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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영화나 혹은 문학을 평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작가가 경험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삶의 궤적을 따라가 본 후에 작가의 의도를 예상해보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사회적 맥락에서 작품의 가지는 의의를 평해볼 수도 있을 것이고, 이런 일체의 외부적 맥락과 관계없이 작품 내적인 요소로만 평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런 여러 가지 비평론들은 제각기 나름의 긍정적인 역할과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어차피 비평이라는 것은 작가의 의도를 알아맞히는 퀴즈 게임이 아니므로, 위에 쓴 여러 가지 방법론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작품을 독해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나는 자칭 대단한 ‘빨갱이’이므로.. 이런 맥락에서는 나에게 있어서 모든 영화는 빨갱이 영화고 모든 감독은 빨갱이 감독에 다름 아니게 되는 것이다.

나는 영화 평론으로 먹고 사는 사람도 아니고, 그다지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도 아니며, 평론이나 비평에 대해 그리 잘 아는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이 글의 내용이 가지는 아마추어적 관계들에 대해서는 독자들이 이해만 해준다면 그다지 길게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어쨌든 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다크나이트’라는 영화가 빨갱이 영화인 이유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빨갱이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이 글의 주된 목적이 되겠다.

강박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전통적인 정의는 어릴 때 악당의 손에 부모를 잃은 한 재벌 2세가 부모가 죽을 때에 생긴 트라우마로 악당을 다 때려잡아야 하겠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박쥐 가면을 뒤집어써서 슈퍼히어로가 되었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에서도 이러한 설정이 크게 변화하지는 않는데, 이전 시리즈와 사소하게 다른 점은 배트맨, 브루스 웨인이 그의 부모가 죽게 된 이유에 대해서 ‘내가 그 때 밖으로 나가자고 하지 않았더라면..’ 식의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배트맨의 트라우마를 구체화시킨 셈이다. 결국 이 트라우마는 배트맨이라는 캐릭터를 구성하는 강박증의 정신분석적 원인이 된 것인데, 그의 강박은 한 마디로 말하면 ‘질서에 대한 강박’이다.

그가 굳이 박쥐 가면을 쓰고 범죄자를 때려잡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범죄자들을 다 때려잡아야만 하는데, 기존 질서가 범죄자들을 모두 때려잡지 못하는 것이라서 그렇다. 범죄자들을 완전히 쓸어버리는 가장 완벽한 방법은 범죄자가 없어도 되는 완벽한 질서를 만드는 것이다. 배트맨은 이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배트맨이 넘지 못하는 선은 없어요.” 라고 말하며 질서의 룰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다. 이 배트맨이라는 캐릭터는 기존 질서가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이 질서를 ‘완벽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아이러니 하게도 그 질서 바깥으로 나가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강박증적인 행동은 오직 범죄자에게로만 향하지 갱들에게 매수된 경찰과 사법조직으로는 향하지 않는다. 물론 그는 타락한 경찰들을 미워하고 때때로 그들이 명백한 조짐을 보였을 때에 응징하기도 하겠지만 그것은 모두 2차적인 것들이다. 배트맨의 원래 자아인 브루스 웨인은 그 막대한 자본력으로 사실상 고담시를 지배하고 있으면서도 이런 타락한 경찰과 사법조직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왜인가? 이것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타락한 경찰과 부패한 사법조직 역시 고담시를 지탱하는 질서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완벽한 질서’에 대한 그의 욕망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욕망’이다.

회사 돈을 유용하여 최첨단 장비를 만들어 박쥐 가면을 쓰고 밤에 날아다니며 싸움박질을 하는 것이 도대체 고담시의 완벽한 질서를 만드는데 무슨 도움이 되는가? 결국 그의 행위는 ‘불가능한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서 ‘쓸데없는 짓’을 하는 전형적인 강박증의 증상인 것이다.

히스테리

많은 사람들이 조커에 대해서 ‘절대 악의 순수한 결정체’와 같은 수사를 붙이고 있지만 내 생각에 그건 지나치게 단순한 정의다. 예를 들면, 던전 앤 드래곤스라는 주사위 게임의 규칙에는 캐릭터의 성격을 정하는 기준으로 2개의 축이 등장하는데, 하나의 축은 선-중립-악이라는 축이고 다른 하나의 축은 질서-중립-혼돈이라는 축이다. 이 게임의 규칙에서는 한 캐릭터 안에 선과 혼돈이 공존할 수도 있고 오로지 중립만이 최선의 가치인 캐릭터가 등장할 수도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이 주사위 게임에서도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단순한 선, 악 구분은 하지 않는 것이다.

