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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상산의 뱀 님은 계속 본인의 주장을 하시겠지만,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 텍스트가 없으면 판단이 힘들 것 같아 남이 요약한 것을 퍼옵니다. 오해가 있을까봐 말씀드리지만 저는 이 분이 누군지도 모르고 인터넷 검색을 하다 발견했으며 따로 허락을 받고 퍼오지 않았습니다. 강조는 상산의 뱀님께는 유감스럽지만 제 임의로 굵게 표시하였습니다.

8) 규약의 개별 조항들에 대한 토론과 확정

8-1) 1조에 관한 심의와 의결. 22-23차 회의.

대회는 규약에 대한 축조심의에 들어갔다. 그런데 규약 1조에 대한 심의를 재현하기 전에, 당 대회 현장에서 벌어진 일 이외의 사실들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대회가 끝난 뒤에 쓴 <<한 걸음 앞으로 두 걸음 뒤로>>의 G장(<<레닌저작집 2-2>> 224-234쪽)에서 레닌은 대회 후에 열린 국외러시아혁명적사회민주주의자동맹 대회에서의 마르토프의 발언 등을 인용하며 정황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마르토프에 따르면, 그는 대회가 열리기 한 달 반이나 두 달 전에 자신의 규약 초안을 레닌에게 보여 주었고 레닌은 다른 것은 반대해도 1조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그 1조를 약간 수정하여 포함하는 자신의 초안을 대회에 제출할 생각을 밝혔다고 한다. 마르토프는 자신의 규약 초안을 대회에 제출하지는 않았으나 레닌의 안에 반대하며 1조의 수정 동의안만 제출했는데, 대회 이전에 자신이 레닌에게 보여 준 초안의 1조와 대회에서 자신이 제출한 수정 동의안이 같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레닌은 대회 전에 마르토프가 자신에게 보여 준 안을 제시하며 마르티노프의 주장을 비판했다.

레닌이 제시한 증거에 따라 비교해 보자.

마르티노프가 대회 전에 레닌에게 보여 준 초안. "러시아사회민주주의노동자당의 당원은 당의 강령을 받아들이고 당의 기관들의 통제와 지도 아래 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자이다."

레닌이 대회에 제출한 초안. "당원은 당의 강령을 받아들이고 재정적으로 당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당의 조직의 하나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당을 지원하는 자이다."

마르티노프가 레닌의 초안에 반대하여 대회에 제출한 수정안. "러시아사회민주주의노동자당의 당원은 당의 강령을 받아들이고 당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며 당의 조직의 하나의 지도 아래 당을 정기적이고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자이다."

이제 당 대회 현장으로 돌아가기로 하자.

22차 회의에서, 마르토프가 레닌의 초안에 반대하며 새로운 안을 제출했다. 당원의 자격(또는 의무) 규정 가운데 "재정적 지지", 곧 당비 납부의 문제는 합의된 셈이었고, 당 조직 가운데 하나에 속해 있어야 하느냐 당 조직 가운데 하나의 지도를 받느냐의 문제만이 레닌의 안과 마르토프의 안의 차이가 되었다. 레닌에 따르면, 문제는 당의 "기관"과 당의 "조직"에 대한 마르토프의 사상이며, 어떤 사람이 당의 조직에 참여하지 않은 채 당원의 자격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때 반 <<불꽃>> 경향의 부르케르는 뜻밖에도 레닌을 지지했다.

토론은 다음 회의로 이어졌는데, 23차 회의에는 51표를 지닌 43명의 대의원 전원과 12명의 참관인이 참여했다. 8월 2일의 이 토론에서의 레닌의 첫 번째 발언(<<레닌저작집 2-1>> 436쪽)은 이런 것이었다. "당 조직이 오직 직업 혁명가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생각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극도로 제한되고 비밀스러운 조직에서 매우 광범위하고 자유롭고 느슨한 조직들로 끝나는 모든 유형, 등급, 색조의 가장 다양한 조직이 필요하다. 중앙위원회가 그것을 승인하는 것은 당 조직의 필수 조건이다." 자신의 규약 초안 1조가 가져올 수 있을 오해, 즉 당의 모든 활동과 조직이 비밀스러울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 회의에서 플레하노프가 레닌을 지지했고, 루소프가 마르토프를 지지했고, 파블로비치가 22차 회의에서의 부르케르의 발언에 대해 논평하며 레닌을 지지했고, 무라비에프는 루소프를 비판하며 레닌을 지지했고, 트로츠키가 플레하노프를 비판하며 마르토프를 지지했다. 트로츠키는 "나는 이 논쟁은 원칙의 문제가 아니라며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로츠키는 21차 회의에서는 아키모프에 반대하며 중앙위원회가 지역위원회를 통제해야 한다는 레닌의 의견에 찬성한 바 있었다. (⑦ 162쪽)

