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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사회당 대 진보신당

조회 수 1748 추천 수 0 2012.03.06 04:01:03

이 망할 놈의 진보좌파정당건설에 늘 동의한다고 말하고 다녔다. '좌파 조직들 간의 통합은 기회(당연히 이것은 정치공학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념과 사상을 기초로 한 정치적 맥락을 말하는 것이다)가 생길 때마다 추진 되어야 한다'는 우리 훌륭한 김선생님의 명제에 당연히 동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그러한 정치적 동의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두 꼴통스런 조직이 통합되었을 경우에 생길 수많은 문제들이 걱정스러워 도대체 잠을 못 이룰 지경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차라리 마포당협 문제 같은 건 사소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 문제가 첨예해졌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직접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중앙당직자의 처지에 맞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너도 잘했고 너도 잘했다 식의 훈장질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얘기를 남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단히 곤혹스럽다는 사실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아래에도 썼지만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들 때문에 할 일을 못해서 돌아버릴 것 같은 이런 개같은 기분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다.


우리가 진보좌파정당건설을 하자고 했을 때에는 뭔가 신이 나서, 이렇게 하면 선거가 잘 될 것 같아서, 정당명부비례대표투표용지에 선택지가 하나 줄었으면 좋겠어서, 그래서 이런 걸 하자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건 만인의 마음 속에 감추고 있는 욕망들에 가까운 것이니까 관여하지 않고 놔두기로 하고, 어쨌든 공식적으로 우리는 진보좌파정당건설이라는 대의에 동의한 것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진보좌파정당건설이라는 것은 진보좌파정당운동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진보신당이나 사회당이 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진보좌파정당이 하는 것이다. 즉, 이 빌어먹을 진보좌파정당은 진보좌파정당운동을 진보좌파답게 진보좌파의 방식으로 건설해나가야 한다는 진보좌파의 막중한 임무를 어깨에 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진보좌파운동의 건설에 대해서 지금 강조하고 싶은 것이 두 가지 있는데, 그 중 첫 번째는 보다 대중적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우경화와 대중추수주의이다. 물론 나는 그러한 것을 말하기 위해 이런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대중'이라는 단어를 우경화와 추수에서 구원하고 싶은 심정이다.


대중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객관화 시키는 것이며 진보좌파정치의 주체를 상상적 질서에서 상징적 질서의 차원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무슨 개소리냐고 할 지 모르겠는데, 쉽게 표현하자면 이런 것이다. 우리는 우리끼리만 좋고 말 것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온갖 자족적인 것들을 전부 쓰레기통에 갖다 버려야 한다. 정세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올바른 판단을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의 기초 위에 우리의 진보좌파적 계획을 수미일관하게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계획에서 어긋남이 없이 움직이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레닌은, 늘 강조하지만, 대중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두려워한 일이 없었다. 그는 언제나 대중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어 했으며 그들에게 어떻게 하면 자신의 사상과 이념을 가장 효율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 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이러한 운동의 기풍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진보좌파다. 낵아만날말햇다 그거시진보좌파다 ...


두 번째는 운동에 있어서 주체들이 서로 책임을 지는 기풍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뭐가 어떻든지 간에 사회당과 진보신당은 진보좌파정당건설이라는 조직 노선에 합의했다. 그러면 이것을 위한 운동을 서로 책임져야만 하는 것이다. 뭔 얘기냐면 사회당은 진보신당을, 진보신당은 사회당을 책임지려는 자세를 가져야만 진보좌파정당건설이라는, 님들이 당대회에서 각각 인정했듯이, 무진장 중요한 이 목표가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서로 다른 두 조직이 합쳤는데 아무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이상하다고 할 것이다. 110볼트 플러그를 220볼트에 꽃으려는 것인데 과연 아무 사고가 안 나겠는가? 이러 저러한 소박한 논리 싸움과 정치적 유불리에 대한 계산과 억울한 기분 같은 것은 다 집어 치우자. 책임을 지란 말이다. 내 조직, 내 친구들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지 말고 남에 대해서 책임을 지란 말이다. 두 번의 분당을 겪고도, 두 번의 등록취소를 겪고도 이러한 기풍을 세울 수 없다면 우리가 이 땅에서 진보좌파정당운동을 하는 무슨 의미를 찾을 수가 있겠는가? 세 번째의 분당, 세 번째의 등록취소가 기다릴 뿐이다. 그러느니 그냥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전인류를 위해서 나을 것이다.


