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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악의적 질문

조회 수 1346 추천 수 0 2012.08.31 18:18:57
질문 : 좌파가 결국 약자의 이익을 위한 거라면 결국 좌파든 우파든 현재 정치적 입지만 다를뿐 이기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닙니까? 오늘의 약자가 내일의 강자가 되겠다는 욕구로 오늘의 강자와 싸우는 게임에 우리가 찬동해야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답 : 강자를 이겨서 약자의 이익을 쟁취할 거니까 바보야...

질문 : 그러니까요. 결국 좌파들, 약자들의 목표란게 강자를 이겨서 약자의 이익을 쟁취하겠다는 거 아닙니까. 거기에 무슨 가치적 정당성이 있나요? 결국 좌파 우파 권력다툼이고 밥그릇싸움하는 거 아닙니까?

답 : 그게 네 밥그릇이라고! 10년 전에 진중권이랑 박권일이 게시판에서 논쟁하던 시대에나 하던 질문...

질문 : 좋습니다. 중도란 사람이 이렇게 말합니다. "야 좌파도 결국 너네 먹고 살려고 밥그릇 싸움하는거고 오늘의 강자를 이겨서 권력을 자기들이 갖겠단 거 아니야. 근데 뭐 고귀한 척이야. 뭐 나도 약자니까 너네 편 하라고? 그래 나도 약자 맞는데 나는 곧 성공해서 강자로 올라갈거야. 나중에 잘 싸워보자."이렇게 말하면 뭐라 해야 하겠습니까? 혹은 다른 사례로 재벌아들이 "난 부자지만 좌파돕고 싶은데, 그래서 너네가 왜 옳다는건지 좀 설명해 줄래? 도울 이유를 알아야 돕지."이러면 뭐라하실건가요?

답 : 선생님. 선생님의 지혜로운 고견에 경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만나서 가르침을 받고 싶으니 제 트위터 계정으로 연락처를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질문 : 비꼬는 건가요 진심인가요? 어느쪽이든 지금 본인의 생각을 말해주세요. "그게 네 밥그릇이라고!"말고 좌파에 대한 어떤 정당성을 주장하실 수 있는지요?

답 : 책 좀 읽어라! 답답하네 진짜.


질문 계정(ask.fm)을 통해 이뤄진 문답이다. 이런 자들이 어딜 가나 있다. 이런 자들이 이런 질문의 던지는 경우 거의 80% 이상은 내가 뭐라고 대답하건 간에 "거봐라! 좌파들은 이런 것에도 대답 못한다!", "좌파란 작자들은 마케팅을 모른다!"며 어디가서 자랑질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같잖은 꼬락서니를 10년 이상 봐왔다.

그래도 순수하게 이런 문제를 헷갈려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간단하게 답을 달아보려고 한다.

첫째, 이 자는 정치행위라는 것이 권력을 획득해서 강자가 되는 것 자체가 아니라 권력을 획득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일부러 외면하고 있다. 우파가 권력을 잡으면 우파적 정책을 쓰는 것이고 좌파가 권력을 잡으면 좌파적 정책을 쓰는 것이다. 유권자는 무엇이 '나의 이익'이 될 지를 잘 판단해서 선택하면 된다. 여기서 '나의 이익'이란 물질적인 것일 수도 있고 정신적인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초등학교 교과서 같은 얘기까지 해야 하는지.. 진짜 짜증이 솟구쳐 오른다.

둘째, 이 자가 예로 든 '중도'는 중도가 아니다. 이 자는 고전적 버전의 계급론에 등장하는 부르주아, 쁘띠부르주아, 프롤레타리아와 정치적 이념의 표현으로서의 우파, 중도, 좌파를 혼용해서 쓰고 있다. 누군가 '난 약자지만 곧 성공해서 강자로 올라갈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그는 중도가 아니고 우파이다. 계급적 처지가 피지배계급에 속할 뿐이다. 이러한 사람들을 향해 우리는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을 가졌다고 말하고 과격하게는 '쁘띠부르주아적 사상'이라며 허세를 부리기도 한다. 왜 지금 내가 이런 앞뒤도 안 맞는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는지..

셋째, '난 부자지만 좌파를 돕고 싶은데 도울 이유를 설명해달라.' 이것 만큼 웃긴 질문이 없다. 왜 자기 자신에게 물어야 할 질문을 좌파에게 묻는가? 정치의 영역에서 좌파들은 '이러 저러한 것들을 하겠다, 그리고 그것은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피지배계급에게 도움을 주고 지배계급에게는 상처를 남길 것이다' 라고 주장한다. 자기가 부자거나 말거나 이 명제에 동의하면 좌파를 돕는 것이고 동의를 안 하면 좌파를 안 돕는 것이다.

넷째, 제발 한 5분만 생각하면 다 답이 나오는 이따위 지랄같은 질문을 할 바에야 책을 읽으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다. 정말로 진지하게 무언가를 알고 싶다면 운동권으로서 학습커리큘럼을 짜주는 것도 가능하다. 아, 그러면 또 이러겠지. "좌파라는 작자들은 대중이 알아듣지 못하는 어려운 말이나 늘어 놓으면서 설득을 해달라고 하면 책을 한 뭉치를 읽으라고 하네!" 내가 네 엄마니? 내가 입에 써도 좋은거니까 지금 꾹 참고 삼키라고 그랬니? 왜 괜히 시비를 걸어? 개개의 사안에 대해서 입장을 물어보던지, 여기 홈페이지에 와서 글을 읽던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지지를 하지 말던지 도대체 뭐냐? 블랙컨슈머냐? 어~ 이 핸드폰이 이상한데요? 전자렌지에 돌렸더니 폭발했어요! 전자렌지에 돌리지 말라고 설명서에는 안 써있는데요? 지금 직원이 응대하는 태도가 이게 뭔가요? 와, 완전 개같은 기업이네 이거, 인터넷에 올릴테니 어디 두고 봅시다! 이거랑 본질적으로 뭐가 다르냐?

댓글 '1'

정민

2012.09.03 23:54:19
*.104.212.23

스스로의 무식함에 학을 떼는 요즘 공부의 필요성을 새삼 느낍니다.-_-;

학습 커리큘럼 짜주세요 큰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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