조커를 정의하는 가장 정확한 말은 ‘질서를 알고 있지만 거기에 별로 관심이 없는 자’이다. 그는 이 세계의 질서가 완벽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질서를 완벽하게 만든다는 것은 현재의 질서가 포괄하지 못하는 질서의 외부를 보다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질서의 영역을 확장시킨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런데 조커는 이 ‘질서의 외부’라고 믿어지는 영역에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질서 자체가 조커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 된다.

반쪽이 불에 타버린 하비 덴트에게 조커는 말한다. ‘봐라, 질서를 만들겠다며 설치고 다니던 네가 결국 그 질서 때문에 뭔 꼴을 당했는지...’ 조커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물론 하비 덴트에게 ‘질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것은 조커가 ‘완벽한 질서’를 바라는 강박증 환자 배트맨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이기도 하다. 조커가 ‘넌 날 완성시켜!’라고 표현하는 배트맨과의 애증관계는 이런 방식으로 구성된다. 배트맨이 ‘완벽한 질서’를 원하고 그것을 강박증적인 방식으로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계속해서 증명되며 조커의 자존감이 형성된다. 이것은 말 그대로 조커를 완성시키는 것이다.

조커의 이러한 측면은 우리가 상상하는 기묘한 악마의 이미지와 연결된다. 조커에게는 과거가 없다. 지문, DNA, 옷의 상표, 그리고 입 주변 상처의 기원까지.. 그 어떤 것으로도 우리는 조커의 과거를 알 수가 없다. 그는 두들겨 맞아도 아파하지 않고 뒤집혀버린 트레일러에서도 멀쩡히 살아나오며 심지어 배트맨의 배트포드에도 (배트맨의 의지든 아니든) 부딪치지 않는다. 조커가 악마와 같은 초자연적인 그 무엇에 근접해있음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은 마지막에 가까운 장면에서 배트맨이 조커에게 습격당할 때, 배트맨의 특수한 전자 장비가 잠시 효력을 잃게 되는 장면이다. 이러한 것들은 누가 뭐래도 악마의 상징들이고 악마는 언제나 히스테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존재로 이해되어 왔다.

미국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배우 아론 애크하트를 하비 덴트 역으로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서 그의 외모가 미국적으로 생겨서라고 말했는데, 이 얘기가 전혀 틀리지 않다. 즉, 하비 덴트는 미국이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데, 하비 덴트가 브루스 웨인이 주최한 정치자금 모금 행사의 주인공인 이유는 미국에서는 (주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지방 검사를 선거를 통해 선출하기 때문이다. 로스쿨을 졸업한 이들은 대부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변호사를 직업으로 선택하지만 굳이 지방 검사에 선출되기를 바라는 이들은 경력을 쌓아 판사로 선출되기를 바라거나 이후에 정치권에 진출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즉, 어쨌든 하비 덴트라는 캐릭터는 정치적인 맥락 위에 서있는 셈이고, 그것은 기존의 질서를 수호하고 집행하는 역할을 넘어서서 새로운 질서를 창조할 수 있는, 배트맨이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하비 덴트는 배트맨의 ‘불가능한 욕망’을 ‘실현 가능한 것’으로 바꾸어줄 수 있는 ‘우리의 희망’이다. 그리고 그것은, 미국인들이 2001년 9월 11일 이전까지 자기들의 자랑스러운 나라를 바라보는 방식이기도 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미국은 소련이 망하고 나서 사실상 세계의 대장으로 행세하고 있고, 세계평화를 지키고, 경제적으로도 나쁘지 않고, 전쟁이나 기아, 폭동 같은 건 먼 나라 얘기고, 이런 상황에서 나는 플로리다 해변에서 마음 편하게 오렌지 주스나 마셨으면 좋겠다, 라는 게 대다수 미국인들의 바람이었을 것이다.

하비 덴트의 앞, 뒷면이 똑같은 동전과 ‘운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거야.’라는 순진한 자신감이 이러한 상황을 잘 나타내주는데, 그것이 911 이전의 미국이었다고 한다면 911 이후의 미국은 어떠했는가? 레이첼 도스의 죽음과 반쪽이 타버린 행운의 동전은 그야말로 911이라 할만하다. 레이첼 도스의 죽음 이후 하비 덴트가 겪는 변화는 당연히 미국의 변화를 재현한다.

하비 덴트가 투페이스로 변화하는 과정처럼 미국도 아프가니스탄이라는 가난한 나라에 보복공격을 했다. 언제나 환상에 젖어있을 것만 같았던 미국이라는 나라가 쌍둥이 빌딩의 붕괴로 현실에 내던져진 것이다.

