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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쇼비니즘과 마초이즘에 관한 대화

조회 수 3235 추천 수 0 2012.01.30 00:01:44


트윗 대화인데 (개의치 않아 하실지도 모르나) 혹시 몰라서 아이디는 가렸습니다. 검은 글씨가 저이고 붉은 글씨와 초록 글씨가 대화상대방입니다. 그러니까 세 사람이 참여한 것이긴 하나 트위터 대화가 일상대화와는 다른지라, 제 입장에서는 각기 별개의 두 사람과의 대화였습니다(아이디가 서로 섞이는 멘션대화는 아니었다는 것입니다.두분은 추후 다른 대화를 한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시간순서로 대화가 이루어졌고, 주제가 같기 때문에 함께 묶었습니다.


되도록 원문을 그대로 긁어 오려고 했으나 140자 한계 때문에 생겨난 띄어쓰기 생략 등은 가독성을 위해 다시 편집하였습니다. 한 문단이 한 번의 트윗 혹은 멘션이고, 한 사람의 발언이 이어질 경우 가독성을 위해 문단 몇 개를 한 박스에 담아 보았습니다. 



'마초'나 '마초이즘'이 엄밀한 어휘는 아니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에 이 단어들은 남성들의 자기성찰을 위한 특정한 기능을 할 수 있는듯. '메일쇼비니스트'는 '페미니스트'의 적극적인 대적자겠지만, '마초'는 '페미'를 제외한 나머지가 아닐까.

 

이것은 남성 일반이나 페미를 제외한 모든 사람을 '마초'로 호명하고 욕하고 분리하기 위함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생활인들은 '다소나마 견딜 수 있는 마초'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생각하고, 그래서 '마초'란 말을 그저 욕으로 쓰는 것이 마뜩치 않다.

마초란 단어에 대한 이상화가 매스미디어에서 많이 이뤄지기에 이 개념에 대한 비판적 해체를 미뤄두는 건 아닐까요. 마초란 남성중심주의적 사고틀인 Machoisme에서 못벗어나 남근phallus을 권력의 담지체로 지정하여 절대화하는 것


대중문화에서 마초를 긍정적으로 그리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질 수있는데 말씀하신 정의도 동어반복적이고 모호하여, 타이트하게 가면 대부분의 남성을 마초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폭넓게 가면 비판적 해체를 할만큼 확실한 개념이 아니죠

 

아마 '선량한(혹은 비교적 견딜만한 마초')는 '선량한 자본가'와 비슷한 것일거란 생각이 듭니다. 자본가는 숫자가 적다는 점이 다르지만, 그게 구조적 해법은 아니라도 생활인들에게 주는 차이를 부인할 것까진 없단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여성을 주체적으로 대한다고 주장하는 남성 페미니스트들이 그런 감각은 없을 어떤 선량한 마초 부류보다 더 여성을 괴롭히는 경우를 많이 본지라...마초 일반을 손쉽게 욕하는게 좀 방어기제처럼 느껴지더군요ㅎ;

 


마초에 대한 정의가 동어반복적이란 지적에 동의합니다. 비판적 해체란 마초이즘과 쇼비니즘의 경계가 불분명할 수 있는 위험성을 드러내려하는데 있죠. 국수주의에서 국가는 아버지란 권력의 응집체로 그려짐으로써 강력한 힘의 논리로 작동하죠


이 힘의 논리에선 타자와 나,적과 동지,형제와 이방인,조국과 타국만이 있을 뿐이기에 영토 확장의지와 사유화를 공고화하는 것에 천착하지요. 마초를 재현하는 이미지로 자주 등장하는 카우보이역시 이러한 영토확장의지가 여성이나 인디언


이란 타자들을 굴복시키고 정복함으로써 사유화하지요. 이러한 폭력적 포섭논리를 마초의 행동양식으로 낭만화할 위험성을 비판한 것. 이 논의를 심도깊게 다루려면 마초와 쇼비니트를 구분하는 준거틀로서 어떤 개념 사용하는지 알려주세요



저는 메일쇼비니즘은 특정성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조류/행동으로 보고 마초이즘은 거기에 국한되지 않는 훨씬 더넓은 문화적 습속으로 보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이분법/전쟁기계들은 마초는커녕 메일쇼비니스트들과도 거리가 있어 보이네요.

 

마초는 남성을 경쟁대상으로 삼을뿐 여성은 전리품이 되거나, 안중에 두지 않거나, 관용의 대상이 되는데요. 차별적 태도이지만 그 욕망을 온순한 것으로 바꾸고 절제할수록 주변 여성과의 관계도 달라지겠죠. 메일쇼비니즘은 이와 다르죠.

 

메일쇼비니즘은 마초 세계에서 배제된 여성들이 권리를 요구할 때, 1)그녀들에게 남자와 동일한 경쟁관념을 가지길 요구하거나(즉 남자 그 자체를 주문하거나), 2)요구 자체를 적대로 간주,성별간 대결을 주문하는 조류가 아닐까요?



남성 중에서 여성을 동등한 주체로 대우하는 서로 다른 소수종이 메일쇼비니스트와 페미니스트일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남성은 여성을 남성과는 달리 취급하고 다른 관계를 맺으려는 '마초'다. 주체성의 측면에서 전자가 좋다고,우리는 그들과 관계맺기를 원하는가?



남성우월론자가 여성을 주체로 대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네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전통문화의 맥락에서 남성은 다른 남성과 싸울뿐 여성을 적대의 대상으로 놓지 않습니다. 여성은 전리품이거나, 안중에 없거나, 관용의 대상이죠. 그리고 뒤로 갈수록 좀더 견딜만한 마초겠죠.그러나 메일쇼비니즘은 접근이 전혀 다르지요.

