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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해장

기타 조회 수 4241 추천 수 0 2013.01.30 00:46:53

내가 누구처럼 대단한 술꾼은 아니다. 하지만 술을 못 먹기 때문에 해장을 하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술꾼 여러분과 해장을 하는 방법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해장이 무엇이냐, 흔히 해장의 우리말을 '속풀이'라고 생각한다. 풀 해(解)에 창자 장(腸)으로 생각하는 것인데, 술을 마시면 다음 날 속이 쓰리므로 이러한 증상을 완화 해주는 어떤 절차를 떠올리는 것이겠다. 그래서 맵거나 시원한 국물을 먹는 것으로 무언가 위장을 달래는 직관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해장국이라고 하면 선지국, 콩나물국 같은 맵거나 시원한 무슨 국을 먹는다.


그런데 사실 해장이라는 어휘는 해정(解酲)에서 온 것이다. 풀 해에 숙취 정 이다. 숙취를 푼다는 얘기다. 현명한 중국인들은 술에 취한 상태마저도 따로 문자로 만들어 표현했던 것이다. 해정, 해정, 해정이 해장이 된 것으로, 그냥 해장이라는 말은 국적불명의 어휘이다. 물론 국적불명이라고 하여 쓰면 안 되는 단어이다, 이런 얘긴 아니고, 사람들이 이 정도로 광범위하게 쓰면 표준어가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그저 유래가 그렇다는 말이다.


숙취의 핵심은 그래서 장(腸)이 아니고, 간이다. 알콜이 몸 안에 들어오면 간은 이것을 해독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간은 평소 이러한 알콜대사작용과 탄수화물대사 등 매우 중요한 일을 담당하고 있다. 약물을 해독하는 것도 간이다. 그래서 약을 너무 많이 먹으면 간에 무리가 가게 된다. 약은 늘 과유불급인 것이다. 아무튼 간이 알콜대사작용을 시작하면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이 생성되고 이 물질은 다시 초산으로 분해되며 최종적으로는 물과 이산화탄소가 된다. 그런데 아세트알데히드는 몸의 여러 기능을 저해하는 물질이므로 이것 때문에 우리가 흔히 '취했다'라고 부르는 상태가 시작되는 것이다.


숙취는 이 다음의 문제다. 간이 알콜을 아세트알데히드로, 아세트알데히드를 초산으로 분해하는 동안 원래 이루어져야 할 탄수화물 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 알콜분해과정에서 수분이 배출되므로 탈수증상이 일어나게 된다. 즉, 술 먹은 다음 날의 숙취는 저혈당과 탈수가 원인이다. 그러므로 이 두 가지 원인을 해소하는 것이 숙취를 푸는 첫 걸음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원인에 대응하는 두 가지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저혈당을 해소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을 섭취해야 한다. 그런데 경험상 그냥 당분을 섭취하기 보다는 좀 지혜롭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선 흡수가 빠른 단당류를 섭취한다. 그러면 일시적으로 술이 약간 깨는 기분을 느낄 수가 있다. 이 때를 놓치지 말고 식사를 한다. 다당류를 섭취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결과적으로 탄수화물대사를 정상화시킬 수 있다. 숙취에 국물을 찾게 되는 것은 국물의 형태로 된 음식이 흡수가 빠르기 때문이다. 오렌지 주스나 꿀물, 설탕물 등을 마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 번째는 탈수를 해소하는 것이다. 이건 쉽다. 물을 많이 마시면 된다. 아예 술을 마실 떄부터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끊임없이 물을 마셔야 한다.


물론 숙취의 상태에서는 위의 무엇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때는 무조건 잠을 자야 한다. 수면은, 그것이 필요한 이유와 역할이 전부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신체 전반의 메인테넌스(?) 작업을 하는 과정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러니까 잠을 자면 뭐든지 몸을 보수/유지하는 과정이 빨리 진행된다.


나도 안다. 우리는 계속 잠잘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위와 같은 행위를 억지로라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단당류 섭취, 다당류 섭취, 거기에 병행하여 물 섭취. 이것이 이루어지고 나면 이제 똥이 마려울 것이다. 그러면 똥을 싸면 숙취해소의 절차가 완료된다. 배변행위로 인해 숙취의 주요한 증상 중 하나인 위의 부담이 덜어지고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가끔 해장술을 하는 분들을 본다. 술은 알콜이며, 알콜은 근본적으로 이완제다. 아세트알데히드의 작용을 뇌가 덜 반영하도록 이완하는 작용이 있다. 그래서 해장술을 마시면 숙취가 덜한 듯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간이 받는 데미지는 똑같다. 그렇잖아도 숙취상태인데 해장술 때문에 더한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해장술을 마시는 행위는 그렇게 좋게 평가하기 어렵다.


댓글 '3'

ㅁㄴㅇ

2013.01.30 21:17:11
*.210.201.84

제 경험상으론..콩나물국이 젤 기분이 좋더군요 해장엔. +풀잠+풀물 은 필수옵션..해장술 이라는건 그 서술어 자체가 괴상함

백수

2013.01.31 01:54:13
*.38.197.125

콩나물에 아스파라긴산이 많은데, 이 아스파라긴산은 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의 생성을 돕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 숙취해소에 좋겠지요. (덤으로 기분도 좋아지고?) 

게슴츠레

2013.02.02 10:01:30
*.7.20.77

과학자시군요. 읽고 나니 제 몸이 새롭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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