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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피임약 문제

조회 수 3443 추천 수 0 2012.06.11 17:21:47

[여성의 임신/출산 결정권을 위한 네트워크_성명] 경구피임약 전문의약품 전환에 반대한다. 사전, 사후피임약 모두 일반의약품으로 허용하고 여성의 의료 접근권을 확대하라

http://www.newjinbo.org/xe/4356252


현실적 측면에서 위와 같은 입장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좀 부족한 점이 있지 않은가 싶은데, 가부장적 사회질서에 대한 문제의식을 잠깐만 뒤로 미뤄놓고 보면 모든 경구피임약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옳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의료 접근권을 박탈하여 출산률 제고를 유도하겠다는 수준 낮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몸에 맞는 것을 찾으면 문제가 없는 것이기는 하나, 피임약의 종류에 따라 여성이 각종 의료적 부작용에 노출될 수 있는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며, 피임계획 그 자체가 올바르게 수립되기 위한 방편으로서 의사의 상담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때문에 그러한 취지로서 사전피임약의 전문의약품 전환은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다만 병원의 휴무일이나 기타 급박한 상황일 경우에 응급피임약을 쉽게 복용할 수 있도록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주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다만 사전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였을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첫째, 미혼 여성이 산부인과에 출입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관념이 가부장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고, 둘째,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처방을 받음으로 하여 생기는 금전적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선은 경구피임약의 전문의약품 전환에 일단은 반대하되, 전문의약품 전환의 전제로서 가정의학과에서의 피임약 처방, 의료보험의 적용 확대, 좀 더 나아가서는 국민 일반에 대한 일상적 의료검진을 내용으로 하는 주치의제 시행 등을 촉구하도록 하고 원칙적인 차원에서 전문의약품 전환의 당위는 인정하는 것 정도가 당으로서 책임있는 입장 표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남들이 피임약을 어떻게 복용하든 이미 나는 망했는데 이런 생각은 뭐하러 하는 지 모르겠다. 


댓글 '26'

백수

2012.06.11 17:31:55
*.174.186.35

나는 망했지만 남들도 망하는건 바라지 않는다는 숭고한 의식...


의견은 덧붙이거나 뺄 부분이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적절하군요. 따지고 보면 다 아는 얘기지만 사람들이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것들을 쉬이 잡아내고 정리하는 이런 촌철살인이 큰 스승님의 진가가 아닌가 싶음.

흠냐

2012.06.11 18:27:05
*.216.95.30

이 문제는 큰스승 생각이 조금 위험하네요. 아스피린 정도가 전문 의약품으로 전환되면 어떨까요?

경구피임약이 '피임약'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안전성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경구피임약은 쉽게 말해 60년대부터 상용화되기 시작한 이래 아스피린 같은 단계로 진입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부작용이야 물론 있죠. 하지만 그 부작용이라는 게 모든 의약품이 갖고 있는, 그런 부작용이라는 겁니다.

 

안전성 문제를 꾸준히 확보해온 덕에 경구피임약은 운동선수들이 시합을 앞두고 생리를 조절할 때도 사용됩니다. 그럴 때마다 병원에 가야 하나요? 12살 수영, 농구선수들이요? 그게 가정의학과면 괜찮은가요?

 

그런 식으로라면 생리통을 없애주는 타이레놀이나 펜잘도 여성의 몸에 위험하긴 마찬가집니다 .

진통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통증에 대한 면역성이 길러져 나중에는 점점 양을 늘려서 복용해야 하는 '명백하디 명백한 단점'도 있어요. 그만큼의 양을 복용하면 몸에는 얼마나 나쁘겠습니까. 하지만 그런 '위험'이 있다고 해서, 안전성이 그 위험성을 압도하는 타이레놀, 펜잘을 전문의약품을 전환시켜야 되겠습니까.

 

여성의 몸(건강)을 정말로 생각해주는 건 경구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호르몬수치가 높은(그래서 경구피임약보다 위험성이 몇 배는 큰) 사후피임약을 급하게 복용해야 하거나 낙태수술을 해서 몸에 무리가 가는 일이 가급적이면 없게 하는 것입니다.

이상한 모자

2012.06.11 18:49:46
*.73.35.195

가정의학과 얘기는 경구피임약의 안전성에 대한 것이 아니구요. 미혼 여성이 산부인과에 자주 가는 것에 대한 가부장적 시선을 회피하기 위한 단기적 대책으로서 생각해보았던 것입니다. 제가 주장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 섬세하지 못했군요.

