왜 필요한가?

한국사회에서는 20~30년 단위로 시대적 대전환이 있다. 2010년 지방선거는 새로운 시대적 전환을 예고해 주었다. 단순히 정권심판이라는 구호를 넘어서는 ‘가치 이슈’가 등장하였다. 민생제일, 무상급식으로 표현되는 복지구호가 선거쟁점이 되었고, 천안함 북풍공작을 극복하는 투표행위가 이루어졌다. 야권이 ‘연합정치’를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다. 기존의 구도와는 다른 정치구도가 형성되었고, 국민들의 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12년은 선거승리를 통한 정권교체라는 의미를 넘어서는, 실질적이고 혁명적인 ‘체제전환’(regime change)의 시대로 인식해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확인하였듯이 구체제의 지배세력은 거대하고, 단단하다. 구체제는 보수정치인+관료+독점자본(재벌)+언론으로 연합한 기득권층 수구연합이다. 우리에게 2012년은 이러한 구체제를 혁파하고 새로운 체제로 전환하는 시대적 과제가 있다. 

정치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비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반(反)한나라당’이라는 구호로 모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말은 옳다. 흔히 진보진영에서는 선거연합을 단순한 ‘반한나라당 연합’이라고 하면서, 가치를 저평가하기도 한다. 만약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면, 여러 차원의 연합정치를 동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후보단일화 방식의 선거연대도 있을 수 있고, 정치협상방식의 연합정치도 가능할 수도 있지만, 분명하고 확실한 승리를 담보하지는 못한다. 특히, 2012년을 역사적 전환기로 규정하고, 혁명적이고 근본적인 ‘체제변혁’을 이루려고 한다면, 연합정치라는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담대하고 획기적 구상, 즉 제3지대 야권단일정당이 있어야 ‘민주진보정부’수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진보정당이 탄생하고 나서 지금까지 고수한 전략은 3분립(3정립)이었다. 즉 한나라당은 진짜 신자유주의 정당인 보수정당이고, 민주당, 참여당은 유사 신자유주의 세력인 자유주의 정당이고, 자신들은 진보정당이므로 1단계로 3각 구도인 ‘3분립’을 만들고, 2단계로 자유주의정당을 해체하고 보수와 진보의 양립제로 발전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제도는 ‘3각 구도’를 허용하지 않는 원리인 대통령제와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를 가지고 있다. 다만, 1/5비율로 허용하고 있는 정당명부비례대표제와 지역주의로 인해 다당제로 보일 뿐이다. 지금까지 한국정당역사에서 진보진영이 주장한‘3분립 전략’이 실현되고 있는지에 대해 분명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진보대통합론’은 실패한 노선을 또다시 반복하는 오류에 빠질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보수를 지지하는 층은 33~38%, 진보를 지지하는 층은 27~35%로 분석된다. 87년 민주항쟁 이후에 약간씩의 증감이 있었지만, 국민의 대부분은 진보와 개혁과 민주를 구분하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실패로 열린우리당이 추락한다고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이 상승하지 않았다는 객관적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총선과 대선의 결과도 역시나 동일한 경향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념적이고 진보적인 지식인의 머릿속에서만 다른 정치세력으로 구분될 뿐, 국민들의 눈에는 진보 개혁 민주가 하나의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 2012 총선에서 야권연대는 가능한가?