레닌은 트로츠키를 비판하며 당원 자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당 규약에 관한 토론에서의 두 번째 연설>, <<레닌저작집 2-2>> 437-440쪽.) "열 명의 활동가가 스스로를 당원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면(진정한 활동가는 명칭에 마음 상하지 않는다!) 그것이 한 사람의 말만 앞세우는 사람이 당원이 될 권리와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이것이 나에게 반박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원칙이며 내가 마르토프와 싸우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원칙이다.……권리에 관계없이 우리는 모든 당원이 당에 책임을 져야 하며, 당은 그 당원 모두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실제적인 통제를 중앙위원회의 수중에 두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다. 우리는 당원의 명칭과 중요성을 더 높이, 더 높이, 훨씬 더 높이 제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마르토프의 정식에 반대한다." (439-440쪽). (23차 회의의 의사록의 일부는 ⑨ 413-425쪽에 실려 있다.)

표결은 공개적으로 이루어졌다. 레닌의 안은 찬성 23표, 반대 28표로 부결되었다. 렌스키와 각각 두 표를 가진 루소프와 카르스키 등 모두 5표의 <<불꽃>> 다수파가 레닌의 안에 반대했고, 반<<불꽃>>(브루케르) 1표와 중간파(메드베데프, 에고로프, 차료프) 3표가 레닌의 안에 찬성했다. 마르토프의 안은 찬성 28, 반대 22, 기권 1로 가결되었다. 반<<불꽃>>의 브루케르는 마르토프 안에 반대했고, 찬성한 28표 가운데는 반<<불꽃>>의 나머지 7표와 중간파 7표가 포함되어 있었다.




댓글 '11'

상산의 뱀

2011.12.05 15:02:33
*.109.69.239

그 블로그 분이 요약을 한게 아니라, 사회당에서 주최한 김태호의 레닌읽기 강좌 내용을 담아둔 것이네요. 김태호씨의 글은 저랑 별로 다른게 없어요. 이상한 모자님과는 좀 다릅니다. 쭉 모아둔거 한번 보시길. 그리고 이런 참고자료도 있어서 도움이 될까 남깁니다.

"러시아사회민주주의노동자당 2차 대회에서 '규약1조 논쟁'에 관한 것이었는데, 사회당의 당헌2장(당원)의 내용을 알고 있는 동지가 의외로 적었음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사회당의 모든 당원은 지역위원회에 속해있으므로 1903년의 레닌의 안과 유사한 규약이라는 생각을 밝힌 동지가 있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지역위원회에 속하여 당비만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강령위원회나 선전위원회 등 특정한 업무를 행하는 곳에 속해서 실제로 당무를 수행하는 사람들만 당원으로 하자는 것이 레닌의 주장이었습니다."

이상한 모자

2011.12.05 15:37:07
*.208.114.70

이건 당시 사회민주노동당 조직체계에 대해서 또 얘기해야 하는 것인데요. 그 당시의 사회민주노동당 지역위원회 조직과 현재의 대중정당들의 지역위원회가 위상과 역할이 다릅니다. 당시의 지역위원회 조직은 각 지역에 있는 수많은 노동자 조직들의 연맹 비슷하게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지역에 대한 중앙의 통제가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차 당대회에서 레닌의 주장은 중앙집권주의를 관철시키는 방향으로 조직을 정비하려 했던 것이고 때문에 중앙위원회의 승인 등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문제의 해법은 '개개인의 이념적 철저함을 제고'하는 것이 아니라 당론이 집행되고 이것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1900년대 초의 상황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그랬죠.. 그리고 논쟁의 맥락을 보자 그랬죠...

이상한 모자

2011.12.05 15:45:28
*.208.114.70

계속 이러시니 제가 쓴 글의 일부를 제가 또 잘라다 붙이죠.