흠냐

2012.06.11 19:13:08
*.216.95.30

그건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이 문제 때문에 어떤 사람과 얘기하다가 그 '여성의 건강을 생각해서'라는 시각의 모순 때문에 좀 빡친 경험이 있어 예민하게 대응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에혀.^^

이상한 모자

2012.06.11 19:23:39
*.73.35.195

그러한 문제를 잘 헤아리지 못한 것에 미안합니다.

흠냐

2012.06.11 19:25:58
*.216.95.30

아닙니다! 무슨 말씀을요. 이런 논의를 통해 하나의 사안에 대한 문제의식이 더 풍성해지는 것이지요.^^

흠냐

2012.06.11 18:34:02
*.216.95.30

다시한번 말씀드리면 경구피임약 문제는 '전문의약품 전환의 당위' 자체가 말이 안되는 얘기라는 겁니다.

그 당위가 성립하면 아스피린, 쌍화탕에 대해서도 각자 몸에 맞는 처방을 받는 게 좋다는 당위가 저절로 성립되므로 세상의 모든 약품이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되야 한다는 주장과 마찬가집니다.  

이상한 모자

2012.06.11 18:40:07
*.73.35.195

그렇게 말씀하실 수도 있는데요. 전 세상의 모든 약품이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일상적으로 우리가 모든 의약품들을 과용하고 있다는 생각도 갖고 있구요. 단, 그러한 조치가 취해지는 것이 정당화되려면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국가의 의료체계가 국민에 대한 일상적 검진을 무상으로 할 수 있는 제도가 전제되어야 하겠죠. 진보정당이 무상의료를 정책적 슬로건으로 주장하는 것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본 것입니다.

흠냐

2012.06.11 19:06:19
*.216.95.30

이모님. 무상의료와 이 문젠 또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몸을 생각한다면 피임은 남성이 하는 게 좋지요. 그러나 낮은 계급의 여성일수록 가정폭력에 더 많이 노출됐듯 피임과 임신, 출산을 아우르는 재생산에서도 자기결정권을 갖는 비중이 낮습니다. 하기싫은 성관계도 해야 하고, 그때 남성이 피임을 하지 않아도 피임하자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상황 속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못배우고 가난한 여성일수록요. 무상으로 검진을 해주건 아니건 피임약 구하려면 꼭 시간내서 병원에 가야하고 먹고사는 일에 쫓기거나 기타의 이유로 그 기회를 놓치면 덜컥 원치않는 임신을 하게 만드는 전문의약품으로의 전환은 모든 여성들에게 그렇지만 특히나 더 저런 여성들에게 '그나마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는 피임권' 행사만 어렵게 할 뿐입니다.  

 

또한 님의 주장이 전적으로 맞다고 해도 그건 이상적인 상황이 올 때까지 현재의 억압을 그냥 억압으로 놔두자는 말밖에 안되지요.

이상한 모자

2012.06.11 19:08:49
*.73.35.195

저는 억압을 놔두자고 한 일은 없고, 이상적 상황이 온다는 전제 하에 사전피임약의 전문의약품 분류를 인정하자는 주장을 한 것입니다. 즉, 이상적 상황이 오지 않으면 전문의약품 분류를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러한 취지를 위의 메모에서도 밝혔습니다. 오해없으시길 바랍니다.

이상한 모자

2012.06.11 19:09:51
*.73.35.195

같은 오해가 없도록 메모의 해당 부분을 굵고 크게 표시하였습니다.

백수

2012.06.11 19:42:12
*.174.186.35

아세트 아미노펜이나 아세틸 살리실산과 같은 진통제의 개인별 부작용 편차와 호르몬제인 사전피임약의 개인별 부작용 편차가 바로 비교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인지 조금 의문이 드네요.

흠냐

2012.06.11 21:13:12
*.216.95.30

그럼 제가 바꿔서 묻죠. 이제까지 별 문제없이 판매되어온 사전피임약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합리적으로 의심할 만한 임상적 정황이 새롭게 나타났나요? 그래서 그건 전문의약품으로 돌리고 사전피임약보다 훨씬 더 위험한 호르몬제인 사후피임약은 일반의약품으로 지정했을까요?(그런 사후피임약이라도 낙태보다는 훨씬 낫죠) 저야말로 '갑자기' 여성들의 건강을 근거로 들며, 이제까지 바로 그 여성들의 건강을 위해 일반의약품으로 잘만 판매돼오던 사전피임약을 전문의약품을 돌린 구체적인 이유를 알고 싶네요.

