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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Q

기타 조회 수 3814 추천 수 0 2013.05.06 00:04:06

실패와 그것을 만회하려는 무익한 반복에 대한 이야기, 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초반부에 많이 울었다.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많이 된다. 어쨌든 어른들은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에 대해 말해준 적이 없고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뿐인데 그 결과는 그야말로 파멸 그 자체. 사람의 인생이란 늘 그런 것이다. 우리는 오직 실패를 되풀이하며 그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진보하느냐가 유일한 관심사이지만 그러한 진보 역시 언제나 어떤 부작용을 동반한다.


"민간인 까지 죄다 긁어보아 만든!" 빌레와 분더는 사실 숱한 로봇만화들의 오마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많은 로봇만화에 전함이 등장하며 특히 건담의 경우에서 우리는 그야말로 민간인까지 긁어모아 군대의 역할을 해야 하는 불행한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매뉴얼을 뒤적이며 기능을 습득하는 크루들의 모습은 바로 그런 전통을 연상케 하는 것이다.


나기사 카오루는 의심할 여지 없이 예수에 대한 오마주(?)이다. 그는 리린(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아담(신)의 영혼을 갖고 있으며 주인공이 가진 죄의 상징인 DSS초커(무엇의 약자인가?)를 자신의 목에 장착함으로써 정확히 예수가 시행한 '대속'의 의미를 획득하고 있다. 그는 서드 임팩트를 중단시킨 장본인인데, 그가 서드 임팩트를 중단시킨 이유는 제레의 시나리오대로 인류보완계획이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파의 마지막 장면에서 겐도와 후유츠키의 대사(제레가 가만있지 않을 거라는)를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요컨대 제레의 계획은 아담의 영혼(카오루)+릴리스의 육체이지만 겐도의 계획은 릴리스의 영혼+아담의 육체(에바)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겐도에게는 마지막 상황에서의 보험도 있는데 그게 아마 느부갓살의 열쇠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겐도의 입장에서는 임팩트의 주인공이 되기만 하면 장땡이기 때문이다. 유이를 현실화하거나 자신이 주인공이 되거나.


영화의 후반부에서 후유츠키가 "모든 게 제레의 계획대로"라고 불평하는 부분을 파와 비교하면 이런 결론이 더욱 명확해진다. 겐도는 여기에 대해 "제레의 아이를 배제했다"고 밝히는데, 결국 카오루의 대속의식(?)으로 더 이상 아담의 영혼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미사토와 아스카가 에바 마크9를 '아담의 그릇'이라고 칭하고 있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카오루의 "제1사도인 내가 13사도가 되다니..."라는 한탄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제1사도는 아담이다. 카오루의 고백은 어느 순간에 자신의 아담으로서의 지위가 박탈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아담은 누구인가? 확증할 순 없지만 영화 막바지에 아스카가 '리린'이라는 단어를 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리린'은 인류를 객체화한 단어이고 이것을 자연스럽게 쓸 수 있는 자는 인류가 아닌 자, 즉 신의 영역에 다가간 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스카가 아담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일종의 사도화가 어떤 방식으로 다시 언급될 지에 대한 힌트일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 임팩트의 중단은 여러 함의가 있다. 첫 번째는 롱기누스의 창을 뽑은 효과로 침묵해있던 릴리스의 육체와 13사도인 카오루가 반응하는 임팩트라는 점이다. 이의 중단을 위해 카오루는 스스로의 소멸을 선택했다. 아마도 13사도의 입장으로서는 임팩트를 주도해서 주인공의 바람을 실체화 할 수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아담의 육체와 릴리스의 영혼의 만남이다. 이는 마크9이 분더에 접근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분더는 초호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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