하비 덴트 역시 현실을 직시해야 했기 때문에 그가 맨 처음으로 한 일은 자신을 배신한 경찰을 찾아가 응징하는 것이었다. 그는 더 이상 ‘운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앞, 뒷면의 동전은 어떠한 질서에도 구애받지 않는 선택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하비 덴트도 조커처럼 ‘완벽한 질서’에 대한 환상을 버렸다. 그리고 그는 그 대가로 죽음을 얻는다.

그가 죽는 이유는, 사람이 어떠한 질서에도 구애받지 않는 단 한 번의 순간이 바로 죽음과 마주할 때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조커가 ‘총을 쓰지 않고’ 칼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재에 대한 열망이냐, 상상으로의 도주냐.. 죽어서 영웅이 될 것이냐, 살아서 악당이 될 것이냐.. 이것이 다크나이트의 등장인물들이 마주하고 있는 딜레마다.

정치

이것을 체제, 시스템의 문제로 바라본다면 문제는 ‘정치’다. 과연 고담시와, 그것과 대면하는 주체들의 가장 바람직한 정치적 태도는 무엇인가?

하비 덴트와 조커의 결론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 후반의 ‘사회실험’ 장면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 장면이 가지는 함의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만일 조커가 자기 역할을 제대로 다 하려면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버튼을 눌렀을 때 상대방의 배가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타고 있는 배가 폭발해야 한다. 그것이, 배트맨에게 레이첼 도스와 하비 덴트가 있는 장소를 반대로 가르쳐 주었던 것과 같이, 조커가 질서를 비웃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배트맨은 조커를 두들겨 패면서 “너는 틀렸어. 아직도 고담시에는 선한 사람들이 많아.”라고 말하고, 조커는 “아무도 믿을 수가 없다니까!”라면서 스스로 버튼을 누르려 하지만, 이런 배트맨의 결론은 올바른 것일까? 조커가 정말 틀렸던 것일까?

핵심은 배트맨과 조커는 배 안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배 안에서 일어났던 일을 복기하면 배트맨이 틀렸고 조커가 옳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선량한 시민들이 탄 배에서의 유력한 의사결정 수단은 무엇인가? 다수결이다. 다수결의 결정 사항은 버튼을 누르는 것이었다. 그러나 버튼은 눌러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명인들의 체제’는, 버튼을 누르지 않는 것을 결정하지도 못하고 버튼을 누르지도 못한다. 오히려 죄수라는 야만인들은 그 중 가장 훌륭한 님이 버튼을 갖다 버렸는데, 문명인들의 시스템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이다.

조커가 놓친 것은 다수결의 결과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 할 것 까지는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조커는 문명인들의 훌륭한 질서가 결국 그들에게 파멸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들에게 현실이 어떤 공간인지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을 것인데, 어쨌든 문명인들의 질서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하기는 한 셈이다. 결국 이 게임의 승리자는 조커다. 선거로 선출된 하비 덴트가 고담시를 구원할 수 있었겠는가? 조커에 의해 이 물음의 대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이에 반하여, 배트맨이 가지고 있는 강박적 자아의 실천적 결론은 자신이 질서의 (부정적인) 일부가 되는 것인데, 자신이 전체 질서에서 맡아야 할 역할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배트맨의 방식이다. 이 영화의 결론에서 그는 강박에서 현실로 조금이나마 전진한다. 그러나 여전히 배트맨은 ‘완벽한 질서’를 만들어낼 수 없다. 배트맨이 아무리 기발한 무기를 만들어내고 굉장한 책략을 고민해낸다 하더라도 고담시의 질서 그 자체에 도전하지 않으면 배트맨이 직면한 문제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다. 범죄자는 늘 들끓고 경찰과 사법조직은 늘 부패해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하비 덴트의 방법론은 어떤가? 동전의 양면이 모두 앞면일 때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동전의 양면이 모두 앞면이라는 것 자체가 왜곡된 질서, 오해, 환상,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그가 동전의 양면을 모두 사고할 때에야 그는 부패한 경찰을 응징할 수 있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영화 전체를 통틀어 ‘부패 경찰’이 당하는 경우는 하비 덴트에 의한 것이 유일하다.

그러나, 하비 덴트가 실존적으로 증명했다시피 모든 질서를 외면하고 현실로 돌진해버린 결과는 주체의 소멸이다. 실제로 현실에서는 조커나 하비 덴트와 같은 상황에서 많은 대중들이 집단적으로 앓는 대표적인 열병이 냉소주의와 테러리즘이다. 오직 배트맨만이 이 길을 가려하지 않고 있고 그가 어떻게 조커와 하비 덴트와 같은 길에 빠지지 않으면서 고담시를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이 영화가 던지는 물음의 핵심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다크나이트를 ‘스타워즈 에피소드 5’에 비견했다. 알다시피 스타워즈 에피소드 5는 ‘마무리 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크나이트의 후속편에서는 다크나이트에서 던져진 물음에 배트맨이 어떤 대답을 내놓느냐가 주요한 내용이 될 것이다. 감독이 가지고 있는 대답에 따라 배트맨이 아닌 브루스 웨인이 고담시의 문제를 해결하는 전면에 나설 수도 있고 배트맨이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배트맨은 진보주의자가 될 수 있는가? 소위 진보세력이라는 우리의 실천적 고민과 이에 따라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인가? 현실이 우리에게 남겨준 숙제다.



