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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워크샵 특집 세 번째다. 옥천냉면인지 황해식당인지 아무튼 거기다. 이 집은 어릴때, 그러니까 대학교 1학년이던 때 한 번 와본 일이 있다. 분명히 강촌으로 MT를 가서 돌아오는 길에 들렀을 것이다. 그때는 뭘 모르고 그냥 먹었으나 이번에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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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변에 있는 식당이라 눈에 잘 띄라고 이런 간판들을 붙여놓은 것 같다. 나는 식당 간판에 설명이 긴 것이 좀 싫다. 뭐가 뭔지 하나도 알 수가 없다. 무엇이 식당 이름인지를 잘 모르겠다. 옥천냉면인지, 황해식당인지, 삼대째하는냉면집인지, 옥천냉면이 프랜차이즈인데 본점인지, 아니면 황해식당이 프랜차이즈인데 본점인지, 그것도 아니면 식당 이름이 본점인지, 전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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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고속도로 휴게소를 연상케하는 구조다. 4인용 테이블을 일렬로 붙여놔 10명이 앉을 수 있는 구성을 만들어 놨다. 음식을 시키면 냉면집답게 면수를 준다. 추운데 따뜻한 걸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점이다. 면수에서 메밀면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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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육과 완자가 나왔다. 과거에도 이 구성으로 먹었던 것 같다. 완자는 크기가.. 참으로 크고, 편육은 돼지고기인데 눌려있다. 내 눈에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이것은 돼지고기가 맞다. 저렇게 생긴 쇠고기는 본 일이 없다. 그리고 보통 냉면집에서 편육 시켰는데 쇠고기를 내오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러니까 저것은 돼지고기가 맞을 것이다. 그게 뭐가 문제냐고 말할 수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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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육의 아래 잘린 모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 저렇게 부자연스럽게 잘렸을까? 아래 냉면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냉면 위에 고명으로 올라가는 부분을 만들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완자의 경우 약간 기름을 많이 먹은 느낌이었으나 그럭 저럭 사이드로 먹을 만한 느낌이었다. 후추 맛도 낫고 어딘가 참치를 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 재료가 뭔지 정확히 관찰하지는 않아서 뭐라고 평을 하긴 뭐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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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냉면이 나왔다. 유진식당편에서 밝힌대로 나는 육수가 이런 색깔이면 일단 기분이 나쁘다. 어떤 사람은 냉면 위에 고기가 올라와 있지 않으면 국물을 고기로 낸 것이 아니다 라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그 기준에 따르면 이 집은 두 가지 경우 중 하나일 것이다. 돼지고기로 국물을 냈거나 따로 국물을 내지 않았거나. 물론 육수용 쇠고기는 따로 있는 것일 수도 있고, 고명으로 올라간 고기가 돼지가 아닌 소일 수도 있다. 물론 냉면에 돼지고기 고명을 올리는 것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 그렇게 천인공노할 일은 아니지만 육수에 대한 불만을 이렇게 표현해 본다.


면에 대해서도 불만이 있다. 이 집의 면은 매우 질기다. 참 특이한 일이다. 면이 쫄면 같았다. 내 상식에 냉면의 면은 둘 중 하나이다. 약간 굵고 잘 끊어지는 면이던가, 약간 얇고 질긴 면이던가. 잘 모르는 사람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이런 조합이어야 사람이 먹기 편한 면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냉면의 면은 원래 메밀로 만드는데, 메밀면은 원래 잘 끊어진다. 그냥 메밀가루로는 반죽도 잘 안돼 전분을 섞어야 한다. 보통 메밀로 면을 만드는 평양식 냉면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함흥냉면이라는 것은 감자전분으로 만들며 '쇠심줄 같이' 질기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내용이다. 질긴 건 맞는데, 면의 굵기가 훨씬 얇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면이 얇아야 비빔이 잘 된다. 비빔국수의 형태가 대표적인 함흥냉면에 잘 맞는 면이 형태이다 이거다.


