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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1. 당신이 주로 이용하는 전철(지하철) 노선과 역은?
- 수원 -> 신길 -> 여의도, 또는 신정. 여의도는 주로 진보누리 문제들 때문에. 신정역은.. 거기 혁명 전사들하고 내가 좀 잘 아니까.

2.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있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이용합니까?
- 생산수단과 생산관계, 그리고 유물론적 역사관 등을 떠올리며 자본주의 산업사회의 분위기를 만끽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한다.

3. 승강장에서 당신이 전철을 기다리는 위치는 어디 입니까?
- 혁명적 위치.

4. 승강장은 아직 한산하지만 사람들이 모여 들고 있습니다. 전동차를 의자에 앉아 기다릴 수도 있고, 제일 앞쪽에 서서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특별히 몸이 힘들거나 아프지 않은 당신은 어떻게 기다리시나요?
- 의자에 앉아 기다린다. 맨 앞에 서있는다고 해서 들어오는 지하철에 자리가 많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럴땐 역사의 발전 단계에 맡기는 것이 좋다.

5. 전동차를 타기 전 당신은 제발 앉아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나요?
- 네.. 아무리 위대한 혁명가라도 장시간 서 있는 것은 싫다.

6. 전동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때 당신의 시선은 주로 어디에 있으며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 똑바로 앞을 응시한다. 그러면 전동차의 운전석 부터 휘리리리 눈 앞에 지나가게 되는데, 지하철 노조의 파업과 뭐 그런 사회적 의제를 떠올려준 후에 지하철 내에 널부러져 있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기억하며 혁명에의 열정을 불태운다.

7. 아무도 없는 전동차입니다. 당신은 어느 자리에 앉는 것이 편안한가요?
- 혁명적 구석자리. 봉이 있어서 기댈 수가 있당..

8. 자리가 있으나 멀쩡하게 생긴 청년이 만취해 자리에 누워 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혹은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 이 청년은 분명 시대가 자신에 부여한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술을 마신 후 잠들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고뇌하는 혁명가가 잠시 쉬도록 놔둔다. 

9. 이번에는 누더기 옷을 걸치고 역한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 누워 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혹은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 이 땅의 민중이 고통받고 있다. 파견법 개악 저지,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애써 떠올리며 지하철 노선표를 보러 간다.

10. 앉아 있는 당신은 아무 것도 할 만한 게 없습니다. 당신의 시선은 어디에 있으며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 러시아 혁명 이후 스탈린 시대 까지의 역사적 오류에 레닌의 책임이 얼마만큼 있는지에 대해 고뇌하다가 잠이 든다. 

11. 전철에서 할 무언가를 꼭 준비한다면 당신이 주로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무언가 읽을거리라면 어떤 종류의 읽을거리 입니까?
- 나의 혁명적인 눈커풀 안쪽을 읽는다.

12. 아쉽게도 자리가 없습니다. 당신은 어디에 서 계십니까?
- 혁명적인 문 쪽 봉 옆에. 기댈 수가 있당...

13. 떡을 이고 들어 온 할머니가 당신에게 다가와 (팔아달라고) 아무 말 없이 웃으면서 내밉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십니까? 혹은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 이 땅의 민중이 고통받고 있다. 이 땅의 민중을 구하기 위한 절차로, 일단 당의 과도강령과 최소강령에 대한 고민을 심도있게 한 후에 할머니의 일은 곧 잊어버린다. 직업적 혁명가는 돈이 없다.

14. 아이가 도와달라는 내용이 적힌 종이를 능숙하게 돌립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십니까? 혹은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 이 땅의 민중이 고통받고 있다. 고통받는 이 땅의 민중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그오오오오! 친절히 종이에 사인을 해준다. 직업적 혁명가에겐 돈이 없다. 다만 펜이 있을뿐..

15. 장애인이 하모니카를 불거나 찬송가를 틀어 놓고 지나갑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십니까? 혹은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 이 땅의 민중이 고통받고 있다. 하모니카를 부는 장애인에겐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오류에 대해 논해보자고 말을 걸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며 음악을 감상해준다. 단, 찬송가를 틀어 놓고 지나가는 장애인은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려고 하고 싶은 마음을 억제 하며 조용히 눈을 감는다.

16.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치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십니까? 혹은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 이 쉽새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인데.. 라고 생각한다.

17.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설교하는 찌라시를 받았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이 쉽새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인데.. 라고 말하고 싶지만 찌라시를 돌리는 것은 이 땅의 민중이 고통받고 있는 증거 이므로 넓은 마음으로 용서 한 후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18. 자리에 앉아 있는 당신은 어떤 자세입니까?
- 혁명적 잠자리 자세.

