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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기다스시

식당 재판 조회 수 2477 추천 수 0 2013.06.22 22:54:12

우울할 때에는 돈을 쓰게 된다. 가장 돈을 많이 쓰는 부분은 식사와 관련한 것들이다. 우울하면 어쨌든 먹을 거라도 마음껏 먹어 보자는 마음에 사치를 부리게 된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근처에 '기다스시'라는 스시가게가 있다. 인터넷을 통해 나름 소문이 난 집이다. 이 근방에 제대로 된 일식집이 없다. 여러가지 일본식 안주와 술을 파는 집이나 데이트 하기에 좋은 퓨전 일식은 있는데, 평범하게 식사를 할만한 데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여기는 장기간에 걸쳐 두 번을 방문해보았다. 두 번 다 만 삼천 원짜리 '오늘의 생선초밥'을 먹었다. 보다 비싼 메뉴로는 만 육천 원짜리 '기다 모듬 생선초밥'이 있다. 점심 때는 구천 원짜리 런치세트를 판다. 덮밥류와 대구탕 등도 팔고 있는 것 같다. 안주로는 사시미를 판다. 삼만 오천 원과 오만 오천 원의 모듬회가 인기인 것 같다.


'오늘의 생선초밥'은 두 접시가 나오는데, 첫 번째 접시는 그 날 상태가 좋은 횟감과 아카미로 구성되는 것 같고 두 번째 접시는 연어, 한치, 새우장, 장어, 달걀로 고정되어 있는 것 같다.




위의 사진은 둘 다 각각 다른 날의 첫 번째 접시이다. 위는 엔가와라고 불리는 광어의 지느러미살이 메인으로 보이고 아래는 도미가 메인으로 보인다. 사실, 아래가 도미인지 확신할 수는 없는데, 도미로 치기에는 혈압육이라고 하는 붉은 부분이 엷은데, 광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진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도미의 사이즈가 작거나 광어가 매우 커다란 경우일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일단은 도미로 판단해본다. 위의 엔가와는 5개인데 반해 아래 도미는 4개다. 횟감 가격의 차이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아래 접시의 하나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단새우로 채운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것은 두 번째 접시인데 앞서 말한 연어, 연어, 한치, 새우장, 장어, 달걀의 구성이다. 새우장은 단 편인데 그 정도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어도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달걀은 좀 부족한 느낌이었다. 다음에 또 먹어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 다 맨 마지막에 먹었기 때문에 정확한 느낌을 기억하기 어렵다.



이것은 단품으로 시켜본 농어이다. 2조각에 오천 원이다. 재미있는 점은 그냥 척 보기에 보통 농어와는 좀 다르다는 것이다. 보통 농어회라고 하면 검고 잔 실핏줄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그런데 이것에는 그런 실핏줄이 잘 보이지 않는다. 가능성은 세 가지다. 첫째, 이것은 농어가 아니다. 둘째, 자연산 농어이다. 셋째, 이 피스에만 실핏줄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우연의 일치. 농어를 가짜로 쓰는 수법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했고, 이런 작은 스시 가게에 자연산을 쓸 리도 없다고 생각되니 세 번째로 결론 내리는 게 옳을 것 같다. 농어가 맞는데 실핏줄이 적다는 것은 어쨌든 횟감의 상태가 좋기는 하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자연산 농어의 경우도 죽기 직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실핏줄이 검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가격 대 성능비가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외 특징적인 것은 스시의 크기인데, 사진으로 보면 스시가 커보이지만 사실은 그렇게 크지 않다. 합정역 근처의 '경스시'와 비교하면 절반 정도의 크기이다. 하지만 그래도 크게 보이는 건 밥의 양이 적다는 뜻이다. 스시는 밥도 중요한데, 밥의 양이 적어서 밥에 대한 평가를 하기엔 좀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정통적인 의미로서의 스시는 재료와 초밥의 조화를 즐기는 음식이다. 그래서 밥을 짓는 방법과 초밥의 배합, 쥐는 방법 등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경제규모가 커지고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증가하면서 밥보다는 재료의 비율이 점점 더 커졌다. 현지의 경우에는 이것을 새로운 흐름으로 받아 들이는 측이 있는가 하면 전통의 훼손으로 받아들이는 측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가본 일이 없으니 그냥 추측을 할 뿐이다. 일본 현지의 스시 '맛집'(?) 사진을 보고 있으면 여전히 밥과 재료의 비율이 정통에 가까운 곳과 재료가 비대해 길게 늘어지는 곳이 모두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상황을 상상해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최근 국내에서 각광받고 있는 스시가게는 대부분 전통적인 모양의 스시보다 횟감이 큰 형태, 그들의 전문용어(?)로 말하자면 샤리가 네타에 완전히 뒤덮여 길게 늘어지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그런 스시를 먹는 것도 기분이 좋은 일이지만, 그러느니 그냥 회를 먹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선택의 문제이긴 할 것이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밥과 횟감의 조화를 잘 느낄 수 있는 스시도 한 번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도 사람들이 내용엔 관심이 없고 유죄/무죄만 찾으니 이제 판결은 안 하기로 했다. 주소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683-125, 제일기획 건물에서 한강진역 방향을 바라보면 미로 커피샵인지 하는 게 보이는데 그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기다스시 포차'라고 써있는 간판을 바로 발견할 수 있다.


댓글 '1'

쎄븐쓰리

2013.06.23 14:00:01
*.73.92.45

큰스승님은 생선회에 관한 지식도 상당하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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