"자, 이러한 전제를 놓고 규약 1조를 둘러싼 논쟁을 다시 한 번 살펴봅시다. 레닌이 직업적 혁명가들로 이루어진 당을 건설할 것을 주장했다? 그것은 맞는 말입니다. 실제로 자기 입으로 그렇게 얘기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논쟁해야 하는 지점은 '그러므로 오늘날 레닌의 사상대로 당을 설계하려면 직업적 혁명가들만 당원으로 받는 당을 만들어야 한다.' 라고 말한다면 이게 옳은 얘기냐는 것입니다. 저는 이건 틀린 얘기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이야 말로 스탈린주의자들의 악의적 왜곡과 같은 형태로 레닌의 주장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상산의 뱀

2011.12.05 16:37:36
*.109.69.239

1. 레닌이 하려고 한게 진보신당 당원이 지역위에 속하는 것과 같다고 한게 이상한 모자님이에요. 님께서 쓰신 첫번째 글을 보세요.

2. 저는 개인의 이념적 철저함을 제고함을 통해서 중앙집권적 당을 만드는거라고 한적이 없지요. 당을 이념적 결사체로 만들기 위해서 뭘 해야하는가. 레닌은 당 1조 규약을 통해서 당원의 자격을 제한하고 활동가 당원이 직접 기구에 속하여 참여하게 함으로써 그 당의 이념적 결사도를 확보하려고 한 것이라고 했죠. 제 글을 읽어보세요. 제가 그랬더니 님께서 뭐라고 답을 다셨냐면요.

"제가 보는 마르토프와 레닌의 충돌은 전근대적 조직론과 근대적 조직론의 충돌입니다. 강경파와 온건파의 충돌도 아니고 계급정당과 대중정당의 충돌도 아니고 폐쇄적인 정당과 개방적인 정당의 충돌도 아닙니다"라고 하셨어요.

"이 사건을 두고 마치 레닌이 '잘 훈련된 혁명가들로만 조직된 전위정당'을 원했고 마르토프는 '보다 느슨한 네트워크 형태의 대중정당'을 원했다고 하면 그것은 이 논쟁을 잘못 이해하는 것" 이라고도 했고,

"그러한 맥락을 고려하면 오히려 레닌의 주장은 당원이 누군지, 당 강령에 동의를 하는지 여부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 아니었을까요?" 라고도 했지요.

"오늘날 진성당원제가 구현되는 정당은 예외없이 레닌이 요구하였던 조직론적 문제를 해소하고 있는 셈입니다"라고도 했지요.

이상한 모자님은 제가 하지 않은 말은 제가 했다고 하고, 님께서 하신 말은 스스로 뒤집는 일들을 하고 계십니다.

이상한 모자

2011.12.05 17:09:36
*.208.114.70

님.. 제 말을 일부러 안 보는 건가요? 아니면 진짜로 제가 하는 얘기가 뭔지 몰라서 이러는 건가요????

상산의 뱀

2011.12.05 17:20:07
*.109.69.239

서로가 서로가 대체 뭔말을 한다고 생각하는지 짧게 요약해서 공유해보는건 어떨까요?

이상한 모자

2011.12.05 17:27:30
*.208.114.70

일단 분트와 레닌의 맥락에 대한 제 얘길 요약해봤으니 읽어보세요.

상산의 뱀

2011.12.05 17:33:24
*.109.69.239

저의 요약 : 상산의 뱀은 레닌과 마르토프의 논쟁을 전위정당(혁명가 정당)에 대한 논쟁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오해이다. 레닌이 하고자 했던건 오늘날에도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당 체계를 세우는 것일 뿐이다. 그 이상으로 레닌을 해석한다면 이는 레닌을 스탈린주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레닌이 세우고자 했던 당 체계는 중앙집권적인 당이다. 중앙의 통제를 받지 않고 방치되어 있던 지역의 위원회들을 통제하여 당론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는 체계를 세우는 것이다. 레닌이 구상했던 이러한 상은 당의 체계가 확립되고 당원 관리가 나름 이뤄지고 있는 오늘날 진보정당의 모습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맥락을 살펴본 1조 논쟁에서의 레닌의 입장이다. 다른 레닌의 주장들은 이러한 맥락를 놓친 레토릭에 불과하다.

이상한 모자

2011.12.05 17:40:39
*.208.114.70

이 말이, "레닌의 주장에 따라 (님이 생각하는 어떤..)당 기구에 속하는 당원들에게만 당원 자격을 주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는 님의 주장에 대한 <반론>인거죠.

상산의 뱀

2011.12.05 17:52:36
*.109.69.239

잘 요약했나요?^^

이상한 모자

2011.12.05 17:55:02
*.208.114.70

네, 제가 말하는 것을 전부 요약하지는 않았지만 저 내용 자체는 제대로 요약하셨습니다. 나머지를 몰라주셔서 전 문제라고 생각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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