이상한 모자

2012.06.12 00:15:23
*.73.35.195

그것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장사가 잘 안 돼서 로비를 열심히 한 결과가 아닐까요? 전 의심하고 있습니다.

흠냐

2012.06.12 02:16:30
*.216.95.30

저도 그렇게 의심하고 있습니다!^^

백수

2012.06.12 12:39:00
*.103.155.29

제 생각을 자의적으로 재단하셔서 이런 덧글을 쓰신 것 같은데요, 저도 이번 전문의약품 지정시도가 섣부르다는 판단을 하는 편이고(사전피임약의 경우 일반의약품도 있고 이미 전문의약품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후피임약의 경우 대책없이 일반의약품으로 돌리는 것은 '일단은 불가피하지만' 현실적으로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상습적 피임약으로 복용될 개연성. 허나 사후피임약은 두어번 복용하면 피임효과는 거의 없습죠) 생각합니다.


제가 꼴 받아 저런 덧글을 단 이유는, 진통제나 쌍화탕을 호르몬제와 직접 비교하신 덧글이 좀 어이가 없어서였거든요. 매일, 짧게는 수개월 부터 길게는 수년에 걸쳐 먹는 호르몬제의 안정성과 일회성 복용 용도인 진통제나 쌍화탕(물론 얘네도 오남용의 여지가 있음)의 의약학적 안정성이 같은 반열에 있느냐는 겁니다. 현실을 고려해 사전피임약을 일단 일반의약품으로 분리해 두는 것은 좋은데(리스크는 사용자가 지는 거지만), 산부인과나 병원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고 진단비용이나 처방비용이 건보에서 지급되며 적절한 검진과 복약지도를 받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전문의약품으로 지정하는 것에도 반대하시는지 반대로 여쭤보고 싶습니다.


덧. 이번 시도가 산부인과회와 약사회의 쇼당인건 누가 봐도 뻔함.

흠냐

2012.06.12 14:23:16
*.216.95.30

제 댓글이 어이가 없으셨나요? 그럼 왜 그런 어이없는 비교를 했겠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야죠.

그만큼 사전피임약은 용도가 다양하고, 그렇게 다양하게 널리 복용되면서도, 임상적으로 님이 걱정하시는 방향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단, 다양하게 널리 복용된다는 게 무분별하게 남용된다는 것과는 구별되어야 하겠구요.

 

그런데 의사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문의약품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그게 수용됨으로써 '갑자기' 그 문제가 대두되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병원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진다는 게 대체 어떤 의민지요? 그럼 병원에 안 가도, 지금처럼 잠깐 짬내서 약국으로 달려가기만 해도 그 자리에서 처방전이 나와 약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말하는 건가요? 아님 산부인과라는, 선입견을 부를 수 있는 병원 말고도 모든 병의원에서 처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접근성이 좋아질 수 있다는 건가요? 병원에 반드시 가야하는 것과 안 가도 되는 것의 차이점을 더 설명드려야 할까요?

 

님이 걱정하시는 문제는 오히려 사전피임약을 처방받게 했을 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런 조치가 사후피임약 복용을 증가시킬 테니까요.

백수

2012.06.12 18:21:08
*.174.186.35

1. 제 덧글이 오독된 것으로 느껴져 순간 감정이 과잉되어 불필요한 표현(어이없다)을 사용했는데,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2. 사전 피임약의 안전성이 오랜 기간 검증되어 왔고, 다양한 의도로 복용되어온 사실을 저도 들어 알고 있습니다. 또한 갑작스러운 전문의약품 지정 시도가 당국과 산부인과 의사회의 쇼당에 의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고, 이에 대해선 이미 밝혔듯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3. 한국의 사전 피임약의 복용률이 2.5%정도 되는데 http://www.ibabynews.com/News/NewsView.aspx?CategoryCode=0004&NewsCode=201206081131345023755851#z , 직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미 사전피임약을 복용하는 분들은 그 효용을 잘 아실거라 예상합니다. 그 정도의 지식이 있는 분들이 사전피임약의 접근성이 떨어졌다 하여 사후피임약을 오남용 할거라고 믿긴 조금 힘드네요. (다시 강조하지만 대책없는 사전피임약 전문의약품 지정에 반대합니다) 

4.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난다던지, 새로운 임상결과가 발견되었을때, 혹은 그간 임상적 위험을 무릎쓰고 정책적 이해관계 때문에 일반의약품으로 지정되었던 약품을 다시 규제하기 위해 (사전피임약이 그렇다는건 아니고요) 그 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확률의 문제로 봐야겠지요. 진통제나 쌍화탕이 그럴 가능성이 큰지, 호르몬제가 그럴 가능성이 큰지... 이 부분은 의학이나 약학 분야의 전문적 식견이 필요하니 제가 함부로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이긴 합니다.

