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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어랑 - 만둣국

식당 재판 조회 수 4755 추천 수 0 2013.01.27 04:14:51

회사에서 워크샵을 갔다. 강촌 근방으로. 오다 가다 하는 길에 들른 식당들이 있어서 쓴다. 만두국이 표준어인 줄 알았는데 만둣국이 표준어라고 한다.


출발하면서 들른 곳은 '어랑' 이라는 만두 음식점이다. 나름 유명한 곳으로 인터넷에서 쉽게 방문 후기 등을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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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은.. 아름다웠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다. 돈을 상당히 벌었다는 것을 모든 수단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옆에 동일 상호의 카페도 있고 고깃집도 있는데 그 중 제일 유명한 것은 만두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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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김치와 깍두기를 덜어서 먹도록 돼있다. 반찬을 내오는 방식은 식당마다 제각각인데, 알아서 덜어먹게 해놓는 곳이 가장 나은 것 같다. 이 집의 경우에는 맛도 괜찮았다. 보통 식당에서 쓰는 김치의 경우 아주 맛이 없거나 아주 달거나 둘 중의 하나인데, 어느 정도 나쁘지 않은 맛이 난다는 것은 사실 대단한 일이다. 깍두기가 약간 물러지긴 했는데, 그 정도는 깍두기라는 음식의 특성 상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고, 오히려 그런 점을 시그네쳐로 삼고 있는 것 같아 나쁘게 평가할 일은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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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둣국이 나왔다. 식당을 평가할 때 태도, 위생, 재료의 상태, 이 세 가지를 중요하게 본다. 이 만둣국의 첫 인상은 당혹스러웠다. 이유는 첫째, 국물이 내가 상상한 색깔이 아니라는 것, 둘째, 만두 외의 아무런 건더기가 없다는 것. 이러한 것은 '태도'와 관련된 것이다. 만둣국을 아주 성의없게 만들었거나 이렇게 해도 되는 어떤 자신감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거나. 이 집의 경우 후자로 생각됐다. 식당 내에 만두를 빚는 방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는 등 '태도'의 측면에 있어서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다는 점을 미루어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태도라는 게, 접객이 불친절했다 이런 걸 말하는 게 아니다. 음식을 만들어 파는 식당 그 자체의 태도를 말하는 것이다.)


국물의 맛이 특이했다. 그래서 미심쩍다. 그냥 고깃국물을 내면 되는데 굳이 이런 특이한 국물을 낼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다. 약간 수정과 비슷한 맛이 났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한약 냄새'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자료를 찾아보니 쇠고기 국물인 것은 맞는 것 같다. 식당 주인의 언론 코멘트를 찾아보니 국물낼 때 과일을 같이 쓴다는 말이 있는가 하면 그냥 비밀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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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속은 괜찮았다. 이 집에서 직접 만두를 빚는 것이 확인됐다. 만두피가 약간 두꺼운 감이 있는데, 함경도식 만두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만두 속에 김치가 들어갔는데 씹히는 맛이 살아있을 정도이다. 나머지는 두부와 고기 정도인데, 그 정도 배합이면 됐다고 생각한다. 근래 먹은 만두 중 기억할 만한 것 중 하나이지 않나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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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분식집에서 먹는 만둣국의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그냥 냉동만두와 조미료로 성의없이 끓이는 만둣국도 6, 7천원씩 하는 시대에 이 정도 음식이 8천원인 것은 나름 양심있는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어랑뚝배기'도 유명한 메뉴라고 하던데, 이것을 먹은 일행이 없어 모양을 확인해보진 못했다. 녹두빈대떡은 인터넷에 올라온 후기들을 볼때 약간 의견이 엇갈리는 것 같다. 정겨운 맛이어서 좋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만두에 비해 먹을 것이 못 된다는 사람도 있다.


나는 입이 그렇게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웬만큼 꼬투리 잡을 것이 없으면 그냥 무죄! 하고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집은 처음으로 무죄를 외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앞서 말한 국물의 문제가 자꾸 걸린다. 그래서 일종의 선고유예를 선언할까 한다. 나중에라도 국물의 정체를 확인했으면 좋겠다.


주소는 경기 남양주시 금곡동 14 이다. 시내에 짝퉁이 있다고 하니 헷갈리지 말자.


댓글 '1'

순대냐만두냐

2013.01.28 00:10:43
*.221.130.177

호평이 이어지지만 선고유예! 냉철한 판관님께 신뢰가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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