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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에너미테리토리의 추억

기타 조회 수 674 추천 수 0 2013.06.06 12:46:09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 보자면 이렇다. 연합군 플레이어들의 목표는 해변에 상륙하여 주축군 기지에 침투하여 중요한 문서를 탈취, 기지 최상층의 관제실에서 내용을 전송하는 것이다. 주축군의 목표는 기지를 효과적으로 방어하여 30분간 시간을 끄는 것이다. 즉, 30분이 지나기 전까지 문서를 탈취해서 전송하면 연합군의 승리, 그렇지 못하면 주축군의 승리가 된다.

우선 연합군은 해변에 상륙하여 총탄이 쏟아지는 모래사장을 뚫고 기지까지 접근해야 한다. 단신으로 진격하면 당연히 주축군의 집중사격을 받게 되므로 팀을 짜서 한꺼번에 같이 몰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죽은 병사들은 20초 후 해변의 리스폰 지역(respawn area)에서 다시 살아나는 방법을 선택하거나 위생병의 부활 주사기를 기다릴 수 있다.

접근에 성공했으면 연합군 공병 역할을 맡은 사람은 해변 기지의 문, 혹은 벽을 다이너마이트로 폭파시킬 수 있다. 다이너마이트는 설치 된 30초 후에 폭발하는데 주축군의 공병이 다이너마이트의 설치를 해제할 수 있으므로 주축군의 공병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나머지 병사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엄호를 해줘야 한다.

주축군의 입장에서는 연합군이 기지의 서쪽 정문을 먼저 폭파시킬 것인가, 아니면 동쪽 담장을 먼저 폭파시킬 것인가를 판단하고 이에 대응해야 한다. 서쪽에 몰려가 있었는데 한 순간의 판단 실수로 동쪽 담장이 폭파되어 연합군이 물밀고 들어오면 전선은 순식간에 후퇴한다.

기지 내 진입이 성공했으면 연합군의 리스폰 지역(respawn area)는 기지 내부로 바뀐다. 이때부터 격렬한 난전이 벌어진다. 지하의 비밀문서고까지 가는 루트는 2가지가 있다. 연합군 병사들은 어떤 속임수를 써서라도 주축군의 방어를 뚫고 지하의 비밀문서고까지 내려가야만 한다. 주로 한 쪽 루트에 화력을 집중시킨 틈을 타 소수가 다른 루트로 지하로 내려가는 방법을 쓰거나 중화기로 밀어붙여 정면 돌파하는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반대로 주축군은 연합군이 어느 루트로 침입 할 것인지를 예상하고 병력을 적절히 나누어 임기응변을 해야 한다. 양쪽의 루트를 최대한 잘 방어하고 방어가 뚫렸을 경우엔 신속하게 지하 문서고로 내려가서 문서를 지켜야 한다. 연합군의 플레이어가 문서를 탈취하게 되면 그의 머리 위에 커다란 느낌표가 그려지게 되는데, 이 사람이 관제실까지 올라오는 경로를 예측하여 기다리고 있다가 그를 죽이고 문서를 회수하면 문서는 자동으로 지하 문서고로 돌아가게 된다.

즉, 이 게임의 멀티플레이에서는 개개인의 총싸움 실력도 중요하지만 역할을 효율적으로 나누고 팀웍을 발휘하여 역할 놀이(Role Play)를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었다. 이전의 퀘이크3(Quake3) 등에서 보여준 경쟁 및 협력모드, 이를 테면 ‘깃발 뺏기’ 같은 경기 형태 역시 팀웍을 필요로 했지만 단지 깃발을 빼앗으면 그만일 뿐이지 않은가.

하지만 이 게임에 있어서는 공병은 벽을 폭파해야 하고 중화기병은 끊임없이 기관총을 쏘아야 하고 위생병은 다른 사람들의 체력을 보강하고 죽은 사람들을 재빨리 살려내야 한다. 총 싸움 기술이 뛰어나서 아무리 많은 병사를 죽여도 제시된 목표를 달성하지 않으면 게임에서 이길 수 없다. 이것은 말 그대로 ‘진화’다. 정말 전쟁의 한복판에 놓인 병사가 된 느낌이었다. 나는 이 게임에 열광하였다.

* 이 글은 2009년 출판된 졸저 <레닌을 사랑한 오타쿠> 초고의 일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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