5. 접근성 문제는 사회적 편견이 사라지고, 병원비 부담이 급감하고, 정기 검진이 자연스러워 지는 것 따위를 말한 것입니다. 당연히 처방 없이 약국에서 사는 것보다 불편함이 증가하는건 사실이죠. 제가 그걸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요.. 굳이 이미 안전한 사전피임약을 처방 받기위해 귀찮게 병원에 가야 하는것이냐고 여쭤보신다면, 제가 쉽게 단정할 성격의 것은 아니지만 거기서 얻는 효용이 더 크다면 감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류가 인체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는게 더 많다고 생각하기에,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는 입장이라... (이건 타이레놀이나 쌍화차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원칙입니다)

6. 산부인과회는 대책 없이 사전피임약 전문의약품 지정에 힘쓰기 보다는, 한국 사회의 성관계나 피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퍼진 책임을 통감하고 그것을 바로잡는데 노력하는게 훨씬 나을 것 같군요. 저도 이만 하겠습니다. 감정이 상하셨다면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흠냐

2012.06.13 00:07:46
*.216.95.30

저도 뭐 까칠하게 대응한 건 마찬가지죠.ㅎㅎ

다시 짚으면, 복용률이 낮다는 건 피임약이 호르몬을 조절하는 약제이기 때문에 여성들 스스로가 남용하지 않음을 입증해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복용률이 낮은 게 그 약을 특수한 경우에만 복용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근거는 되지 못합니다. 생리와 임신, 출산은 모든 여성들에게 해당되는 문제이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피임약을 모든 여성들이 복용하지만, 조심스럽게 복용하기 때문에 그렇게 낮은 수치가 나왔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실제로 모든 여성들이 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평생 한번도 복용하지 않고 지내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여성이라면 언제든 복용해야 할 경우가 발생하지요. 그래서 복용률이 낮다고 해서 일부만 혹은 특수한 경우에만 복용하는 것으로 추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이 약에 대한 접근성을 어렵게 했을 때 실질적인 곤란을 겪는 사람들은 여성들 중에서도 청소년과 빈곤계급을 포함하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입니다.

 

그렇다해도 그 약이 임상적으로 빈번한 부작용을 유발한다면 당연히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해 반드시 의사의 진료와 처방 하에 복용토록 해야할 것입니다. 그런데 안전성은 아시는대로 검증됐고 여성들 스스로도 조심스럽게 복용하기 때문에 패스~

 

따라서 남은 문제는 그거지요. 이상적인 상황이 도래했을 때도 꼭 일반의약품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는가. 과잉생산에 따라 과잉소비를 해대는 것처럼 우리는 화학약품에 대해서도 남용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므로 그런 상황에서는 피임약도 처방을 받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얼핏 생각하면 일리가 있는 말 같지만 그 주장에는 근본적인 결함이 있습니다. 그게 한진중공업이나 쌍용차 정리해고 철회 요구가 과잉생산을 자제해야 한다는 좌파의 이상과 배치될 수도 있다는 지적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한진중이나 쌍차에 대해서는 왜 자본주의가 끝장나고 있다는 사실의 전제 위에서 우리의 요구를 만들어내지 않는 걸까요? 그 정리해고 철회라는 '당면' 구호를 외친다고 해서 좌파적 전망을 포기한게 아니기 때문이 아닌가요? 오히려 그런 당면 구호들을 통해 좌파가 원하는 사회로의 진전을 꾀할 수 있어서이기 때문이 아니던가요? 피임약 문제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발 더 나가 궁극적으로 인간해방이 이루어진 사회가 도래하면 병원가는 시간을 내는데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때의 사회모습이 구체적으로 상상되지는 않지만 그때는 일반의약품이니 전문의약품이니 하는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은 듭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만, 한진중이나 쌍차 문제를 더이상은 과잉생산의 유지가 가능하지 않으므로 20세기적 수출입국 기조에 기초한 대규모 생산장들은 필요가 없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면 정리해고 철회 구호를 외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관점으로 접근하면 노동자들에 대한 억압의 기제를 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겠지요. 피임약 문제를 이상론에 입각해 접근하면 그 또한 의도와는 상관없이 여성들에 대한 억압의 기제를 강화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말입니다.