 

그들은 '남성우월'의 기치로평등의 요구를 반박하려 하거나, (이쪽이 더 많은데)본능/사회가 요구한 남성성을 여성들에게도 똑같이 적용하는 것으로 '평등'의 요구를 대치하려 합니다. 기존의 문법으로 여성을 동등하게 대우하려면 그렇게 되는거죠.

 

우리사회 맥락에선, 다소 유치한 예시이긴 하나 "(그런 식의 권리주장하려면) 여자도 군대가라."는 말에 깔린 논리구조가 그런 거라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길이 아니라면 다른 종류의 '평등'이어야 할텐데, 그게 뭔지 말하는게 쉽지는 않죠.



오호 저는 (유치한 면에서) 마초나 남성우월론자나 다 똑같게만 봤는데 그렇게 다르군요...


 

뭐 제가 두 말을 이런 식으로 다르게 쓴다는 것이고 마초를 메일쇼비니스트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다만 '페미니즘을 공격한다.'는 측면만 보지 말고 내적 논리가 어떤지를 보면 어떤 구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확실히 구별의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내면의 의식 자체가 다르니... 호칭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아무튼 간에 서로 다른 두 집단을 똑같이 보는 것보다는 구분하는 것이 더 논의의 의미가 있어 보여요.



이를테면 이 질문은 "노동조합과의 투쟁을 계급적대로 인지하는 자본가와 싸우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노조를 용인하지 않는 안철수의 노동자가 되기를 바라는가?"라는 것과도 바꿔볼 수 있다. 어떤 종류의 윤리가 전자를 부르짖더라도,후자의 선택은 의미심장하다.

 

자본가는 소수이지만 남자는 여성과 동수이거나 다수이며, 가부장제가 자본주의보다도 더 뿌리깊은 것일 거라 추정한다면 얘기는 더 심각해진다. 남자가 본시 전투적이라면, 그들에게 '평등권'을 요구하는 건 여성을 전투의 장에 '공평하게' 올려달란 얘기로 곡해된다.

 

물론 이것은 페미니스트에 대한 (다소 현명한) 메일쇼비니스트의 악의적인 반론 속에서나 구성될 입장이지만, 이걸 떨쳐낼 수 있는 방법이 손쉽게 나오지는 않는다. '자본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회구조의 변혁이 만만하지 않은 것만큼이나, 혹은 그것보다도 더.



지적하신 바대로 국수주의와 male chauvinism이 완전히 동일시될 순 없겠지요. 마초이즘이 여성을 경쟁상대로도 보지 않고 경쟁구도의 남성화에 대한 아무런 문제의식조차 없다면 메일 쇼비니즘은 이 남근중심적 사회구조가 페미니스트

 

에 의해 약화되는 것을 인식하고 방어형 공격성으로 여성의 사회진출과 기득권 진입을 질서의 붕괴로 간주한다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마초이즘은 메일 쇼비니즘에 비해 권력관계의 구도가 역사적으로 변화하고 전복될 수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무의식적 상부구조로 여김으로써 남근중심적 사회질서를 절대화하고 영속화하는 하나의 신화가 아닐까요. 즉 마초이즘과 메일 쇼비니즘은 소수자의 발언권 확대와 정치화에 대한 인식태도의 차이에 불과하지 그 본질적인 편향적 권력구도에 대한

 

비판력을 상실했다는 점에선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self torture님의 의견을 상호 피드백 작용 안에서 알 수 있어 기쁘군요.



음 저는 외려 메일쇼비니즘과 페미니즘을 한켠에, 마초를 다른 쪽에 두었는데요. 유비하자면 파시즘과 사회주의를 한켠에, 자유주의를 다른 켠에 두는 것과 비슷할 듯합니다. 전 메일쇼비니즘을 평등의 요구에 대한 오도된 대답이라 본 거죠.

 

메일쇼비니즘이 오도된 대답일 때, 그 '평등'이 아닌 다른 어떤 종류의 '평등'이 답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 그래도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입장에서 '마초'는 갖가지 양태가 있지 않겠느냐는게 제 문제의식인 겁니다.


즉 이는 하나의 기준을 통한 분류이니,다른 기준으로 그것들을 판단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습니다.다만 저는 권력의 해체를 위해서는 그 작동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견지에서,여러 종류의 성찰과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여깁니다.



님의 분석을 따르자면 마초이즘은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인식하고 이 성차가 자연스러운 본성이며 이를 평등의 논리 안에 두는 것이 메일쇼비니즘이라는 것이지요. 결국 메일쇼비니즘은 동일화의 논리로 여성의 남성화를 부추기며 여성적 가치들

 

을 몰살하는 것이라면 이에 반해 마초이즘은 메꿀 수 없는 변별적 차이의 논리로 여성과 남성이란 범주를 존재론적인 실체로 상정하는 것입니다. 이는 남성이 인간의 준거틀로 작동하여 평등이 곧 남성화라는 전자의 논리나 남성과 여성은

 

본질적으로 다르며 이 차이는 고수되어야하며 각자의 자리와 위치에서 고정점을 갖는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후자 논리이지요.이 두 논리는 이미 페미니즘 진영 내에서도 논의된 평등 논리인가 또는 차이의 정치학인가라는 화두와 만나네요.

 

예 그냥 논리적으로 생각해도 나오는 문제인만큼 페미니즘에서도 얘기를 하고 있(겠)죠. 그런데 '모든 이를 남성으로 만드는' 메일쇼비니즘의 평등이 기각될 때, 마초가 말하는 '차이의 공존'과 다른 버전의 이상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 이상이 현실세계에서 어떻게 작동하게 될 것인지, 말씀하신 피아 이분법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철폐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혹은 어떤 종류의 틀안에 한계적으로 가둬야 할것인지,등등은 쉬운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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