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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장성택 실각?

기타 조회 수 620 추천 수 0 2013.12.04 11:52:21

온 나라가 장성택이다. 대단하다. 일국의 척신에 불과한 사람의 이름이 세계 언론에 이만큼이나 노출된 예가 있는가 잠시 생각해본다.


일부 언론에서는 최룡해 등 군 강경파들과의 파워게임에서 장성택이 밀렸을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았다. 한 보수언론은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을 기사 제목으로 뽑았다. 뭐 그럴 수도 있다. 북한도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세상이니 만큼 자기들끼리 권력을 갖고 경쟁도 하고 다투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이게 실체적 진실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사안이 너무 황당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통치 체계는 크게 보면 당, 정, 군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정(政)은 보통 당과 군에 종속적 관계가 되지만 일종의 실무를 처리하는 데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인사들이 포진해있다. 군(軍)은 군에서 짬밥이 길지 않은 정치군인들과 야전군 출신의 정통 군인들로 이루어져 있다. 당(黨)은 혁명사상(?)을 보급하고 국가를 이념적으로 지도하는 핵심 기관이다.


김정일 시대의 '선군정치'는 당, 정, 군의 관계에서 군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유도된 전시체계와 비슷한 것이었다. 따라서 사실상 당, 정 출신 인사들의 정치군인들이 온건파적 역할을 맡고 야전군 출신의 정통 군인들이 강경파의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김정은 시대에는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전대의 권력자들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하여튼 군 중심의 체계를 다시 당 중심으로 재편했다. 이를 위해 필요했던 것이 당, 정의 위상 강화와 군 내 인사들의 조정이다. 이 때문에 장성택은 김정은 체제 유지를 위한 핵심고리일 수 밖에 없다.


장성택은 오랜 기간 동안 권력의 핵심부에 있으면서 당, 정, 군을 모두 통제할 수 있는 인맥과 경험을 쌓아왔다. 그뿐인가? 외교적으로도 우리와 중국, 일본 등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김정은 체제 1기의 큰 그림은 사실상 장성택이 그린 것인데, 인민군 총정치국장 자리에 장성택의 측근인(이제는 '이었던'으로 말해야 하지만) 최룡해가 임명되고 장성택이 대장 계급을 단 것은 앞서 언급한 당, 정의 위상 강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사례다.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인민군 내 3대 요직에 해당하는 것이긴 하지만, 여전히 정통 야전군 출신 군인들과는 불편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자리이기도 하다. 최룡해의 임명이 묘수였던 것은 그가 최현의 아들이라는 점이다. 즉, 최룡해의 최대 무기는 최현의 아들이라는 이념적 정통성(북한에서는 혈통이 곧 이념이므로)과 김정은의 절대적 지지와 신임이라는 현실적 정통성이다. 이 두 가지 무기로 최룡해는 사실상 군을 장악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김정은이 지지를 철회하는 순간 최룡해에게는 남은 기회가 하나도 없게 된다. 최현의 아들이라는 점은 야전군 출신 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게 절대적인 권위를 갖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절대적인 권위는 현재의 통치자인 김정은의 의지에서 나온다. 따라서, 김정은의 직접적인 의지가 없는 한 최룡해가 단독으로 장성택을 제거하기 위해 나설 수는 없다. 이게 언론에서 '김정은의 재가가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하는 이유다.


하지만 장성택이 정말로 실각했다면 재가 정도가 아니라 김정은이 상당히 적극적인 의지를 가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앞서 말했듯 장성택을 권력에서 제거된 상황에서는 이의 정책적 효과가 부정적인 것 일색인데다가 권부의 대대적 숙청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프로세스로 진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시킨 게 아니라면 최룡해 혼자서 그런 그림을 그릴 수가 없다는 얘기다. 도대체 장성택을 날리면 당, 정은 누가 통제하는가? 최룡해가 통제할 수 있는가? 전혀 아니다. 김정은이 지가 하든 누굴 시키든 직접 통제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볼 때 최룡해는 그저 착한 아이다.


그럼 김정은은 갑자기 왜 장성택을 날려야 한다는 의지를 갖게 됐을까? 물론 북한의 '곁가지 쳐내기'라는 점에서 보면 장성택의 숙청은 언젠가 예상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시점이 지금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상하다'고 보는 견해가 다수다. 북한과 같은 체제에서 겨우 집권 2년 차에, 그렇잖아도 대외적으로 불안한 환경에 놓인 상황에서 이러한 심각한 불안을 야기하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처사이다. 그런 점으로 볼 때 나는 김정은이 결심(?)을 했다면 그 계기는 다소 즉흥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입장이다.


장성택이랑 농구를 해서 김정은이 졌을 수도 있다는 얘기.


진지하게 시작해서 농담으로 끝.


댓글 '5'

이상한모자

2013.12.04 12:02:41
*.96.161.109

국정원 '의도론'에 덧붙임. 이건 양치기 소년의 예와 같다고 보는데, 물론 국정원이 뭘 발표할 때에는 당연히 모든 것을 고려한 의도가 있을 수 밖에 없겠지만, 지난 번 정보위에서 국정원이 '3년 내 무력통일' 등 별로 정보가치가 중요하지 않은 것을 직접 보고한 것은 '의도론'의 범위에 들어간다고 본다. 하지만 이번 건은 '의도론'으로 다루기엔 스케일이 너무 크다. 그리고 그럴만한 사정이 아예 없었던 것 같지도 않다.


국정원의 해명(변명?)은 정보위 대면보고를 여야 따로따로 하는 과정에서 야당이 먼저 언론에 흘렸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당은 국정원이 먼저 언론에 흘린 것이라고 주장한다. 진실은 당연히 모른다.


드러난 사실은 어쨌든 정보위에서 보고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YTN이 이 사실을 보도했다는 것 뿐이다. 국정원은 애초에 통일부를 통해 이와 같은 상황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이미 정보위발 보도가 나와버렸으므로 직접 언론보도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 즉, '의도론'으로만 상황을 해석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

이상한모자

2013.12.04 16:44:18
*.96.161.109

북한에서 살다 오신 분도 비슷한 의견이다. http://blog.donga.com/nambukstory/archives/72451 다만, 즉흥적이고 비합리적인 이유는 아니고 김경희가 죽을 때가 다 되어 장성택을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는 견해.

이상한모자

2013.12.04 17:48:59
*.96.161.109

주범이 최룡해는 아니라는 류길재 장관의 확인.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1&aid=0006632615

박씨

2013.12.06 06:08:23
*.236.16.87

시사인 남문희 기자는 장성택이 적어도 올해는 북한의 2인자로 지칭할 수 없는 자리였다고 하고 이번 사건은 2인자를 쳐내면서 시작되는 북한을 흔들만한 권력투쟁이 아니다라고 하는데요. 큰스승님은 이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니요? 

이상한모자

2013.12.06 09:40:39
*.96.161.109

남문희 기자의 주장은 언제나 반만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나머지는 제 글에 다 나와 있으니 더 설명할 게 없네요.


http://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780

http://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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