2012년은 2010년 지방선거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선거다. 즉 선(先)총선, 후(後)대선이라는 특별한 절차를 거치는 정치일정이다. 대통령선거는 ‘연립정부’구성이다 뭐다 하면서 개방의 폭이 넓지만, 각 정당에서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은 소선거구제에서 치루는 국회의원 후보들의 전면전이기 때문에 양보와 타협이 끼어들 틈이 없다. 이번 서울 은평(을) 보궐선거에서 보듯이 그 어떤 정당도 양보란 없다. 따라서 진보정당의 입장에서 볼 때, 민주당을 제외한 진보정당이 통합되어 진보단일후보를 내고,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하자고 압박하는 방법은 지금까지 연합정치의 수준에서 볼 때, 그나마 실현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민주당을 제외한 야권정당들이 단일한 정당으로 모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결국 반한나라당 진영의 입장에서 볼 때, 최대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 후보들과 경쟁하기 위한 정치공학적 입장에서 ‘진보대통합’을 추진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지금의 현실에서는 야당들은 각자 생존하면서, 선거 때마다, 정치협상과 후보단일화 방식의 느슨한 기능적-다원적 연합을 가장 현실적 방법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2010년 지방선거에서 실시한 선거연합은 과연 정당한가? 정말 정의로운가? 하는 문제에 의문을 가져야 한다. 민주당과 민주당을 제외한 정당들의 정당명부투표에서는 2:1비율로 지지율을 보였지만, 당선자는 9:1로 나타났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로 볼 때, 민노당이 조금의 이득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민주당이 과잉이득을 가져가고 있다. 소수당들이 지금 같은 분배결과에 만족한다면, 느슨한 연합체제가 나쁜 것은 아니다. 

정당통합, 또는 정당융합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과제다. 미국 민주당과 같은 무지개 정당 형태의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당과당 사이에 정치협상으로 불가능할 때, 채택하는 방식인 여론조사에 의한 후보단일화 방식보다는, 통합된 같은 정당내부에서 국민들의 참여가 보장된 ‘개방형’선거인단으로 출마자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내부 경선 방식이 진보개혁적 인사들이 더 많이 진출하는 수단이 된다. 지금처럼 정당지도자들에 의해 임의적으로 특정후보의 등록 기회를 박탈하지 못하게 하고, 경선자 모두에게 충분한 시간을 보장하여 각각의 후보 간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50%이상 득표자가 없을 경우에는 보름정도 후에 최종적으로 ‘결선투표’를 보장하여 연대의 정신을 살리면서 가장 경쟁력 있는 야권단일후보를 결정하는 방식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정당융합의 대상이 되는 정당은 2012년 ‘집권’을 위한 ‘수권정당’을 만드는 것에 동의해야 한다. 진보적 정치세력이 ‘집권’이라는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굳이 ‘정당융합’을 할 이유가 없다. 정치는 협상과 타협이 7할이고, 투쟁은 3할 이하라는 세속적 원리를 기꺼이 수용해야 한다. 순수한 원칙과 결벽증으로 ‘집권’할 수는 없다. 다만, 빛과 소금의 정당으로, 운동권정당으로 존재의의가 있다면, 지금의 진보정당으로 계속 남는 것을 스스로 선택할 것이다. 따라서 2012년 정당의 존재의의를 어디에 둘 것인가? 즉, 집권을 목표로 할 것이냐? 아니면 이념을 알리는 것이냐? 하는 존재의의에 근본적 질문을 던져야 할 때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노당’이 보여준 현실적 감각과 실리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통합하지 않고, 작은 골목대장이라도 하니까 떡(실리)을 더 많이 얻어먹는다는 계산적인 판단도 이제는 다시 셈을 해볼 때가 되었다. 단기적 이익보다는 작은 기득권을 내놓고, 큰 기득권을 굴복시켜서 큰 판을 벌려야 큰 이익을 가져온다는 대범한 용기가 필요하다. 

- 야권연대의 현실적 대안과 구체적 경로는?