다소.. 극단적인 얘길 했지만, 상황을 그렇게 비관적으로만 보진 않는다. 오늘 우연히 정경섭 위원장님과 마주쳤다. 서로 잘 아는 사이는 아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눴는데 정경섭 위원장님이 말했다. "나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그래서 "미워한 적은 없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정경섭이라는 정치인이 당내정치에서 과거에 통합파였든, 그래서 그 때 무슨 말을 하고 다녔든, 그런건 이제 다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지금 상황에서 이게 중요한 문제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건 순전히 내 기분을 표현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일 것이고, 오늘의 마주침은 그런 의지의 반영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당원대회에서 마주친 지방의 한 당원이 "마포구 문제가 심각하다는데 중앙당이 나서야 하는 것 아닙니까?" 라고 말했지만 나는 "잘 해결 될 겁니다." 라고 대답했다. 입에 발린 말이 아니었다. 진보좌파정당건설에 대해 내가 가지는 두 가지 문제의식이 반영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이 문제는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결될 것이다.


댓글 '8'

한빠10호

2012.03.06 07:54:50
*.138.98.88

당원입니다만.. 당에대한 정보같은건 어디서 얻나요? 저희지역 당협이 크지 않고 모임도 자주갖지 않는편이라서 (물어보니 돈이없어서 사무실을 마련못했다는 얘기를 흑..ㅠ)  당에 대한 현황은 레디앙이나 보통 세사게에서 얻는편인데 마포당협 얘기도 세사게에 정상협씨가 올린글을 통해 알았어요. 근데 알다시피 세사게에는 공가실인지 뭔지하는 트롤러(옙 dont feed troll)가 하두 많아서 정상적인 게시판으로 활용하기가 곤란한점이 많은거 같아서요... 큰스승님께 여쭈어봅니다!

이상한 모자

2012.03.06 08:07:57
*.172.183.203

이번 경우는 사회당 출신 당원들이 트위터에서 하도 말을 많이 해서 알게 됐습니다. 저도 당내 소식을 접하는 루트는 말씀하신 것과 비슷합니다.

한빠10호

2012.03.06 08:23:25
*.138.98.88

역시 스마트시대에 트윗은 필수로군요; 신진문물에 적응하지못한 구태는 도태되는거신가...

꼬뮌

2012.03.07 03:51:57
*.254.238.138

어차피 좌파는 소수파였다. 쟈코뱅당이 오른쪽에 앉았더라면...진보파가 다수파가 될 수 있었을까? ㅋ

동서양을 막론하고 왼손잡이는 소수파니 말이다. 서양은 왼손잡이가 상대적으로 많아서 진보파가 그나마 ㅋㅋㅋ


첫째에는 동의하고, 두번째에는 약간의 이견이 이따.

진보신당은 사회당을 책임지고, 사회당은...


세상에 젤 짜증나는 게 책임지는 거다. 


여기에서 소통의 부재를 본다. 왜 책임을 진다라고 생각하는 거지?

각자의 생각, 사상의 차이로 따지자면...현 지구상에는 몇십억개의 각자의 사상이 병립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결국, 자기의 외피를 다시금 점검하고서...상대방을 대하는 것은 아닌지?


내 앞에 있는 다른 나에게 빠져들어보자.


꼬뮌

2012.03.07 05:55:48
*.254.238.138

제목을 볼라치면, 사회당 대 진보신당


대와 과는 많이 다른 거고, 쩌리는 앞에 주연은 뒤에...뭐 이런 심리가 아닌가?


일상성에 빠지지 않는, 자기점검이 필요할 듯 함. 누구나 다와 더불어 나 ㅡㅡ;



이상한 모자

2012.03.07 08:59:02
*.172.183.203

별..

꼬뮌

2012.03.07 23:13:51
*.254.238.138

관념상의 지적질이긴 함. 실제 상황에 맞부딪히면..이런 지적질을 쉽게하지 못하게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또다른 나-지나치게 순진한건가? 단순화시켰나? 엄연히 진보신당과 사회당은 다른데 ㅋ-를 껴앉지 못하고서, 세상의 변화를 바라는 것, 지나친 몽상은 아닐까?


세상은 엄혹하다. 뱀처럼 차가운 지혜와 사자의 용맹한 심장, 더불어 곰처럼 미련스러운 넉넉한 품이 없고서는...





꼬뮌

2012.03.07 23:21:44
*.254.238.138

결과가 아니라 과정과 태도를 말하는 것이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한다고 하던가? 사자성어로 주마가편 ㅋㅋㅋ

본문글에 대해서 나의 오독이 있는 듯하여, 사족을 담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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