http://weirdhat.tistory.com/14


이상한 모자

2008.08.20 02:55:33
*.54.99.50

배트맨, 조커, 하비 덴트가 나와 갑자기 지젝을 이야기 하고 맨 끝에는 뜬금없는 진보세력의 실천적 고민이 나오더니.. 베컴이 등장, 그래서 우린 이렇게 펩시를 마시죠. 캬..

쟁가

2008.08.20 03:43:31
*.234.11.9

조커의 사회실험에 관해서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요. 시민들은 못누르고, 죄수들은 안누른건데, 어쨌든 결과를 놓고보면 윈윈입니다. 일테면 시민들은 문명세계의 무책임성 때문에 못누른 것이고, 죄수들은 문명세계의 룰을 내면화하고 있어서 안눌렀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문명세계의 양 극단을 대표하는 속성 때문에 참사를 피한 것이고 이것이 결국 사회질서에 봉사한 셈이니까 조커가 패한 거지요. 그런데 그건 선에게 악이 패한다는 게 결코 아닙니다. 그냥 조커가 너무 순박했던 거죠.
조커는 "악은 계획하지 않는다"며 마치 심오한 본성론을 설파하는 포즈를 취하지만 정작 영화에서는 종업식날 초딩처럼 계획적인 어린이였습니다. 조커의 악은 뭔가 철학적인 '악'이 아니라 단지 게임이론적 세계관의 다른 말입니다. 혹은 도킨스적인 세계관이거나. 저 사회실험은 현실에서 게임이론적 상황을 100% 구현해보려는 시도였는데, 그러기에는 조커가 너무 무식해서 변수들을 미리 통제하지 못했을 뿐인 거죠. 정리하자면 선과 악, 문명세계 대 야만세계 이전에 그냥 멍청한 아저씨가 거대한 계획을 세우면 쪽만 팔게된다는 교훈적인 이야기.

이상한 모자

2008.08.20 04:05:02
*.54.99.50

쟁가 / 이 시간 까지 주무시지 않고 저의 졸문을.. 제가 뭘 몰라서 그러니 앞으로도 많은 지도를 부탁 드립니다. 글고 혹시 관심있으시다면 진보신당 경기도당 웹 소식지에 이 졸문에 대한 반론을............................

쟁가

2008.08.20 04:08:59
*.234.11.9

님의 졸문에 감탄하다가...가 아니고 맥주를 어설프게 먹어서 잠이 안오네요. 근데 '내가 정말 변절한 걸까'는 언제 들려주실려고? ㅎㅎ

쟁가

2008.08.20 04:11:32
*.234.11.9

난 서울당원이라 경기도당에 반론할 수 없소.

이상한 모자

2008.08.20 04:16:12
*.54.99.50

쟁가 / 오오, '당원'이긴 했던거군요. '내가 정말 변절한걸까' 라는건 정윤경이나.. 이런 사람들 스타일로 운동권 가요를 만들어 보려고 했던 것인데, 기회가 된다면 녹음을 해볼 생각도 있습니다. 졸작이지만..

쟁가

2008.08.20 04:22:58
*.234.11.9

당원이긴 한데, 너무 재미가 없어서 탈당 고민하고 있어요.
공연하는 걸 직접 듣고 싶어요. 설마 미소녀 앞에서만 공연하는 건가...

아가뿡

2008.08.20 11:11:17
*.81.186.2

무서운 사람보다 님이 천배정도 나은 거 같네여

아가뿡

2008.08.20 11:12:04
*.81.186.2

이걸 좀 퍼가도 되나여

진빠1호

2008.08.20 18:18:40
*.191.119.154

글의 전반적인 내용과 쟁가 님의 덧글에 동의. 한참 웃었다...

이상한 모자

2008.08.20 23:56:26
*.54.99.50

아가뿡 / 퍼가는건 환영이죠. 저의 명성이... 널리 알려지는 것입니다..

...

2010.10.20 22:58:58
*.235.165.62

그래 이거였어. 이상한 모자식으로 망하는 부류의 갑. 나 이거 솔직히 막줄에서 충격먹었다?

이상한 모자

2010.10.21 00:17:54
*.208.112.113

아 글을 끝내야 되니까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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