현재 정치권에서 정당통합의 원칙으로 거론되는 논리를 보면, 크게 두 가지 경향으로 나뉘다. 첫 번째는 정당은 이념과 가치, 정책에 따라 통합하는 것이라는 논리로 주로 진보정당에서 주장하는 통합논리다. 두 번째는 정당 내부의 합리적 체계, 즉 공존 시스템이라는 조건이 만들어 진다면,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당통합을 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제3지대 야권단일정당론’, ‘빅텐트론’이 여기에 속한다. 이러한 경향성을 가진 통합노선에 대해 실현 가능성을 가지고 비판해도, 2개의 흐름에 대한 결론은 비슷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민주당’이라는 상수다. 이념에 따라 정당을 통합하자는 논리는 현실에서는 민주당을 제외하고 나머지 야당들이 우선 통합하는 선(先)진보대통합론이고, 두 번째의 논리는 과연 민주당이 ‘혁신’할 수 있어? 라는 물음을 전제로 선(先)민주당혁신 통합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정당통합을 말할 때는 좋든 싫든 ‘민주당’에 대한 분명한 방침을 전제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정치권 밖에서 ‘정당통합’(국민의 명령식으로 말하면 ‘정당융합’)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기분 좋을 리가 없다. 특히 민주당은 2012년 당권을 선점하기위한 전당대회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는 순간이니 더욱 마음 편할 리가 없다. 그러나 사실은 긴장을 할 필요가 없다. 제3지대 야권단일정당운동은 기존의 정당이라는 성(城)을 허물고 새로운 성(城)을 쌓자는 주장이 아니다. ‘제3지대 백지신당’이라는 용어는 민주당 해체를 주장하는 입장이라는 오해를 불러올 만 했기 때문에 폐기한 것이다. 제3지대 단일정당운동에 대해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야당들의 성채 밖 광야에 야당들의 성채를 포괄하는 거대한 진지를 쌓는 운동이다. 거대한 진지 안에 각각의 성(城)이 존재하겠지만, 생활의 모든 행위가 성 밖에서 이루어진다면 성문을 닫고 있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봉건제를 유지하던 영주의 성이 아무른 유용성이 없듯이 이제는 야당의 성보다 더 큰 진지가 광야에 펼쳐질 것이다. 단일정당운동은 각각의 성에 대해 이제 성문을 열고 광장으로 나오라고 큰소리로 외치기는 하겠지만, 성벽을 허무는 직접적인 공격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운동이 정당통합이 아니라 굳이 ‘정당융합’이라고 불려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러 성 중에서 가장 큰 성을 가지고 있는 당이 민주당이겠지만, 야권단일정당운동은 기존의 당원들을 뛰어넘는 100만의 예비당원들을 가지고 정치혁명, 시민혁명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래서 ‘제3지대 야권단일정당운동’을 유쾌한 민란(民亂)으로 부르는 것이다. 

- 2012 야권연대를 위한 제 정당과 시민사회의 역할은?

‘제3지대 야권단일정당운동’은 정당융합의 단계에 이르려면, 새로운 대중운동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많다. 시민정치운동의 성격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유권자운동이면서, 소비자운동일 것이고, 지역주민운동이면서 직장인운동이 될 것이다. 생활적 요구에서부터 제도적 법적 쟁취까지 영역의 확대가 일어날 것이다. 이 운동을 시민사회가 단순한 정치운동이나 정당운동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운동은 새로운 ‘시민정치운동’이다. 지난 2008년 촛불에서 진화발전하고 있는 운동이다.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시민들이 정치의 주체임을 확인한 운동이다. 시민사회에 이 운동에 함께할 것을 정중히 제안하는 바이다. 

왜 정치이며, 정당이어야 하는가? 혹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촛불을 보았다. 이제 제도의 정치가 아니라, 광장의 정치다. 정당이 아니라 시민네트워크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동감한다. 정당의 역사가 100년을 넘어가는 유럽의 정당들도 최근에 와서 당원수가 격감하고 있고, 정통적인 대중정당의 틀이 허물어지고 있는 현상들이 발견된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정당을 기반으로 정치가 이루어지고 있고, 정당의 후보가 그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되며, 정당과 지도자가 나라의 미래를 설계하고 집행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원론을 새삼스럽게 강조하는 것은 반(反)정치의 의식에서 벗어나서 정치와 정당을 직시하라는 뜻이다. 2012년 시대정신을 실현하는 길에 함께 하자는 뜻이다.

이상한 모자

2010.12.28 01:50:37
*.208.112.113

이 자는 '국민의 명령'을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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