이상한 모자

2012.06.13 11:51:01
*.180.114.103

저는 노동조합의 요구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라고 보는데, 단지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는 것은 엄밀히 말하자면 생디칼리즘 혹은 경제주의지요. 더 잘 봐줘도 민중주의적 구호 수준에서 머무르는 것 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따라서 진보정당의 책임있는 입장은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하면서 이행전략을 제시하거나, 그게 너무 멀고 불가능한 얘기라면 최소한 정리해고 철회라는 구호를 좌파정치의 맥락으로 배치할 수 있는 기획을 내놓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결국 이것이 없었던 진보진영은 한진중공업 사태에서 남들이 외치는 구호를 그대로 똑같이 따라 외치다가 주인공의 자리에서 밀려났고, 과실은 결국 정동영이 다 따갔습니다.


그리고 저나 백수님이나 경구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입장에 반대하는 것이 아닌데, 그런 비유로 입장 차이를 설명하시는 것은 저로서는 조금 이해하기 힘들고요. 오히려 그것 보다는 의사와 병원을 어느 정도로 믿느냐의 차이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우리가 이 부분에서 남용과 오용이라는 단어는 구분해서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저의 경우 피임약의 남용에 대해서는 별로 우려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오용의 경우인데, 경구피임약에서 오용의 경우는 아마 이런 경우일 것 같습니다. 맨 처음 피임약의 복용에서 생긴 사소한 부작용이 트라우마가 되어 경구피임약의 복용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또 사전피임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사전피임약 복용 자체가 무용하게 되고 이것이 반복되어 경구피임약의 효용 자체에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요. 이러한 경우 진정으로 우려하게 되는 것은 약물의 오남용으로 인한 건강의 훼손이 아니라 피임 실패 그 자체입니다. 피임 실패로 인한 1차적 충격은 온전히 여성이 다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사전피임약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피임 계획 자체가 올바르게 수립되고 관리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이것을 개인 스스로가 알아서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저처럼 의료체계가 해주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는 것이지요. 이것의 제도적 표현으로서 '주치의제' 등을 주장하는 것이구요. 또 주치의제의 경우 실제 진보신당의 총선 공약이기도 했지요.


물론 순전히 피임의 효율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것을 남성이 잘 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경구피임약을 주제로 이야기 하는 것은 애초에 남성이 이것을 제대로 못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논의를 하는 것이므로 굳이 이 부분을 길게 얘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흠냐

2012.06.12 14:48:17
*.216.95.30

에휴, 댓글을 쓰고 보니 까칠한 댓글이 된 것 같은데(제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었지만) 저는 이만 하겠습니다.;;;;;;

이상한 모자

2012.06.13 12:00:08
*.180.114.103

하여간 저는 계속해서 반복해서 말하지만, 위에 링크된 입장이 잘못된 입장이며 그러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좌파정치에 장애가 된다고 말하는 것이 전혀 아닙니다. 위의 입장에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다만, 진보정당의 입장으로서 보다 큰 그림을 함께 제시해줘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얘기한 것이지요. 최소한 제가 직접 얘기한 부분에 대해서만 논의했으면 합니다.

흠냐

2012.06.13 19:20:07
*.216.95.30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했구요, 이모님과 백수님이 말하고자 하는 지점도 압니다. 그런데 그런 것에서 저는 어떤 교묘하게 불편한 무엇이 느껴지는데 그걸 더는 잘 설명 못하겠어요. 그걸 설명하다보면 자꾸 야, 니넨 여자가 아니라서 이 문제 잘 모르는거야, 이런 뉘앙스를 풍기게 되는 것 같아서. 내 의도는 그런게 아닌데. 제 능력의 부족.ㅋ 그래서 저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이상한 모자

2012.06.14 09:30:44
*.180.114.103

어떤 느낌일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피임약을 자판기로

2012.06.14 14:57:38
*.197.5.2

근데 전문의약품이 된다면 산부인과 처방이 필요한게 아니라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는 뜻일걸요. 가정의학과나 내과나 외과나 다 처방은 가능할거예요. 

지나가던

2012.06.14 15:48:43
*.105.179.134

산부인과가 아닌 다른과에서 하면 삭감당합니다.. 지금 도 수면제 같은경우 정신과/신경과/재활의하고과 가 아닌경우 다른과에서 처방하면 삭감당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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