19. 옆자리에는 멋진 이성이 앉아 있는데 자리가 비좁아 자연스런 스킨쉽이 성사(?)되었습니다. 땀 흘리는 여름도 아니어서 불쾌하지 않고 피부든 옷이든 뽀송뽀송(?) 합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십니까? 혹은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 피부와 옷이 뽀송뽀송 하다니, 그녀는 부르주아가 틀림 없다. 이 악랄한 자본가 계급, 손수 프롤레타리아트의 땀방울로 더럽혀주마 라고 생각하며 땀을 흘리기 위해 노력한다.

20. 옆자리에 앉은 멋진 이성이 졸면서 머리로 당신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결국 편안하게 기대고 있습니다. 그가 결코 고의적으로 그러는 것이 아니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혹은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 카하하하하하하하...

21. 자신에게 기대고 있는 이성이 별로 멋지지가 않습니다. 혹은 동성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십니까? 혹은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 혁명을 부정하는 반동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생각하며 비밀경찰에 반동분자들에 대한 숙청작업을 지시할 것을 심각하게 고려한다. 물론 내 옆자리에 있는 반동분자가 숙청 대상 제 1 호가 될 것이다.

22. (남성) 양쪽으로 자리가 있는데 한쪽에는 미인이 짧은 치마를 입고 앉아 있습니다. 당신은 무슨 생각으로 어느 쪽에 앉겠습니까?
- 마음을 비우고 무의 경지에 들어간다. 도도히 흐르는 유물론적 역사관이 나를 혁명적 자리로 안내해 줄 것이다.

23. (여성) 양쪽으로 자리가 있는데 한쪽에는 꽃미남이 얌전하게 앉아 있습니다. 당신은 무슨 생각으로 어느 쪽에 앉겠습니까?
- 하이.

24. 서 있는 사람은 없는데 앉을 자리가 없습니다. 아, 노약자석이 비었군요! 당신은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하십니까?
- 부족한 사회의 노인복지제도를 원망하며 역시 민중권력이 빨리 도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노약자석에 무심코 앉으려다가 직업적 혁명가는 언제나 민중의 고통을 우선시 해야 한다는 나의 신념을 떠올리며 그냥 서서 간다.

25. 막차를 탄 당신 앞에 술에 취해 정열적으로 키스를 하고 있는 연인이 있습니다. 당신은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이놈으쉐끼들, 수정해주마, 가 아니고 민중에 대한 드넓은 이해와 사랑으로 그들을 함께 껴안아준다.

26. 당신은 정말 피곤해서 잠들었는데 갑자기 어떤 할아버지가 젊은 사람이 싸가지가 없다는 둥 욕을 하시면서 냉큼 일어나라고 호통을 치십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봉건적 사고에 찌든 노인에게 혁명적 세계관을 심어주려고 노력하나 역시 민중에 대한 드넓은 이해와 사랑으로 암말 않고 자리를 내준다. 그리고 노인 복지 제도의 부재를 생각하며 정부를 규탄해야 겠다고 생각한다. 구호를 '규탄' 으로 할지 '퇴진' 으로 할지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본다.

27. 앉아 있는 당신 갑자기 핸드폰이 울립니다. 당신은 전화를 어떻게 받으십니까?
- 혁명적으로.

28. 전동차 안에서 정말 꼴불견이라 생각하는 모습 세 가지를 꼽는다면?
- 1. 인민의 아편, 2. 인민의 아편, 3. 인민의 아편...

29.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전철역이 있습니까? 있다면 사연을 들어 볼 수 있을까요?
- 사당역. 고통받는 민중들이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줄을 주욱 서 있다. 가끔 맥반석 오징어 다리 구이를 사먹거나 하는 인민들이 있는데, 그거 식용 플라스틱 이랜다.

30. 전철역이나 전동차 안에서 겪었던 일 중에서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 인민의 아편을 뿌리고 다니는 종교인들은 왼쪽 문에서 나타나서 설교를 시작하여 오른쪽 문으로 사라지기 직전 설교를 마치고 다음 칸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보통이다. 하지만 내가 만난 종교인은 좀 더 스케일이 컸다. 그는 지하철의 맨 앞 칸에서부터 설교를 시작하여 맨 뒷 칸까지 주욱 이어지는 설교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듣거나 말거나 더 듣고 싶으면 따라오던가, 라는 주의.

이상한 모자

2011.05.19 20:22:25
*.208.114.70

지금 보니까 창피하네여..

omaly

2011.05.21 00:50:17
*.37.27.180

아놔, 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왜 이제 봤을까?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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