그런데 이 집은 면이 '굵고' '쇠심줄 같이 질기'다. 왜 그랬을까? 말은 옥천냉면이지만 족보를 따져보면 옥천냉면의 기원은 황해도 해주다. 해주에서 장사하시던 양반이 옥천리에 오셔서 냉면장사를 해서 옥천냉면이 된 것이다. 황해도에서 이런 면으로 냉면을 만들었다는 얘긴 들어본 일이 없다. 그러니 이게 어떤 유래가 있는 고유의 특징인 것도 아닌 것이다.


그러면 왜 이런 면으로 냉면을 만들까? 내 추측에는 보관의 문제가 있지 않겠나 싶다. 메밀면은 오래되면 오래될 수록 점점 더 잘 끊어진다. 소다를 첨가하면 탄성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이렇게 하면 메밀면도 오래 보관할 수 있을 것이다. 탄력이 가장 강한 면 중 하나인 쫄면의 경우도 소다가 많이 들어간다. 소다를 많이 첨가하면 쫄면이 되는 거다. 이 집 면을 씹으며 쫄면을 떠올리는 이유가 이런 것이라고 추리하는 것이 무리는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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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이 8천원이니 아무렇게나 만들어도 할 말은 없다. 다만 완자와 편육이 1만 6천원씩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 말해봐야 입이 아프다. 유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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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는.. 잘 모르겠다. 식당 이름도 모르겠고 비슷한 게 너무 많아 뭐가 뭔지.. 그냥 알아서 찾자.


댓글 '4'

클라시커

2013.02.04 01:44:06
*.36.135.229

양평 근교의 냉면집들은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황해도 해주식이 맞으나, 정착 이후 현지화(?) 과정을 거쳤다고 들었습니다.


전쟁 중에 양평으로 내려온 실향민들이 고향맛을 느끼기 위해 냉면을 해 먹었는데 소로 국물을 낼 수 없어 돼지고기를 사용했고, 돼지고기와 메밀의 궁합이 맞지 않으므로 - 사실 그보다는 배급으로 나온 것이 유력해 보이는 - 옥수수 전분을 사용했다...뭐 그런 이야기였지요.


면이 질기다고 하셨는데, 그것은 면이 메밀면이 아니라 옥수수 전분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상한모자

2013.02.04 09:52:37
*.193.210.48

몰랐던 사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냉면이라는 게 대개는 '원형'을 찾는 게 무의미 하여 거기에 비추어 평가를 한다는 건 좀 부당한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현지화됐든 저렇게 현지화됐든 그러한 어떤 변형 내지는 시도가 음식의 맛에 대한 총체적 평가를 어떻게 변화하게 만드느냐, 이것을 볼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여전히 저는 이 냉면에 이렇게 굵고 질긴 면발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여전히 내릴 수밖에 없을 것 같고요.


식당의 전반적인 분위기에서 한 탕을 해보자는 그런 것이 느껴져서 좀 더 부정적인 평가를 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다음 기회에 인근의 다른 식당을 방문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개밥그릇

2013.05.17 14:22:26
*.62.173.180

극 칭찬에 오늘 그먼길을 달려왔건만...
먼맛인지 모르겠고
면은 덜삶아져 냄새나고 육수도 조미료 냄새나고
왜 사람들이 많이와서 먹는지 이해가 안됨
두번다시 찾아먹고 싶지않다는 ㅠㅠ

권순영

2013.07.16 02:43:26
*.236.220.52

저도 여기 몇년 전에 가봤지만 우리나라 냉면 종류 중에 가장 떨어지는 맛이었습니다. 면은 말씀대로 쫄면이 맞고 육수에선 은은하게 고기 비린내가 납니다. 이게 참 역한데 먹으면 먹을 수록 미세하게 구역질이 납니다. 고기비린내가 나는 냉면 육수는 정말 첨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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